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뭉크 다빈치 art 1
에드바르드 뭉크 지음, 이충순 옮김 / 다빈치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9.3







 책 제목이 꼭 날림으로 지은 듯하지만, 수록된 글들을 전부 뭉크가 썼다는 걸 생각하면 파격적일지언정 이상한 제목은 아닌 것 같다. 아마 뭉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일 텐데, 생전에 글 좀 쓴다고 평가를 받은 뭉크이기에 이 책이 상당히 기대됐다. 물론 대부분이 일기거나 편지라서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감안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뭉크 자신부터가 후대에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리라 상정하고 쓴 글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우울하지만 섬세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토로한 뭉크라면 지금 자신의 글이 이렇게 읽혀서 누가 왈가왈부하는 게 심히 불편함을 토로할 것 같지만... 어쨌든 뭉크의 팬이라면 의미있는 책이란 건 분명하다. 개중에는 뭉크가 쓴 단편이나 우화도 있으니 이래저래 눈여겨볼 만하다. 다른 건 몰라도 그의 그림이 있기에 완성도가 문제되지 않는다. 문제가 될 리가 없지.


 내가 읽은 책이 20년 전에 출간됐던 지라 노르웨이어 표기 같은 부분들이 좀 아쉽지만 - 사실 뭐가 정확한 노르웨이어 표기인지 나도 잘 모르므로 이렇게 얘기하는 게 웃기긴 하나 근래 읽었던 뭉크 도서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차이가 좀 난다. - 생각보다 편집이 깔끔했는데 특히 뭉크가 생전에 그린 그림이 정말 빼곡하게 실려 있어 눈이 즐거웠다. 뭉크가 일상의 순간마다 영감을 받아 그렸던 그림들이 바로 바로 소개되니까 그림의 생동감이 더욱 배가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정작 텍스트에 눈이 잘 안 갔던 것도 사실인데 이는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전문 소설가나 수필가가 썼다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생전에 소설가들과 교류를 나눴을 뿐인 뭉크이기에 이만한 수준으로 필력을 구사하는 게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의 우울한 글이 별로 취향에 안 맞았던 나도 이렇게 말할 정도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얼마나 인상적일지 생각해보면 함부로 무시할 수준은 못 된다. 개인적으론 우울한 화자가 등장하는 현대 일본 소설에 비견될 정도였다. 다른 화가가 쓴 글도 이 정도일까? 한 번 찾아봐야겠다. 이쯤 되니 뭉크를 비롯한 여러 화가들의 작품 세계나 일생을 알아보고 싶어졌다.


 어쨌든 뭉크를 다루는 책은 가급적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주 읽으려고 하는데, 그런 책들 가운데서도 이 책만큼 의미가 있는 책도 없을 듯하다. 뭉크의 글들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전에 뭉크 연구가인 아르네 에굼이 쓴 뭉크 전기 역시 짤막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다른 책에서 접했던 뭉크의 일생이나 작품에 대한 얘기를 놀라울 정도로 잘 정리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으로 뭉크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어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뭉크가 쓴 글과 그의 인생을 잘 연결시켰을 것 같다. 혹시 찾아볼 수 있으면 이 사람이 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쉽지 않아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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