어린 양들의 성야 닷쿠 & 다카치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7.5







 몇 년을 주기로 크리스마스 때마다 비슷한 형태의 투신 자살 사건이 벌어진 것을 두고 닷쿠와 다카치가 그 내막을 추리하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전작처럼 안락의자 탐정물이 아닌 캐릭터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걸로 바뀌었는데, 전작인 <맥주별장의 모험>을 읽은지 3년이 넘어 시리즈에 대한 기억이 흐릿했기에 딱히 그렇게 와 닿는 변화는 아니었다. 굳이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술을 거의 안 마시다시피 하고 웃음기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 정도? 이런 변화야말로 읽는 사람에 따라선 참 당황스런 부분일 수 있겠는데, 책 말미에 실린 작가 후기를 읽으니 이런 이질적인 부분들이 이해가 갔다. 작가의 초도작 - 처녀작이라는 표현은 성차별적이라 바꿔서 사용한다. - 이 원형인 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에게 있어 가장 의미가 있고 작가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할 만큼 정서적으로 진지한 편인데 솔직히 개인적으로 소설의 완성도는 미흡한 편이었다고 본다.

 연쇄 자살 사건이나 그 사건들의 흑막에 대해 추적하는 내용의 소설이라 하면 도나토 카리시의 <속삭이는 자>, 아가사 크리스티의 <커튼>, 혼다 다카요시의 <체인 포이즌> 그리고 캐릭터로는 만화 <몬스터>의 요한과 최근에 읽은 이사카 코타로의 <그래스호퍼>에 나오는 킬러 '고래'가 연상되는데 각 작품의 연출과 사건의 내막 양상이 달라 설정이 겹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린 양들의 성야>도 앞에 언급한 작품들과 다른 느낌인데 대놓고 작가가 성장물을 의식한 탓에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나 '소시민' 시리즈가 겹쳐 보여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다가왔다. 일단 사건의 규모 자체가 장편에 어울리지 않고 반전과 결말이 드러나는 방식이 너무 느닷없거나 허무한 측면이 없잖기 때문이다. 난 의외로 추리소설을 읽을 때 복선의 공정성 같은 걸 따지는 편은 아닌데 이 작품의 복선 같은 경우는 너무 사소하고 의외라 놀랍다기보단 황당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건은 그래도 연관 관계가 있는데 세 번째 사건이 벌어진 이유는 너무 따로 노는 감이 있던 게 이 작품이 치밀하게 집필되지 않았다는 것의 반증이리라.


 솔직히 말해 사건이 이목을 끄는 요소가 부족했던 것도 있고, 시리즈의 전통적인 설명 위주의 도입부도 흥미를 잡아끌지 못했다. 추리소설에서 설명이 길어진다 싶으면 거의 여지없이 사소하지만 중요한 복선이 나온다는 걸 알곤 있지만 그래도 이야기가 발동이 걸리는 타이밍이 너무 늦어 지레 지쳐버리기도 했다. 자살한 인물들의 유족의 면면들이 그나마 좀 인상적이었는데, 그들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기도 하단 점이 드러나 참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자살은 사회가 저지르는 살인이란 말이 있는데, 굳이 사회가 아니더라도 그 개인의 배경을 주목해보면 꽤나 그럴싸하게 들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물론 작중의 어떤 유족들은 이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테지만.

 이야기가 전작에 비해 진지해진 건 상관없는데 진행될수록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던 게 아쉬웠다.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을 뿐더러 약간 유난을 떤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작품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작가의 초도작의 플롯을 닷쿠와 다카치 얘기에 끼워넣는 감이 있어서 작가가 원하는 감상을 이끌어내기엔 이래저래 어설펐다고밖엔 할 말이 없다. 일상 추리물인 '닷쿠&다카치' 시리즈엔 나름 어울리는 이야기였다고는 보지만 좀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시리즈의 분기점에 해당하는 작품으론 의미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 국내에 시리즈의 후속작이 출간되기엔 요원해보이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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