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7.2








 아마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배우로 더 유명한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소설인 <도쿄타워>를 오랜만에 읽었다. '지하철에서 읽으면 위험한 소설'이란 광고 문구로 유명한 소설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동명의 소설도 있으니 헷갈리면 안 된다. 아무튼 상당히 다재다능한 행보를 보이는 릴리 프랭키의 예술 작품 중 어떻게 보면 가장 처음에 접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10년이 흘러 읽은 이 책은 처음 읽을 때완 아무래도 만족도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 소개란에 '한 번 쓰고 거의 퇴고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산만하게 읽혔다. 작품의 자전적인 성격도 한몫했을 터다. 사실 모든 자전적인 소설이 산만한 건 아니니 어쩌면 내가 이 소설에 감흥을 느끼지 못한 것에 일종의 핑계를 찾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분들은 내가 이 책의 감상평을 '산만하다'는 말로 시작하는 게 못마땅할 듯하다. 그들의 불만에 특별히 변명을 하거나 하진 않겠다. 어쨌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처음 읽을 때보다 책의 내용이 심정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 나는 의외로 이야기의 형식적인 완성도가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다 싶으면 마음이 쉽게 동하지 못하는 편인 것 같다. 사물의 본질을 봐야 하건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지. 이 이야기 역시 보편성을 잘 취득한 소설이란 걸 먼저 강조하고 싶다. 최근에 영화로도 흥하고 있는 <82년생 김지영>도 보편성이란 무기의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물론 두 작품의 보편성의 결은 매우 다르다. <도쿄타워>의 근간이 되는 아낌없는 모성은 좀 더 읽는 이의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것과 비판적인 논조를 띈 <82년생 김지영>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소재를 보여주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자꾸 두 작품을 비교한다는 게 뜬금없다곤 나도 느끼지만... <82년생 김지영> 김지영 씨의 빙의 현상을 통해 제법 눈길이 가는 방식으로 주제의식을 드러냈다면 <도쿄타워>는 소재를 보여주고 어쩌고 잴 것도 없이 그저 담백하게 나열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와 우리 엄마의 관계에 대입하며 읽어도 상당한 집중력을 요할 정도로 좀처럼 몰입하기 힘들었는데 이런 부분엔 역시 개인차가 클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나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불효자식이라 아무런 감흥이 없는 걸까, 싶을 만큼 말이다. 물론,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깎아내리고 싶진 않다. 이 소설이 워낙 자전적이니까 말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의 엄니가 돌아가시는 장면에선 꽤 울컥했다만,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단 비교적 평온하게 읽은 것 같다. 적어도 지하철에서 읽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오다기리 죠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데 그 영화도 봤다. 가물가물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영화가 전개에 있어서 좀 더 몰입감이 있었던 것 같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 연출이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여담이지만 아예 자전적인 이야기인 만큼 오다기리 죠 대신 릴리 프랭키 본인이 출연하면 또 어떨까 싶다. 뭐, 그땐 릴리 프랭키가 배우 활동을 하기 전이라 어디까지나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아니, 그럼 너무 대놓고 자전적이라 더 별로려나? 어쩌면 너무 감정적이라 더 별로였을 수도 있다. 이 소설의 보편성과 신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던 감동이 오히려 훼손될 수 있으니까.


 내게서 모성에 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엔 이 작품은 약간 부족했다. 난 아무래도 모성을 냉소적으로 다루는 작품에 좀 더 반응을 하는 것 같다. 가령 미나토 가나에의 <모성> 같은 작품. 아무튼 거의 10년이 지나 다시 읽은 이 소설에서 내가 얻은 거라곤 내 취향을 좀 더 분명히 알게 된 것이라니, 이것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어떤 작품보다 모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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