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범람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1






 후기를 쓸 때면 아무래도 내 취향을 우선하게 되는데 간혹 내 취향과는 무관하게 그 작품, 아니면 그 작가 자체만으로 존중하고 싶은 경우도 있는 법이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은 아쉽게도 내 취향과는 맞지 않지만 한편으로 존중해주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 짤막하고 건조한 작풍이 유독 나에겐 난독증을 유발할 만큼 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확고하면서 묘한 끌림이 있어 작가의 작품을 제법 기대하며 읽어왔다.

 <어두운 범람>은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부문) 수상작인 표제작을 포함한 5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면서 <의뢰인이 죽었다> 이후로 오랜만에 출간된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의 신작이다. 시리즈의 장편인 <나쁜 토끼>란 작품이 계속 출간 소식이 없어서 이 캐릭터를 평생 못 만나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볼 수 있게 돼서 적잖이 반가웠다. 그 캐릭터는 일상 미스터리 작가가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캐릭터성을 보유한 하드보일드 탐정이라 내심 그의 활약을 볼 수 있다는 게 무척 기대됐다.


 너무 기대했기 때문인 걸까? 최근 나는 이렇게 단편집을 접할 때마다 꼭 표제작만 재밌게 읽고마는 경우가 왕왕 있다. 표제작이거나 수상작이라고 했을 때 내가 무의식적으로 더 정독하기 때문인 걸까? 차라리 그런 거라면 좋으련만... 이 책의 5편의 수록작 중에 표제작 '어두운 범람'만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실린 '파리 남자'는 무난했고 다른 분들이 자주 거론하는 '광취'는 그저 그랬다. 나한텐 왜 그렇게 가독성이 떨어졌는지 모르겠네.

 읽으면서 작품들의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의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책이라 급하게 모인 작품들이었다고 작가 후기에 적혀있었다. 그렇다 해도... 같은 시리즈의 <네 탓이야>나 <의뢰인은 죽었다> 같은 걸 생각했던 터라 읽기 전에 품었던 기대가 무색하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어두운 범람'은 이름값을 했던 작품이었다. 도무지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어 담당 변호사조차 극형을 면할 수 없으리라 장담하는 범죄자에게 한 여자가 팬레터를 보낸다. 이 형용불가한 편지에는 일말의 이해불가한 오싹함이 풍겨지는데 하무라 아키라는 변호사의 의뢰에 따라 편지의 주인인 여자를 찾아나선다. 그러다 편지의 이면에 숨겨진 생각지 못한 비밀이 밝혀지는데...

 와카타케 나나미는 단편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라고 하는데 추리소설은 모름지기 단편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나지만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긴 좀 꺼려진다. 취향과 관점의 차이를 존중하는 한편으로 이 작가의 작품의 주안점은 분위기나 예상치 못한 전개에 있어서 '추리소설'에 집중하면 기대완 사뭇 다른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게 내 솔직한 의견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것이고 이 작가의 작품도 호불호는 갈릴 수 있으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가 있기에 역시 읽어볼 만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 작가도 내공이 꽤 있으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