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1 달기지 살인사건 - 달기지 알파 1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1
스튜어트 깁스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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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추리소설과 SF소설을 선호하는 나에게 있어 더없이 눈길을 끄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달기지에서 살인사건이라니. 누군가는 '달기지에서까지 살인이야? 인간들 너무하네, 진짜.' 하고 탄식했는데 듣고보니 확실히 막장인 설정이 아닐 수 없었다. 인간은 기어코 달기지에서도 살인을 저지른단 말인가. 작품은 꽤나 유쾌한 필치를 자랑하지만 실은 되게 무시무시한 상황이기도 했다.

 더욱 무시무시한 건 달기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기지의 대장이 이 사건을 단순 사고로 처리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작중에서 달기지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장소로 그려진다. 이는 곧 여론 문제로 달기지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으로 범인에겐 대단히 유리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의 생전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주인공이 고군분투한다는 게 본작의 내용이다. 근데 유일한 목격자가 하필 미성년자라서 기지 사람들은 주인공의 주장을 귓등으로만 듣는데...


 중대한 발표를 앞둔 박사가 돌연 홀몸으로 우주복을 달기지를 나가 사망한 사건. 사고이거나 자살이거나 교묘한 살인사건일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유일하게 사건을 파헤치려는 주인공에게는 모두가 비협조적이고 단서는 극히 적다. 이 폐쇄적인 공간에서 어떻게, 그리고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까? 홍보와는 달리 삶의 질적인 부분에선 이래저래 불편하기 짝이 없는 기지의 환경 때문일까? 기지에 모인 박사와 여행객 사이의 트러블이 원인일까? 소설은 모든 것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경우의 수를 찬찬히 더듬어본다.

 아이가 주인공이고 청소년 대상으로 집필된 작품이긴 하지만 추리소설로써 꽤나 인정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무려 에드거상 최종후보(청소년소설 부문)에 오르기도 했다는데... 솔직히 말하면 시리즈의 후속작까지 마저 읽고 평가하고 싶은 심정이다. 기대가 지나쳤는지 전개가 꽤 지루했고 설정의 스케일에 비해 사건의 양상은 단순했던 게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 반전과 결말은 인상적이었는데 그 지점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뜬금없는 경향이 없지않아서 짜임새가 그렇게 끈끈하단 느낌은 못 받았다. 배경이 우주라서 나름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글쎄... 퍽 신선했다만.


 청소년 소설로써는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갈수록 예전만큼 청소년 소설을 진심으로 즐기지 못하게 됐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활극은 가슴 떨리는 구석이 있다. 아이들의 말이라고 어른들이 믿어주지 않는 상황은 읽는 입장에서 똑같이 억울하고 그 억울함을 발판 삼아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통쾌한 등 소설은 필치만큼이나 유쾌하게 결말을 냈다. 결말을 보니 역시 후속작이 있구나 싶었는데 - 실은 등장인물 소개할 때부터 2권의 존재를 말했다. 원래 원서도 그런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출판사가 설레발을 치는 건지... - 다음 권에선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궁금하긴 하다. 잠재력이 있는 설정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조만간 2권을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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