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네간의 경야(經夜)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범우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영문으로도 어렵기로 소문난 책 답게 김종건 씨가 번역한 이 책도 한 눈에 들어오는 책은 아닙니다 . 사실 책이 어렵다 쉽다 말하는 것은 옳은 표현은 아닙니다.  제대로 말하려면  구체적인 예를 들며 이 부분은 문맥상 부적합하고, 그래서 이해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지, 무턱대고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독자입니다.  온갖 신화들과, 온갖 틀과 또 그 속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호하기 짝이 없는 삶의 경계를 언어의 틀로 간신히 담아내려는 작가의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작가는 뜻이 정확한 언어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최선인 언어를 찾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내 손은 너무 차가워 만지지마"라고 말했을 때 "아니야, 내게 내 손은 너무 뜨거워"라고 말하며 가슴안에 손을 품는 장면을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 품어서 따뜻하게 해주어야 할만큼  '차갑다'는 말이 '따뜻하다'는 말로 더 잘 전달되고 있습니다. 피네간의 경야에서 조이스의 언어는 이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지만, 그는 '사람의 아들'들의 안개같은 삶을 담아내려는 언어를 찾아나섰고, 드디어 말년에 사람을 담을 수 있는 안개 같은 언어를 찾아 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이스에게 피네간의 경야의 언어는 필연이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온갖 구절이 상징성으로 윤택하게 빛나는 '더블린 사람들'보다 피네간의 경야는 풍부하긴 하지만 어려운 책입니다. 고전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 책들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네 삶이 어렵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피네간의 경야는 단순히 해독하기만을 원하는 책이 아니라, 그 해독함이 살아가는 것임을, 그리하여 한 권의 책이 아니라 한 권의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난해함이 매력인 책 입니다. 이 책이 쉽다고 말하는 것은 완벽한 가정, 또는 완벽한 인간상을 통해서 구원받는 것이 쉽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 책이 쉽다고 말하는 것은 삶이 쉽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이 말이 과하게 적용되지만 다른 고전도 이 궤도를 벗어나는 어려움은 아닙니다.

  저는 피네간의 경야를 손 가는 대로 평생을 두고 읽을 생각입니다. 백과사전과 기독교사전과 유럽신화사전과 영국역사책을 옆에 두고 읽으면 훨씬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비록 두 가지만 옆에 두고 읽지만요. 그리고 셰익스피어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해독이 더욱 간편하실 것입니다. (문체가 비슷해서가 아니라 셰익스피어 책의 내용을 품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한 페이지를 읽고나서의 그 지적인 상쾌함은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조이스의 문장으로 억지로 말을 만들어 봅니다.  "아롬다운 지지(遲知) 시간(詩間 . 時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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