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미궁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7.7







 책을 다 읽은 다음에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언제 마지막으로 수족관에 갔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동물원도 마찬가지의 이유인데, 내가 당최 동물을 가둬놓은 곳을 갈 마음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어렸을 땐 가본 것도 같은데... 인간이 아무리 동물을 위한다 해도 자연에서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동물과 우리 안에 있는 동물은 근본적으로 같을 수 없단 생각에 의식적으로라도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수족관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 대해선 나쁜 인상은 없다. 아오사키 유고의 <수족관의 살인>이란 작품을 워낙 괜찮게 읽었기 때문일까. 이번에 읽은 <물의 미궁>의 저자 이시모치 아사미도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 작가다. 특히 <달의 문>을 가장 재밌게 읽었다. 막판에 무리수가 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도 나쁘지 않았다. 좀 오래 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그 작품도 범인의 동기를 설명함에 있어 다소 무리수가 있던 걸로 기억한다. 요번에 <물의 미궁>도 무리수가 있는 작품이다. 이렇게 말하긴 좀 그렇지만 이 작가는 작품을 쓸 때 무리수를 빼놓지 않는 듯하다. 반대로 말하면 절대 무시 못할 개성이 있는 작품을 쓴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이러한 개성을 끝에 가서 약간 버거워해 무리수로 비치는 듯한데 이번 작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수족관이란 배경 자체는 대체로 잘 살렸다. 현장감을 더 잘 살려줄 그림이라든가 도표가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 특히 가타야마의 '꿈'을 생각하면 더더욱. - 그래도 대강 윤곽은 그려졌다. 수족관이기에 통하는 협박범의 공격과 수족관 직원들의 하루 동안의 고군분투를 주로 다룬 이 작품은 전개 속에서의 위태로움과 더불어 수족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낭만을 어필하고 있어 제법 독특하게 읽힌다. 그래서 결말이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는......

 하지만 아쉽게도 작가가 기대한 만큼의 감동은 받지 못했고 요번에도 무리수고 억지가 들어간 결말이 나고 말았다고 보는데... 일단 가타야마의 '꿈'이 이어진다는 점과 인물 간의 관계가 그다지 깔끔하지 못한 게 거슬렸다. 차근차근 추리해보면 파악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사건의 내막을 밝힌답시고 후반부가 너무 설명 일색이었던 게 걸린다. 중반부까지 범인의 의중을 파악한다든가 수족관 직원 중에 범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애써 외면하려는 답답한 분위기는 좋았는데 그걸 막판에 너무나 쉽게, 또 너무나 착하게 매듭을 지어버려 갈등이 해소된 느낌이 덜했다. 범인의 동기도 마찬가지다. 범인의 정체야 워낙 예상이 가고 또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 상관은 없는데 이 사단을 낸 동기에 비해 불러일으킨 결과가 참혹한 감이 있어 훈훈하고 싶어하는 결말이 더욱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크게 보면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인한 답답한 비극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포장을 열심히 하려 해서 되려 설득력이 떨어지는 작품이 됐다. 참 이것저것 시도는 괜찮았고 작가의 취재력이 대단해서 - 작가가 아마도 작중 인물들 못지않게 수족관을 좋아하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설정을 쓸 생각도 못했겠지. - 아쉬움이 더욱 눈에 밟힌다. 아니, 오히려 수많은 요소를 이 정도로 배합시킨 걸 대단하다고 봐야 하나? 이것도 재능이라 봐야겠지. 하지만 난 그 이상을 바란다. <달의 문>이나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좋았는데.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의 부재란 치명적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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