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한 걸음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1
안나 지음, 박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6.9






 이민자 이야기라, 최근 하 진의 <자유로운 삶>을 읽어서 그랬는지 새로진 없지만 퍽 반가운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한국계 작가라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유로운 삶>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품이긴 했지만 한국이라는 키워드가 있어 마냥 동떨어진 얘기처럼 읽히진 않았다. 작가의 국적이 작품을 이해함에 있어 본질적으로 중요하진 않긴 하나 이렇게 주인공의 국적이 한 번 바뀌는 작품에선 얘기가 다르니 절절하게 다가왔다.

 <자유로운 삶>은 천 페이지라는 분량이 버거웠던 반면 이 작품은 너무 짧아서 못내 아쉬웠던 작품이다. 주인공 영주가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대학에 입학할 나이에 접어들며 끝이 나는데 그게 250 페이지에 못 미친다. 전개가 무척 빠르고 나이도 빨리 먹는데 디테일한 묘사보다 주인공 영주의 삶 전반에 걸쳐진 감정선에 대한 가닥을 잡는 작품이라 비슷한 소재라도 느낌은 많이 달랐다. 솔직히 말하면 둘 다 일장일단이지만 둘 다 아쉽고 내 기호와도 맞지 않았다. 비겁하고 폭력을 일삼는 영주의 아빠나 그에 휘둘리는 엄마가 똑같이 자기 딸한테는 한국인처럼 살기를 강요하는 우스운 아이러니가 핵심이라면 핵심인데 어딘가 깊이 있게 묘사되지 않았던 게 불만이었다. 미국에서 한국인처럼 살라니, 상투적인 말이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데 저렇게 인지 능력이 떨어질 수 있나 싶어 읽는 내가 다 답답했다.


 등장하는 인물도 많지 않고 주인공도 나이를 빨리 먹어 가독성은 있었으나 어딘가 내밀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만약 영주가 한국인 이민자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어떻게 보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일 텐데...... 아, 그래서 은연중에 몰입하기 꺼려졌던 탓일까? 너무 디테일해도 문제지만 디테일하지 않게 윤곽만 짚는 식으로 전개되면 자칫 작품이 공허하게 비춰질 공산이 크다. 이 작품만 해도 주인공 영주 말고도 엄마, 아빠, 남동생까지 각각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할 요소가 제법 있었는데 오로지 영주의 시선만 다루니 갈수록 지루하고 평면적으로 읽히지 않았나 싶다. 성장 소설의 갈래에 있어서 영주의 시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나쁘지 않은 연출이지만 이 작품의 또 하나의 테마인 이민자들의 삶과 우여곡절을 생각하면 단순히 한 개인의 삶과 성장이 나아가서 이민자의 삶과 맞물려 모종의 감동을 낳는 데엔 미치지 못했던 건 아무래도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한국 출신임에도 미국 문단에 데뷔한 작가라니까 내심 하 진 같은 작가인 걸까 기대했는데... 기대와 관심이 너무 컸나 보다.



 https://blog.naver.com/jimesking/221312559076

 이건 하 진의 <자유로운 삶>의 포스팅.

저는 반쯤 완성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들에게 "다음은 어떻게 되지?" 하고 묻는 순간에 가장 큰 기쁨을 맛봅니다. 이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 2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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