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기억
다카하시 가쓰히코 지음, 오근형 옮김 / 네오픽션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7.0







 우리가 흔히 '일본적이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할 때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음울하고 끈적하고... 이런 특징은 일본의 소설, 만화, 영화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작풍이다. 이 <붉은 기억>이란 소설집이 그런 의미에서 가히 '일본적'인 책이었다. 기억에 관한 7편의 소설이 수록됐는데 상술한 음울하고 끈적한 일본적인 이야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플롯도 비슷하고 결말의 느낌도 엇비슷해 그 느낌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제목에 '붉은-'이 들어간 일본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든 각오하고 읽어야 하는 것 같다. 첫 수록작이자 표제작인 '붉은 기억'부터 장난 아니었다.

 <샤라쿠 살인사건>으로 인상을 남긴 다카하시 가츠히코의 또 하나의 대표작 <붉은 기억>은 기억 시리즈의 작품이자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작가 자체도 이름이 있고 걸출한 상도 받아서 읽기 전에 기대했는데 - 할인가로 판매될 때 예상을 했어야 했나... - 내용은 충격적인 게 많았다. 아니, 충격적이라기 보단 일본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그 이유를 설명할 때 예시로 들 만한 책이었다. 이 작품이 92년도에 출간된 걸 감안해야 한다고 하면 감이 잡힐까?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이 대단히 선정적이고 피상적이면서 도구적이었다면 내가 너무 과장하는 걸까? 차라리 두 번째 수록작인 '뒤틀린 기억' 정도면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을 변주했기 때문에 볼 만했지만 나머지 수록작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싶다. 기억에 관한 이 기묘한 이야기들이 어떤 식으로든 불쾌함을 독자에게 떠맡기는데 내 개인적으론 화자의 공포에 공감하기 보단 화자 자체에 불쾌함을 느낀 적이 많아서 선뜻 추천하기가 망설여진다. 좋아할 사람은 분명히 좋아하겠지만 안 그럴 사람이, 적어도 요즘 시대엔 더 많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좋게 말하면 토속적인 거고 나쁘게 말하면 전근대적인 지라.


 단순히 기억에 대한 불가사의한 접근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수록작들엔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여자에 대한 묘사를 제외한 다른 공통점이란 작가의 고향 이와테에 대한 묘사다. <샤라쿠 살인사건> 때도 느꼈지만 이 작가, 애향심이 보통이 아니구나 싶었다. 일본에서 시골 취급을 받는 도호쿠(동북) 지방의 이와테는 우리나라에는 아무래도 잘 알려진 지역이 아닌데 그 고장 출신으로서 작가가 굉장히 애정 어리게 묘사해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혔다. 물론 작품의 특성상 하나같이 불길한 무언가를 품고 있는 지역으로 묘사됐지만;; 얼만큼 고증이 됐고 상상을 불어넣었는지 몰라도 그 지역의 이모저모를 잘 활용해서 한 편의 지역 가이드로써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흥미가 동한 김에 직접 가보고도 싶지만 하필 이와테가 '그 동네'와 가까워서 참... 아쉽다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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