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마가도키 동물원 5 - 완결
호리코시 코헤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8.0







 이 작품이 그 유명한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를 그린 작가의 데뷔작인 줄은 몰랐다. 추천을 많이 받은 작품인데 뜻하지 않게 작가의 데뷔작을 먼저 읽게 됐다. 읽고 나니 그 작품의 인기와 데뷔작의 미약한 결말이 쉽게 연결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작가가 정말 장족의 발전을 이뤘나 보다. 오죽 인기가 없었으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연재가 중단돼서 급결말이 났겠는가. 결말이 이른 감이 있어 아쉽긴 했지만 연재 중단 자체는 작품 퀄리티를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제목이 눈에 띄는 맛이 없어 독자를 끌어모으기에 역부족이고 이야기 도입은 너무 산만해 초반에 독자층을 굳히는 데 실패한 것이라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간다. 그림체가 여타 일본 만화의 그림체와 다른 건 신선했지만 모르긴 몰라도 컷 분할 같은 시각적 연출이 산만해서 가뜩이나 역동적인 장면이 많은 게 오히려 부작용을 낳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이야기의 화자인 아오이 하나도 덜렁거리지만 동물을 좋아한다는, 딱 이 정도의 매력밖에 없어 작중에서 겉돌거나 잊혀지는 수준의 존재감을 자랑한다. 여러모로 의욕에 비해 기본이 부실했던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에 소재는 꽤 좋았다. 동물을 괴롭힌 사람이 저주를 받아 동물의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대신 동물을 말 그대로 의인화시키는 능력을 얻는다. 그 능력으로 말미암아 세계 최고의 동물원을 만들면 저주가 풀려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인데 문제는 주인공인 오우마가도키 동물원 원장 시이나가 계획성이 조금도 없어서 저주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어렸을 때 저주에 걸려버려서 노는 것과 재밌는 것만 찾는 가히 정신 연령은 유아 수준에 멈추고 말았다. 그래도 동물을 의인화시키는 능력 덕에 동물가 친구가 될 수 있어 외롭진 않았단 건 가슴 찡했고 후반부에 드러난 의인화 능력의 비밀에선 눈물이 다 나오는 요소가 있는 등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급결말 때문에 설정 자체가 완전히 떡밥만 남겨버려서...

 은근히 심오한 설정이지만 정작 작품은 점프의 연재작답게 소년 독자를 겨냥한 배틀 만화다. 저주에 걸린 동물 인간이나 그 인간들이 의인화시킨 동물들의 배틀은 초월적인 물리 법칙과 현실에서의 동물의 특징이 교묘히 섞여져 사뭇 특이한 긴장감과 재미를 연출한다. 덕분에 처음엔 산만했지만 수족관 에피소드로 돌입하고 나선 흡입력이 대폭 상승했는데 동물 의인화가 흔한 듯해도 활용 방안이 다양한 만큼 작가가 잘 연구해서 작품에 녹여낸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사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는 게 수족관 에피소드는 확실히 재밌었다. 양 진영의 가치관이 아주 상극이라 대립의 양상을 알기 쉬워 주제의식을 강조하기가 용이했고 사려 깊은 마무리는 정말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동물을 가두고 야성을 마모시킨다고 생각해 굉장히 싫어했지만 비록 가상이긴 해도 인간과 동물끼리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동물원이 정말로 있다면 그것 참 괜찮지 아니한가 싶었다. 무엇보다 동물을 인간 형태로 변신시키는 능력이라니...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점 하나는 부럽고 꿈과 같은 일이기 그지없잖은가. 동물을 좋아한 나머지 반려동물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시이나는 저주에 아랑곳 않고 동물들이랑 노는 것에만 관심 있어서 최고의 동물원을 만드는 것은 요원해 보여도 오히려 저주가 의도한 바를 가장 잘 실천 중이진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좋은 점들이 꽤 있었지만 그림 연출이 산만하고 내용은 배틀 일색에 소년 독자층을 겨냥한 유치한 작풍에 의해 설정의 심오한 매력이 덜 드러났다고 본다. 그렇게 앙케이트 인기 조사에서 내내 하위권을 기록하다 조기 연재 중단에 이르게 된 것일 텐데... 이 명백한 실패가 후에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같은 점프의 간판 작품을 그리는 발판이 됐겠으나 이 작품 자체는 너무 묻힌 감이 있어 차라리 연령층을 높여 다른 잡지에서 블랙 유머의 성격을 더해 여러 연령대의 독자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풍을 구사했더라면 적어도 이렇게까지 급결말이 나진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참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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