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박스 세트 - 전8권 - 개정판, 저승편 + 이승편 + 신화편 신과 함께 개정판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9.5






 웹툰으로 저승편까지만 봤고 그것만 봐도 대강의 세계관 파악은 물론 완결성 있게 마무리된 참이라 그 후속편은 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사족이라 생각했기 때문인데 - 이승편만 봤을 때까지만 해도 명백한 사족이라 생각됐다. - 신화편까지 보니 사족이 아닌 진정한 완결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토속 신앙을 차용했다는 점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이 성공작은 누구도 밟지 않은 흰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과 같은 경이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승편은 동명의 영화의 성적을 말해주듯 그 자체로써 거의 완벽하고 이승편은 전편의 인상을 흐릿하게 만들어 약간 실망스러웠고 신화편은 그 전편의 인상을 뒤짚었다.


  <신과 함께>는 착하게 살면 저승에서 대접받고 나쁘게 살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전통적 가치관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사후 세계에서의 보상과 심판은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데 이 작품에선 그걸 분명히 차용해 삶에 대해 다시 마주보게 만든다. 여기서 '착함'과 '나쁨'의 기준이 입체적이지 않고 다소 보편적이고 익히 알고 있는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아쉬우나 - 특히 저승편이 법정물의 형식을 띄고 있는 것에 비해 그 묘미가, 이른바 상황에 따른 '선과 악의 불분명한 경계'가 부각되지 않은 건 아쉽다. 약간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한 셈인데 이건 경우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 교훈과 여운이 좋고 무엇보다 전개 방식이 재밌어 자연스런 몰입이 가능해 과연 흥행하는 작품엔 다 이유가 있는 것이구나 싶었다.

 이승편은 현대의 문제를 들고 와 보다 사회 비판적으로 이야길 끌고 가는데 작가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듯 제법 지루했다. 우리나라의 토속적인 사후관에 따른 설정이 압도적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세계관만 따온 별개의 작품이라 여겨도 무방할 정도다. 전개도 지지부진하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지만 마지막 반전도 비교적 뜬금없던 터라 이래저래 아쉽기만 하다.


 신화편은 작중에서 비중있던 캐릭터와 이름이 한 번 언급되기만 했던 모든 캐릭터들의 번외격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본격적으로 '신화'를 다루기 때문에 흡사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조사와 연구가 빛을 발한 부분인데 읽고나서 우리나라에 이만한 독자적 신화가 있음에도 지금까지 모르고 지냈다는 게 신기하고 아까울 정도였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뭘 한 건지... 이건 만화가 재밌고 어떻고 떠나서 굉장히 의미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었다. 만화로 하여금 이 정도로 공공의 가치를 그리다니 - 만화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 그야말로 만화 그 이상의 성과를 이룩한 게 아니냐며 감탄했다.

 토속적인 저승의 이야기부터 다양한 종류의 신화와  설화까지 다루면서 우화적이고도 섬뜩한 작풍을 변화무쌍하게 구사하는 것을 보고 내가 주호민이란 만화가를 은근히 저평가했단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 <짬>이나 <무한동력>도 좋은 작품이지만 <신과 함께>는 가히 역작이다. - 개인적인 얘기지만 작가가 이 작품의 엄청난 흥행에 안주하지 않고 더 뛰어난 작품을 그려주길 희망한다. 그게 쉽지 않을 걸 알지만...

착하게 살 걸 그랬네요.

저승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그겁니다. - 저승편 2권 17화




사람들은 언제나 책임을 뒤집어 씌울 누군가가 필요한 게 아닐까... 자신의 죄를 대신 뒤집어 써줄 만한 누군가 말이지. - 신화편 1권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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