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라이프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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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동명의 일본 영화를 찍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본인이 썼던 각본을 그대로 소설화한 작품이다. 따라서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라 부를 수 없을 듯하다. 오히려 영화 원작 소설이라 해야겠지. 하지만 이 작품처럼 감독이 소설을 쓰는 경우는 처음 봤다. 보통 다른 작가를 쓰던데... 서두에서 감독은 영화와 소설의 서술 방식의 차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언뜻 이 소설이 영화와 사뭇 다른 인상을 주리란 인상을 심어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인상은 읽을수록 크게 옅어진다.

 내용은 사실상 영화를 그대로 옮겼을 뿐이며, 다만 이야기의 중심 인물이랄 수 있는 시오리의 심리가 세세하게 묘사된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뭐, 영화의 내용이 워낙 좋아서 그대로 옮긴다는 게 딱히 흠잡을 부분은 아니나 굳이 이렇게 큰 차이가 없는데 뭐하러 소설까지 읽어야 하나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전에 읽은 <태풍이 지나가고>는 영화와 소설의 인상이 달랐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못해서 아쉬웠다. <태풍이 지나가고>를 소설화할 땐 다른 작가와 협업했는데 아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 작품을 소설을 쓰면서 뭔가 깨달은 바가 있었는가 보다. 작품의 각본을 썼는데 소설까지 썼던 건 욕심이 아니었는지...


 이야기나 설정은 여전히 울림이 있어 좋았다. 일본 특유의 경어로 서술되는 문체가 어색했지만 의외로 작풍과 어울리는 맛이 있어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아무래도 등장인물이 워낙 많고 소설의 분량은 짧은 지라 상대적으로 영화에 비해 심심한 감이 있었는데, 영상미나 배우들의 연기 없이 묘사만으로 그 많은 캐릭터들의 '행복한 기억 찾기'를 그리는 건 좀 벅찼던 듯하다. 만약 영화가 아닌 소설을 먼저 읽었다면 이 부분에서 더 강한 불만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본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읽은 거니 따라가기 편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가뜩이나 이름도 헷갈리는데 - 의도적인지 몰라도 인물들의 이름이 다들 평범했다. 노린 건가? - 누가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도 몰라 적잖이 헤맸을 것만 같다.

 소설의 내용을 비롯해 캐릭터 설정, 주제의식 등이 워낙에 영화와 닮아서 작품의 외형에 대해서만 말하게 된다. 경어로 이뤄진 문체 때문인지 영화보다 더 우화적이었던 게 인상에 남지만 표면적인 대사는 영화와 그야말로 판박이라 감흥이 덜했다. 나처럼 소설은 영화와 뭔가 다르지 않을까, 아니면 소설이 영화의 세계관을 더 확장시킨 걸까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물론 영화의 지대한 팬이라면 이런 말은 무시하고 결국 읽겠지만 그래도 이 점을 꼭 염두에 두길 바란다.



 작품의 내용에 대한 감상평은 이 포스팅으로 대체한다.


https://blog.naver.com/jimesking/221189852654

 

난 그때 자기 안에서 행복한 순간을 필사적으로 찾았어. 그리고 50년이 지나 어제야 비로소 나도 다른 사람의 행복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안 거야. 그건 무척 멋진 발견이었어. - 2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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