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문화 돋보기 - 예술, 종교, 문화 유산으로 즐기고 느끼고 생각하는 동남아 문화 이야기
박장식 엮음 / 눌민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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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최근 태국을 다녀와서 그런지 태국을 비롯해 동남아 전반에 이전보다 관심이 가게 됐는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해 아주 시기적절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제목에 들어간 돋보기란 단어 그대로 어쩐지 '심화' 학습의 느낌이 드는 책이었지만 그래도 태국, 말레이시아처럼 갔던 나라와 미얀마, 인도네시아처럼 아예 생소한 나라들과 관련한 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어 유익했다. 사람들은 동남아라고 하면 다 똑같으리라 여기는데 한중일이 아주 다르듯 동남아에 속한 국가들 역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 베트남 정도를 제외하면 종교가 상대적으로 동북아보다 힘이 세다는 정도만 제외하면 이 나라들에 공통점이랄 게 있을까 싶다. 역시 세상은 넓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상술한 대로 이 책은 어딘지 심화 학습의 느낌이 들었던 책이다. 옛날에 읽은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이란 소설에서 '외국어를 공부하려고 외고에 가는 줄 알았더니, 외국어를 배워서 들어가야 하는 줄은 몰랐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여행을 가기 전에, 그리고 여행 중에도 공부를 많이 한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는 아예 모르는 나라였는데 책의 저자들은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써내려가 선행 학습이라도 할 걸 그랬나 싶어 약간 외롭기도 했다. 마지막에 수록된 박광우 조교수의 글 정도가 한국에 사는 인도네시아인들의 모습을 그렸기에 그나마 손쉽게 읽혔지 다른 글은 직접적으로 그 나라로 여행을 갈 예정이 아니라면 솔직히 말해 눈에 잘 들어올 내용들이 아니었다. 비꼬는 건 아니고, 내가 교수들의 글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했는가 보다.


 아무래도 극히 최근에 태국을 다녀와서 태국 관련 글들이 - 이 책에 수록된 글 중 미얀마에 대한 글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태국이었다. - 쏙쏙 들어왔다. 태국의 지폐를 따라가는 태국의 역사나 태국의 전통극으로 보는 태국의 관광 전략, 그리고 색깔에 따라 보는 태국 문화 같은 것 등 하나같이 흥미롭게 읽혔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더 자세히 알게 된 내용도 있고 어렴풋이 짐작만 하던 내게 해답을 준 내용도 있고 아예 모르고 있던 내용 - 색깔 - 도 있어서 다음에 태국에 갈 때 더 유심히 관찰할 것 같다. 태국도 그렇고 말레이시아에 관한 글도 반갑게 읽혔는데 내가 알던 것보다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적혀져 있어 약간 어색하게 읽혔다. 그놈의 나무위키를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그 사이트의 정보들이 워낙 다채로워서 책의 글들은 상대적으로 너무 점잔을 빼거나 밋밋한 감이 없잖았다. 이 책은 대체로 좋은 말만 하려는 기미가 보였다. 어디까지나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상당히 다양한 글이 수록됐는데 글마다 몰입도의 편차가 좀 있는 편이다. 다녀온 나라, 관심 없는 나라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특징은 이런 다양한 글들을 통해 동남아의 이모저모를 엿본다는 것에 있으니 기획 자체는 제법 성과를 거둔 편이리라 본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수록된 박광우 조교수의 글이 가장 좋았고 그 다음엔 태국과 관련된 글들, 그리고 필리핀에 대해 얘기한 김동엽 교수의 글도 인상적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전문가로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저자들이기에 선입견은 선입견대로, 새로운 이야기는 또 새로운 이야기대로 흥미로운 구석이 많았다. 동남아를 남자 혼자 간다고 하면 이상한 색안경 끼고 농이나 치는 사람이 은근 많던데 혼자 가서 이상한 짓이나 하는 남자들이나 혹은 이상한 짓하러 가냐고 농이나 치는 인간들이 이런 책을 꼭 좀 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만 그럴 일은 없겠지... 너무 염세적이었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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