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서문에서 부터 밝히듯이 이책은 수학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다. 이 말은 단순히 수학을 문명사 속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수학 그 자체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공리를 제시해가며 서술하고 있다는 말이다.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수식을 이해할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굵직한 수학과 수학자들 사이에 있는 수리적 영향들을, 어느 책에서 보다 적실하게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 시대 수학에 대한 영감까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은 수학 세계 자체의 구축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서 드러나는 시대의 인식론들까지 상세히 해명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유클리드, 비유클리드 세계관 차이 정도만을 증명하는 다른 수학사 책과 달리, 이 책은 여태 어떤 책보다 풍부하게 수학사의 미분화를 따라가고 있다. 비록 자료 그 자체이지만.
흔히 우리는 선사시대 연구라면 문명 발달사를 따라가면서 획시기적 유물 및 유적들을 채워넣는 탐구를 먼저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진화론적 문명사 연구만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선사시대인들에게도 제나름의 식문화가 있었고, 현대의 연구방식에 기대 심지어 재현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은 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식문화는 지금 우리의 바와 견주어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는, 그들의 세계와 세계상을 담고 있는 문화이다. 이들 스승인 르루와 그루앙 등등의 이러한 문화사적 고고학연구 계보가 프랑스에는 있는데, 한국에는 영미 연구들만 간간이 번역되어 나오는 실정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