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9 - 용들의 연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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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내가 손을 대고 있는 판타지 소설 중 가장 짧은 분량 안으로 완결이 난 시리즈다. 다 읽기까지 6년이 걸렸다. 너무 띄엄띄엄 읽은 감이 있어서 항상 전편의 내용이 가물가물했는데... 아무튼 생각보다 깔끔하게 끝나서 그런대로 여운이 남았다. 걱정했던 것만큼 암울하게 끝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솔직히 4부가 시작될 때까진 여전히 지루했고, 마지막 장에 들어서야 1권에서 느꼈던 스펙터클한 맛이 작렬했는데 특히 나만 그랬는지 몰라도 테메레르의 이름의 기원이기도 한 군함 테메레르와 같이 전투에 임하는 장면에선 전율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대단원의 막에 어울리는 연출이었다고 본다.


 이 소설이 처음엔 '용이 실존하는 동물이었다면?' 이란 상상에서 시작된 판타지라고 여겨 호기심을 갖고 읽었는데 어느 순간 대체 역사물의 면모를 보이면서 전개 양상이 어딘가 내 기대와는 달라졌던 것 같다. 이게 실제 역사인지 대체 역사인지 구분을 못할 정도로 나폴레옹 전쟁사에 무지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게 판타지인지 역사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던 건 내게는 좀 아쉬웠던 부분이다. 용의 크기를 비롯해 용의 전쟁에서의 역할, 인간과의 관계 등이 점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더는 새로울 것이 없으니 이야기의 방황을 급선회한 건 아니냐는 의심도 들지만... 미묘하게 컨셉이 달라졌음에도 작가가 그 안에서 나름대로 결말을 낸 게, 그리고 내가 그 결말까지 읽은 건 못내 뿌듯하다.

 완결까지 읽었음에도 생각보다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은데 아마 무척이나 담백하게 끝난 결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리즈가 처음 시작될 때의 로렌스와 테메레르에 비하면 완결될 때의 둘은 많이 차이가 있는데 한마디로 전쟁이 끝나고 바라던 대로의 자유를 얻고 난 뒤의 속시원한 결말이 극적이지 않아서 인상적이다면 인상적이었다. 난 혹시 누구 하나 죽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나폴레옹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한텐 최고의 시리즈일 테고,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한텐 평가가 미묘한데 난 후자에 속한다. 나폴레옹이 세인트헬레나로 유배되는 건 과정이 어찌 됐든 역사대로라 별 감흥이 없었고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숙적이랄 수 있는 리엔과의 결전은 연출이 영 싱거웠던 건 마음에 걸린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기대한 부분인데... 이게 또 영상으로 봤으면 느낌이 달랐으려나.

 그나저나 이 시리즈를 피터 잭슨이 영화화한다고 얘기만 무성하지 구체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작품의 스케일이 여러모로 커서 시나리오 작업이며 CG 작업이 정말 골치가 아플 것 같긴 한데... 제대로 만들었을 때 전달될 전율을 상상하노라면 정말로 영화화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영화화가 빠를까, 내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는 게 더 빠를까. 다시 읽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므로 영화가 먼저 나오면 좋겠건만, 내 바람대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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