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 - 문화와 역사가 함께하는 스웨덴 열두 도시 이야기
나승위 글.사진 / 파피에(딱정벌레) / 201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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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북유럽에 대한 나의 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특히 노르웨이 여행을 다녀온 후부턴 그 관심이 더 지극해진 것 같다. 그렇게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하물며 아이슬란드와 관련이 있는 책을 종종 찾아읽는데 이번처럼 스웨덴만을 살펴보는 책은 처음 읽어본 것 같다. 내가 아는 스웨덴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배경이라는 것,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는 나라, '북유럽의 패자'라는 것 외엔 없다. 어쩌면 그 '북유럽의 패자'라는 수식어가 좀 부담스러워 그간 스웨덴과 관련된 책은 잘 찾아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스웨덴은 성공적인 복지 국가라는 이면에 자국을 위해 굉장히 이기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나라다. 다이너마이트나 구리 등 압도적인 산업으로 부를 축적했지만 정작 세계대전 때 중립을 표방하면서 사실상 나치의 만행을 방관하거나 도움을 주기도 했으니... 안 그런 나라가 어디 있겠냐만 오늘날의 선망 어린 이미지가 무색하게 스웨덴도 죄 많은 국가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무고한 나라란 없지만 말이다.

 '북유럽의 패자'라는 수식어는 내겐 좀 다른 식으로 와 닿는데, 특히 문화적인 측면에서 스웨덴은 주변 국가들에 비해 월등한 유명세를 누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지 않나 싶다. 나처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밀레니엄' 시리즈를 시작으로 수많은 노르딕 누아르 작가의 고향으로 눈에 익은 나라이며 우리 부모님 세대는 '말괄량이 삐삐'의 나라로 유명할 것이다. 이외에도 찾아보면 스웨덴이 배출한 문화 컨텐츠 캐릭터가 많은데 그중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등장하는 닐스도 한 명일 것이다. 스웨덴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셀마 라겔뢰프의 <닐스의 모험>의 주인공인 닐스의 발자취를 따라 걷자는 게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짧게나마, 수박 겉 핥기로라도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의 실제 배경으로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알기에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히는 작의가 그렇게 와 닿을 수 없었다. 저자 나승위 씨는 스웨덴을 이해하기 위해 <닐스의 모험>을 읽은 것이니 나완 순서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스웨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책의 내용은 제법 알찼다. 물론 프롤로그에서 공헌한 것처럼 스웨덴을 알아가는 과정이 뜻대로 척척 이뤄지지 않았지만 스웨덴 입장에서 이방인인 작가기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쓴 책이지 않은가 싶다. 때론 온정적으로, 필요할 땐 비판적으로. 잠깐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아닌 그 나라에서 살고 있기에 쓸 수 있는 깊은 내용들이었다.

 스웨덴의 이모저모를 시간 순이 아닌 공간을 배경으로 살펴보는 게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덴마크와의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 스웨덴 각지의 고성에 얽힌 미스터리한 이야기들, 바사 왕을 비롯한 스웨덴 역대 왕들의 행적이나 구리, 철강 사업에 관한 스웨덴 전체의 이익과 손해 등 다루는 이야기가 꽤 많았다.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에다가 약 백 년 전에 세상에 등장한 <닐스의 모험>의 주인공인 닐스의 시선으로 바라보곤 하는데 그 시간 사이에 많이도 변화한 스웨덴의 모습은 격세지감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라 시사하는 바가 컸다. 복지 국가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스웨덴이 역사의 길목마다 저질렀던 실책이나 그 실책을 만회한 여러 행적들은 배울 점이 많았다. 다른 나라를 공부한다는 것은 조국을 돌아보는 것과 같다. 그 말을 의식하고 나면 이 생소한 나라가 그저 생소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나한테 노르웨이가 그랬듯 작가한테는 스웨덴이 그런 나라였는지 스웨덴에 대한 진한 애정이 전해졌던 게 독자 입장에서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아주 당연하게도 이 책을 읽으니 나 또한 스웨덴에도 가고 싶어졌다. 참, 이 세상엔 가보고 싶은 나라가 많기도 하네.


 아쉬운 건 내용의 주가 되는 작품인 <닐스의 모험>을 읽지 않아 책의 전개가 단편적이었던 면이 없지않았단 것인데 이는 작가의 잘못이 아닌 미리 책을 접하지 않은 내 탓이 크다. 물론 그 책을 읽지 않아도 작가는 친절하기에 내용 이해에 지장은 없다. 단지 모종의 반가움, 잔재미가 덜했던 게 아쉬웠다는 얘기다.

 두 번째로 아쉬운 건 책의 분량이다. 스웨덴 남부에서 중부까지 다루고 있는데 하는 김에 북부까지 다루는 게 어땠을까 싶었다. 그렇게 되면 분량이 제법 길어지겠지만 저자의 글솜씨라면 다 읽을 용의가 있다. 어쩌면 <닐스의 모험>의 내용이 북부를 배경으로 펼쳐지지 않아서 이 책도 더 전개될 수 없었던 건지 모르지만 아무튼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저자의 다른 저서를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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