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커 토우마 3 - 거리로
가나리 요자부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8.7






 <소년탐정 김전일>의 스토리 작가 중 한 명이자 개인적으로 숨은 명작이라 생각하는 <기믹>의 스토리 작가인 카나리 요자부로의 작품이다. 이 작가는 다룰 수 있는 소재에 한계가 없는 것인지 작품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뽑아내는데 그럼에도 독자들에게 늘 환영받는 건 아닌 모양이다. 이 작품만 해도 잠재력이 있는 소재였는데 달랑 3권으로 끝나다니...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아주 울컥했던 에피소드가 있어서 이른 결말이 아쉬웠다.

 주인공 오오카미 토우마는 아스미 숲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가이드지만 실은 '트래킹'이란 기술을 사용하여 경찰 조직에 몸담았던 남자다. 이 기술은 과거 수렵 민족이 며칠에 걸쳐 사냥을 할 때 동물을 추적하고자 발자국을 따라가는 기술이 현대에 이르러서 수사에 응용된 추적술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감이 안 잡힐 텐데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얼핏 봐선 다 똑같아 보이는 발자국을 보고 발자국마다 그 사람의 신장, 무게, 성별, 질병의 유무나 심리 상태까지 오차 없이 밝혀낼 수 있어 아무래도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없다.


 '김전일'의 스토릴 짰던 작가인 만큼 이 작품도 추리/미스터리의 전개를 보이긴 하나 사건의 성질이나 반전, 결말이 전부 소소하고 감동이 남는다는 점에서 '김전일'과는 작풍이 판이하다. 이 부분을 두고 신파라면서 질색하는 사람도 있지만 작품은 작품 나름대로 충만한 매력을 갖고 있다. 주인공이 초월적인 트래킹 기술과 더불어 통찰력도 사기급이라 사실상 공정한 추리 만화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소재의 참신함이나 의외성은 인정해줘야 한다. 비록 마지막 화를 제외하고 커다란 사건이나 극악무도한 악인을 그리지 않음으로써 전체적으로 흡입력은 옅지만 잔잔하게 힐링하는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던 것에선 뜻밖의 위안을 얻기도 있었다.

 특히 주인공의 가치관이 은근히 매력적이었다. 작품이 일찍 결말이 나 미처 다뤄지지 않았지만 - 무슨 연유로 기술을 습득하고 자연을 사랑하게 됐는지 좀 더 얘기를... - 아무튼 사건의 전말에 대해 간혹 ''이 세상에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물은 없습니다.', 혹은 '하지만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입니다.' 라든지 '지금 저 어린 새들이 불쌍하다고 고양이를 쫓아내면 고양이는 굶어 죽을 것이다.' 라면서 아이를 말리는 장면을 보면 본인만의 이성과 신념을 갖춘 위인인 걸 엿볼 수 있다. 이런 요소도 없이 그저 올바르고 듣기 좋은 말만 했더라면 이 작품의 매력이 심히 반감됐을지 모른다. 이건 살짝 다른 얘기지만, 완벽해 보이는 캐릭터는 그 자체만으로 애매한 캐릭터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주인공이 삼림 가이드로서 등산객과 엮이는 에피소드도 좋지만 가끔 형사 사건과 연루돼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충분히 재밌었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독자들의 반응이 미지근했는지 이 만화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도 못한 채 결말이 나버렸다.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이 활약할 지면이, 무엇보다 중심 소재인 트래킹 기술을 더는 감상할 수 없다는 게 참 아쉽기 그지없다. 완벽하게 흡입력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무시할 수 없는 톡톡한 매력도 있어 이와 같은 헤어짐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언제나 어린애처럼 행동하는 건 어른이고 어린이는 그런 어른을 보면서 어른 이상으로 잘 자라는 겁니다. - 2권 9화 ‘추적2‘




의외로 인간이 어리석고 이기적일 뿐,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야말로 소중한 거 아닐까요... - 3권 19화 ‘쓸데없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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