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영희 씨 창비청소년문학 70
정소연 지음 / 창비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7.0






 분명 청소년 문학이란 레이블을 달고 출간된 책인데 내가 정말로 청소년일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내용을 반도 이해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SF란 장르가 설정의 다양함이나 미래 지향적인 부분에선 나의 취향과 일치하나 막상 문체는 내 취향이 아닌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이 책이 딱 그랬다. 우리나라 SF 중에서도 꽤나 본격적이고 한국적인 작품이 수록됐지만 그 작법에 있어서는 은근히 까다로웠다. 이유가 뭘까.

 수록된 작품이 꽤 많은데 인상적인 작품은 몇 없다. 특히 2부에 해당하는 우주 이야기는 내가 원체 그 분야에 무지하고 관심이 없는 터라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흥미가 동하지 않았다. 1부의 몇 작품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글을 마쳐도 될 것 같다.



 '앨리스와의 티타임'


 SF 작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와 가상 세계에서 만나 이야길 나눈다는 흥미로운 작품. 아쉽게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를 몰라서 놀라움은 덜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대입한다면 꽤 몰입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작중의 작가도 이번 기회에 알게 돼 좋았지만.

 평행 우주는 내가 봤을 땐 이론상으론 가능할 지 몰라도 현실적으론 순 억지스런 설정인 것 같은데 작품에선 나름 재밌게 풀어냈다. 위에서 말했지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란 작가를 몰라 감동은 덜했지만 그와 만남으로 인해 주인공이 자신의 세계에서 살아감에 있어 여러모로 도움을 얻는 스토리는 환상적이라서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아주 참신하진 않았지만 짜임새는 괜찮았다.



 '마산 앞바다'


 어떤 작품은 하나만 얘기하고 어떤 작품은 여러 얘기를 풀어낸다. 어떤 SF는 한 설정의 극한을 보여주고 어떤 SF는 하나의 설정을 통해 예상치 못한 울림을 준다. 그래서 어떤 SF는 놀라움을 안겨주지만 또 어떤 SF는 우리들의 상상력을 증폭시켜주기도 한다.

 제목만으론 내용이 영 감이 안 잡히는 이 작품은 사소한 상상 하나로 풀어낸 기가 막힌 성장담을 보여주는데 약간 설정이 짬뽕된 느낌은 들지만 이 예측불허함이 그야말로 의외의 성과를 거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SF가 미래 지향적인 장르라면 소수자 이야기와 꽤 일맥상통한 얘기일 수 있겠는데 이 작품은 두 이야기의 맞닿은 점을 활용해 남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이래저래 발상에 감탄했던 작품이다.



 '비거스렁이'


 솔직히 작품의 설정이 아주 확실히 이해되진 않았지만 주인공의 절박함이나 갈등 해소의 느낌만은 절절하게 다가왔다. 여러 세계의 불안정한 연결고리와 틈새에 의해 존재감이 지나치게 흐릿한 주인공의 심리를 엿보는 게 재밌었고 담임이나 현수 등 주변 인물과의 관계도 참 희망적이고 따뜻하게 그려져서 제법 청소년 문학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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