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도둑 1
발 타일러 지음, 김난령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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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완전 허황된 세계관 속에서 보편적이고 공감 가능한 이야기를 펼치는 게 바로 판타지라는 장르의 매력일 것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시간도둑'은 메타포가 아니라 작중에서 시간을 관장하는 가디언족의 시계인 째깍이를 훔친 뤠카족들을 일컫는다. 가디언족과 뤠카족, 이 두 종족은 빛과 어둠, 고결함과 역겨움, 현명함과 어리석음으로 이분되는데 이 이분의 근거를 어디까지나 환경적 요인, 혹은 이전 세대 때부터 전해진 교육에 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어 퍽 괜찮은 작품이었다. 판타지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라니,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데 - 심지어 영국 소설이다! - 작품은 아주 의외이면서도 작품 주제에 어울리는 주인공을 내세워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작가 소개란에서 저술된 창작 동기와는 약간 겉돌긴 하지만 - 2부는 겉돌지 않는다. -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써 흥미진진했다. 아이들 특유의 순진함과 나약함은 이 소설에서 유난히 이용당하거나 혹은 사건 해결의 열쇠, 혹은 변수로 작용하게 되는데 전직 교사였다는 작가의 시선이 잘 가미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착한 아이, 나쁜 아이라고 흔히 단정 지어 말하곤 하나 그들 스스로가 착함과 나쁨을 의도할 리 만무하거니와 특히 나쁨의 경우 그를 제대로 가르칠 어른이 주변에 없었다면 필연적으로 빠져들게 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불행히도 이런 이해가 면죄가 될 정도로 작은 사건이 작중에서 터지지 않지만 어른들은 엄연히 아이들이 잘못했음에도 나무라지 않고 반성하고 책임을 다하려는 용기와 행동에 경의를 표한다. 이런 태도야말로 아이들을 어른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소설은 상황마다 변수도 터지는 등 몰입감이나 속도감도 뛰어나고 엉성한 듯 보이는 뤠카족들과 그들의 세계에 대한 설정도 주인공 일행의 대척점으로써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도록 존재감을 뿜어내서 꽤 땀을 쥐어가며 읽어내려갔다. 무엇보다 작중에 나온 떡밥을 회수함과 동시에 후속작에 대한 떡밥도 뿌려놔 다음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은근히 재밌고 중독성 넘치는 말투를 사용하는 뤠카족들이 다음엔 또 어떤 무지막지한 사고를 일으킬 것인지, 유례없는 사건을 해결한 다음의 가디언족들은 막 지켜낸 평화와 행복을 어떻게 만끽할 것인지 기대되고 또 기대된다. 정말 어렸을 때 읽어서 걱정했는데 지금 읽어도 재밌어서 반갑고 설레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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