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도둑 4 - 게메트부르를 찾아서
발 타일러 지음, 최소영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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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내가 어렸을 때 이 작품을 읽을 때 다음 편은 언제 나올까 궁금헤했는데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이대로 완결인가 보다. 아니면 작가님이 못 쓰시는 거던가. 여기서 끝나도 괜찮은 엔딩이었지만 그래도 세계관이 더 확장해도 될 듯한데 아쉽긴 아쉽다. 이번 <시간도둑: 게메트부르를 찾아서>는 전편인 '시간 원정대'보다 모든 면에서 확장된 후속작이다. 전편의 등장인물도 그대로 나오고 새로운 캐릭터나 떡밥으로만 등장했던 소재들도 아낌없이 그 정체를 그려내고 있다. 게다가 작가의 창작 동기에 맞게 이번엔 본격적으로 시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평행을 유지하며 똑같이 흘러가는 인간과 가디언의 시간. 하지만 가끔씩 그 두 시간이 어긋나서 동요가 일어날 때가 있다. 가끔씩 일어나는 것이고 조만간 한쪽 시간이 균형을 되찾아 걱정할 필요는 없는 현상인데 일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튄다. 지난 번에 가디언족이 된 꼬마 셋(뤠카족일 때 이름은 훌쩍이)은 지나치게 달라진 환경에 적응을 못해 외로움에 시달렸는데 어쩌다 보니 인간과 우연찮게 만나게 돼 친구가 되고 만 것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시간의 세계엔 커다란 파장이 일게 되고 가디언들은 대책을 찾는데...


 처음에는 무난하게 시작되지만 이윽고 따로 무리를 형성하고 있는 뤠카족 여성들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보이는 게메트부르의 존재, 그리고 지난 번 사건으로 전쟁에 대비하는 - 지들끼리 호들갑 떠는 - 뤠카들 때문에 일이 이래저래 많이 꼬인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가 총 다섯 가지 시점에서 전개되는데 이게 은근히 헷갈렸다. 작가가 어느 정도 조절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여러 갈래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다 보니 복잡했던 건 사실이다. 물론 복잡할 가치는 충분했지만.

 아무래도 이번 편에서 가장 돋보인 건 쉘든 크로라 할 수 있다. 범죄자 기질이 다분했던 그 녀석은 지난 번 사건의 작은 공로 덕에 교화원에 가는 정도로만 죗값을 치루고 있었다. 아직 어리고 불우하긴 했지만 여자애를 납치해서 뤠카족에 넘기려 한 행위는 쉽게 용서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편에도 가디언족의 냉대를 면치 못하는데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지만 나름 불쌍하긴 했다. 하지만 그 녀석이 이번에 다크 히어로나 다름없는 활약을 하다가 이윽고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진주인공임을 깨달았을 때 이 작품의 진가를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소설가 이전에 교육자였던 작가는 아이들에게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역설하려 했던 것이다.


 시간은 지나가지만 다시 지나가기도 한다. 애당초 지나가느니 뭐니 시간에 속성을 부여하는 건 인간밖에 없다. 이처럼 시간을 귀중히 하다 보니 지금의 시간을 잘못 살면 그 영향으로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도 똑같으리라 낙인을 찍는 경향이 있는데 이 작품 속 주인공네들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전편에 비해 비중이 줄어든 소피나 티드만 해도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를 바로잡을 용기와 더불어 그들의 용기를 인정하는 기회를 줌으로써 더욱 값진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쉘든의 잘못은 앞의 둘에 비하면 지독하기 그지없었고 당사자 역시 반성의 기미도 없었지만 똑같이 기회를 줌으로써 이번 편에서는 꽤나 활약한다. 그렇게 되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아이들에게 지나간 잘못만큼 앞으로의 기회를 염려하는 게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극단적인 용서와 기회는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과 다를 바 없을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아이들에게 있어 가디언족이냐, 뤠카족이냐 결정하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결코 기회를 경시할 수 없으리라 본다. 일례로 선택권 없이 반강제적으로 가디언족이 된 셋을 보라. 결과적으로 셋은 가디언족의 따뜻한 그늘에서 살게 됐지만 그건 온전히 셋의 결정은 아니었다. 결국 그 아이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세계에 혼란을 안기지 않았는가. 어떤 사람들은 셋을 상황 파악 능력도 없고 배가 부른 아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원래 아이들은 대체로 그런 법이다. 아니, 아이뿐만이 아니라 자기 결정이 아닌 이상 혼란을 겪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지난 번보다 플롯이 복잡해 읽기 까다롭긴 했지만 그만큼 깊이감이 더해져 완벽한 속편이 아니었나 싶다. 아까 서두에 후속작이 나와도 괜찮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 쉘든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상상에 맡기는 것도 재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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