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8.5






 어디 가서 꼭 빠지지 않고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부끄럽게도 아직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읽어보지 않았다. 이상하게 관심이 잘 안 가던데 우타노 쇼고의 이 작품을 읽으니까 살짝 흥미가 생겼다. 이 작품은 액자 구성을 띤 추리소설인데 액자 속에 해당할 '백골귀'란 작중의 소설 에도가와 란포 스타일로 쓰여져서 약간 구태의연하게 읽히긴 했지만 고전은 고전대로 느낌이 있어서 그런대로 읽을 만했다. 또 이 작품에서 액자 밖에 해당할 노년의 추리소설가 이야기는 작품에 있어서 의외의 역할과 반전을 담당하는데 어떻게 보면 '백골귀'의 핵심 트릭만큼이나 뻔하기도 있지만 다행히도 잘 속아넘어가고 말았다. 두 번째 읽는 작품이라 내용이 가물가물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기억이 안 날 줄이야... 8년이나 지나서 읽으니 추리소설도 다시 읽는 맛이 제법이다. 어지간하지 않으면 내용을 다 까먹으니까. 이거, 칭찬이 아니려나?

 창작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어느 청년에게 구출을 당하는 에도가와 란포. 며칠 뒤 그 청년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심히 의심스러운 란포는 절친한 사이이자 추리소설 애호가로 유명한 당대의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와 함께 청년의 죽음에서 느껴지는 미스터리함을 파헤친다. 그러면서 동반되는 모험과 기괴한 분위기, 그리고 반전... 작중의 소설 '백골귀'는 조금의 오차도 없이 만들어진 본격 추리소설인데 이걸 다른 작가도 아닌 우타노 쇼고가 썼다니까 되려 신선하게 읽혔다. 아무래도 고전이자 란포의 느낌을 표방하느라 고루한 감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아이러니할 정도의 신선함은 작가 특유의 비틀기로 더욱 빛을 발해 그 자체가 곧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상관 없어 보이는 액자의 안과 밖의 이야기를 왜 하는 것인지 그 진면목이 빛났던 소설이었다. 작품이 발표된 당시엔 작가도 거의 신인이었는데 이렇게 옛날 작가의 문체를 따라하는 등 상당히 도전적인 작품을 썼구나 싶었다. 란포의 작품을 읽지 않아서 정확히 비교할 순 없지만 딱 봐도 그 작가의 문체를 잘 구사한 듯하고 작중의 소설인 '백골귀'도 짜임새가 좋아서 아예 그 작품만 봐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거기서 만족할 우타노 쇼고가 아니지, 작가는 거기서 한번 더 비트는데 그 방향이 자연스럽고 의미심장해서 작품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제목이 시체를 사는 남자라니... 무시무시한 제목에 비하면 작풍은 가볍고 무엇보다 작품 내용과 따로 노는 것 같아서 의아할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이 제목에 대한 해석은 여러 버전이 있는데 역자가 한 해석도 그럴 듯하고 다른 해설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보통 이렇게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은 제목을 선호하지 않고 이 제목도 거의 그럴 뻔했는데 어떤 해석을 접하느냐에 따라서는 꽤 괜찮다 느껴지기도 해서 이것도 단점이라 할 순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해석하고 싶을 정도로 마구 흥미로운 제목은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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