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 - 우리가 몰랐던 또 하나의 유럽
토니 그리피스 지음, 차혁 옮김 / 미래의창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8.6







 이 책이 출간된 2006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스칸디나비아란 단어 자체가 우리나라에선 아직은 생소하게 들린다고 본다. 흔히 북유럽이라고 하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3국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속하며 이들과 전혀 다른 민족과 언어 체계를 갖고 있는 핀란드가 비슷한 수준의 문화적 환경과 복지 체계를 갖추고 있어 뭉뚱그려 스칸디나비아로 부른다는 점, 아이슬란드도 아슬아슬하게 스칸디나비아로 묶이기도 한다는 것 등 모르는 경우도 많다. 물론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도 어지간히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 세 나라의 차이가 정확히 무엇인지 짚어낼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겠다. 심지어 스칸디나비아가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

 일전에 읽은 <동남아 문화 돋보기> 포스팅 때도 한 말이지만 동남아가 그렇듯 스칸디나비아도 자세히 뜯어보면 전혀 다른 문화적 배경과 역사적 상황이 있어 역시 세상은 넓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 절로 각양각색이란 말이 떠올랐다. 북유럽의 패자 스웨덴, 과거의 영광을 잃었지만 현재에 만족하기로 한 덴마크, 어찌저찌 독립해놓고도 계속 가난하게 살다가 유전으로 빵 뜬 노르웨이, 독립하기까지 스웨덴과 소련, 나치 사이에서 독립을 위해 피터지게 싸워나간 핀란드. 이 책에선 이 네 나라에 대해서 얘기한다. 여담이지만 핀란드의 근대사가 처절한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괜히 '북유럽의 외로운 늑대'라 불리는 게 아니었군.


 마이클 부스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과의 차이점으론 그 책이 나라별로 진행했다면 이 책은 역사의 순서대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 얘기가 지겨워질 참이면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는데, 대체로 정치와 경제에 대해 얘기했지만 간혹 문화와 예술과 관련한 얘기도 해 적잖이 흥미로웠다. 그냥 맥락 없이 예술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라 당시 시대상에 기인한 예술 세계를 보여준 키에르케고르, 입센, 뭉크나, 그리그, 라르손, 시벨리우스 등의 사례를 짧고 굵게 설명해 귀에 쏙 들어왔다.

 2006년에 출간된 책이라 그런지 북유럽 언어 표기법이 최근의 책들보다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 가령 '외' 발음을 전부 영어식으로 '오'로 번역해놨다. - 내용 자체의 풍부함은 다른 북유럽 인문 도서들과 비교해도 뒤지는 부분이 없었다. 단, 시사성은 약간 걸린다. 이 책이 대충 16~17세기부터 시작해 20세기 후반까지 살펴보고 있는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에서 현대사를 메인으로 다룬 것과는 대조된다. 책의 출간 시기를 고려하면 현대사를 다뤄봤자 2010년대 들어선 굵직한 사건들이 언급될 일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EU에 가입한 시점에서 책이 끝난다는 게 약간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과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건 상관없지만 현대로 넘어오기 직전에 끝나니까 솔직히 허전한 느낌까지 받았다.


 내가 봤을 땐 책의 제목에 달랑 '스칸디나비아'만 있던 게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 제목만으론 책이 정확히 어디부터 어디까지 얘기할 것이고 무엇에 중점을 두는 것인지 짐작하기가 영 어렵다. 결국 내 마음대로 기대하고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차라리 '스칸디나비아의 역사' 정도로 제목을 붙였다면 밋밋하긴 해도 글의 목적이 확실해지므로 책을 다 읽고 괜한 허전함을 느낄 일은 없었을 것 같다. 글쎄, 굳이 허전하고 어땠고를 떠나서 사실 제목 자체가 책을 펼쳐 들기 전부터 너무 밋밋한 나머지 손이 잘 안 간다는 단점도 있어서...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내가 제목에 약간 민감한 편이라서 유독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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