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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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복지, 사회 제도, 경제 성장, 그리고 행복도 등 여러 면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하는 북유럽의 이모저모를 이방인의 시선에서 살펴보는 책.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순으로 진행된다. 저자는 자신이 10년 가까이 살았다는 덴마크는 물론이고 그 사이에 짬짬이 들렀던 북유럽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사유를 해보인다. 저자에게 가장 친숙할 덴마크와 북유럽의 패자인 스웨덴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당 할애된 페이지가 100쪽이 넘지 않아 걱정이 좀 됐지만 예상 외로 수박 겉 핥기 이상의 성과를 냈다. 물론 내가 이렇게 느끼는 데엔 저자만큼은 아니어도 나 역시 자체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에 관심을 가져왔던 덕분도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선 지구본에서 북유럽이 어디 있는지 찾느라 한참 헤맬 수도 있으므로 이 책이 완벽하게 입문용으로 좋았다고는 볼 수 없다. 글쎄, 북유럽에 딱히 관심도 없으면서 이 책을 집어 들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지만... 어쨌든 북유럽 나라들에 대해 어느 정도 선행 학습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저자가 말하는 내용이 쫓아가기 버겁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 말은 반대로 말하면 한 번이라도 북유럽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들, 여행책을 들여다봤든 그곳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를 접한 사람들, 실제로 여행으로 다녀오기까지 한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책이라는 것이다. 나는 북유럽에 지대한 관심이 있을 뿐더러 북유럽 작가가 썼거나 그곳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과 영화들을 꽤 좋아하며며 심지어 북유럽 5개국 중 한 곳인 노르웨이까지 다녀왔으니 이 책이 적잖이 술술 읽혔던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들 후기를 두루 살펴보니까 취향을 꽤나 타는 모양이던데, 솔직히 납득은 안 되지만 - 이 책의 번역이 그렇게 이상한지 난 잘 모르겠다. 내가 주로 외국 문학을 많이 읽어서 그런 걸까? 진짜 이상한 번역의 문학을 종종 접해서 그런지 비문학은 아무리 번역이 개판이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쉽게 읽히지 않았나 싶다. - 나라마다 짧게 훑고 지나간다는 건 나 또한 느꼈다. 조금 더 길었으면 어땠을까.


 철저하고 단호한 양성 평등 정책이나 높은 세율과 신뢰가 있는 연금 제도, 때론 북해의 유전 같은 행운이나 전반적으로 인구가 적어 모든 국민이 복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등 북유럽 사회의 성공엔 여러 요인을 언급해볼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처음부터 자신의 짧은 글로는 북유럽 전체를 살펴보기엔 턱없이 부족함을 인정하지만 제법 효과적이고 폭넓은 취재로 북유럽 사회가 거의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던 이유에 사뭇 가까이 다가갔다. 모름지기 국민성이란 걸 한마디로 쉽게 정의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북유럽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은 마냥 간과할 수많은 없는 것이기에 이 책은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덴마크랑 스웨덴, 핀란드를 다룬 책은 읽어봤어도 이 책처럼 노르웨이랑 아이슬란드까지 아우르는 책은 처음이라 마냥 신선했다.

 각 나라의 역사적 맥락이나 고충을 굳이 내 후기에까지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매우 흥미로운 얘기지만 저자처럼 잘 쓸 자신도 없거니와 그보다 더 중요하고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 과감히 생략하려고 한다. 북유럽은 다른 서방 국가와 다르게 비교적 같은 피부색, 머리칼을 가진 사람들끼리 살아왔기에 상대를 신뢰하기가 대체로 용이했고 - 서로 별다른 말 없이도 마음이 전달된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 그러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어 복지며 사회 제도가 안착이 가능했으리란 게 이 책에서 내내 거론되는 부분이다. 이는 이민자나 외부인이 아닌 순수히 그 나라 국민에게 해당이 되는데 그 때문에 최근 들어 노르웨이에서 테러며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비극이 터지기도 하지만 이런 비극 역시 더 발달되고 차별이 없는 사회 제도로 극복할 수 있다고 앞다퉈 목소릴 높이는 북유럽 국가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라면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북유럽이라고 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폐해는 현시점에 와선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는 중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너무나 편안한 복지가 있어 사람들에게서 경쟁력과 같은 능동적인 감정을 결여시키는 건 분명 문제고 그 복지에 수반되는 높은 세금도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평등을 추구하느라 엘리트들을 홀대하고 그들이 자국을 떠나는 걸 막을 방도가 없다는 건 어떻게 보면 치명적인 이야기다. 일전에 읽은 <덴마크 사람들처럼>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역사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가졌음에도 너무나 완벽에 가까운 사회 제도 때문에 도리어 엘리트들이 해외로 떠나고 점점 해외에 비해 국가 경쟁력이 희미해진다면, 가령 아이슬란드처럼 경제적 위기에 처하거나 노르웨이처럼 언젠가 고갈이 날 것이 분명한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니까.

 이런 상황에 대해 저자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저자는 결론에서 은근히 낙관적인 태도로 북유럽이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들이 더 나은 형태의 결과를 낼 것이라고 아부인 듯 아부 아닌 - 500쪽 내내 삐딱선 타면서 깐족거릴 땐 언제고... 특히 스웨덴에선 정말이지... - 단언을 해버린다. 북유럽에 콩깍지라도 씐 것 아니냐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데, 나도 북유럽의 사회 제도가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는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북유럽이 그 정도의 복지나 그 정도의 평등을 추구할 수 있는 건 여러 북유럽만의 특수성이 있었음을 가벼이 여겨선 안 되지만 그래도 배울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상이라 여기는 영역을 북유럽이 제도화했는데 그 이면에 단점이 있다고 한들 그들이 추구하는 바까지 훼손되는 건 아니니 아직은 그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할 때라고 본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이란 제목은 어딘지 비꼬는 투가 역력하지만 저자도 어느 정도 인정하듯 이 비꼬는 투엔 질투도 포함됐다. 당연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도를 넘은 질투나 트집이 아니다. 이방인의 시선에서 생소한 지점에 매스를 들이대는 건 중요하지만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계속 말했듯 거의 완벽에 가까우니까 말이다. 계속 말하다 보니 참 기막힌 제목이 아닐 수 없네.

‘자신을 좋아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나는 순간 순수함은 끝난다.‘ 존 디디온, <자존심에 대하여> 중에서. - 3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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