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맥베스
하야세 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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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익스피어 4대 비극 중 맥베스가 나카이를 둘러싼 음모와 배신들로 눈 앞에 펼쳐진다.

🌃 도아 인쇄를 모회사로 둔 통신시스템 전문 기업인 'J프로토콜'이라는 자회사에 취업한 다카이. 다카이는 입사 11년 차에 과장으로 승진했고 신입 과장 연수에서 고등학교 동창 반과 재회하게 된다.
반을 통해 소식을 들은 나베시마와 셋은 고등학교의 추억을 공유한 동무였다.
그 셋은 우연인지 필연이지 IC카드의 암호화에 관련된 직업을 가지게 됐고 자신들도 알지 못한 채 연극의 무대는 막이 올랐다.
반과 함께 방콕으로 출장을 갔던 다카이는 비행기 문제로 마카오로 회항한다. 그들은 마카오에서 본부장의 전화를 받게 되고 둘의 성과를 칭찬받았다. 그래서 급하게 서둘러 복귀할 것 없다고 하루 머물다 쉬고 오라는 말에 홍콩으로 방향을 잡았다.
카지노에서 시간을 보내고 온 뒷날 일본의 'J프로토콜'에서 유키코의 연락이 왔다. 알고보니 본사에선 인사이동이 한창이었다. 나카이와 반이 'J프로토콜 홍콩' 대표이사와 직원으로 발령이 나있는 상태다. 말이 좋아 대표이사지 유령회사의 바지사장 역할이나 하라는 좌천의 인사발령이었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를 이뤄내 능력을 인정받던 나카이에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거지?
이미 막을 올랐고 다카이만 알고 있지 않았던 무대에 드디어 주인공 다카이가 올라선 것이었다.

✔️p8
가짜 곤룡포를 오래 입어 그 붉은색이 왕관을 노리는 자들의 피로 물든 모략에서 유래했음을 깨달을 무렵에는 왕좌가 어느새 자신의 자리가 되고 가짜 곤룡포도 진짜 붉은색으로 물든다.거기서 여행을 끝낼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여행이었던 왕좌에서 본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잃고 어디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정말로 행복일까?
✔️p29
"당신 의지와는 상관없이 왕이 돼서 여행을 떠나야 해."
카지노에서 생각지 못한 큰돈을 따서 흥분했을 뿐이다. 스스로를 타일러도 그녀의 말은 지친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p96
"애초에 해외사업을 자회사에서 추진하게 된 건 본사에서 해외진출에 소극적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데 본사에서 잘 해나가면 자회사는 필요 없어져. 말하자면 승진이라는 명목의 좌천이야."
✔️p266
그것이 돌아갈 곳 없는 여행의 시작일지라도 후회는 하지 않겠다고, 지상 직원이 체크인 수속을 하는 동안 몇 번이나 다짐했다.(...) 나는 어딘가에 있을 나베시마 후유카를 찾아내야 한다.

🌃 '미필적'이란 사전적 의미는 반드시 그렇지 않거나 확정되지 않은, 또는 그런 것.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으로 정해지지 않은, 또는 그런 것.

이 뜻이 주는 분위기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내내 이어진다. 우연인듯 필연인듯 그렇게 사람들은 만나지고 헤어졌다.
그러다 다시 뜻하지 않게 만나고 만남 뒤엔 배신과 음모만이 그들을 기다렸다.

소설 속에서 맥베스의 큰 스토리를 여러번 설명한다. 주인공과 주변인물들 야망과 음모들이 둘러싼 세익스피어 비극 맥베스가 홍콩과 마카오를 무대로 펼쳐진다고 보면 되겠다.

순수한 시절 고등학교 동창들간의 사랑, 우정, 질투!!
주위 인물들간의 야망에 음모를 모른 척하려해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역으로 음모를 세우는 다카이.
그는 세익스피어 비극 속 맥베스와 같을까. 다를까.
비교하며 읽어보면 또 다른 재미를 더할 것이다.

한 가지의 범주 안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라 읽으면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범죄있고 순수한 첫사랑도 있고 모회사와 자회사의 임원들끼리의 배신도 있는 <미필적 맥베스>를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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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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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을 숨긴 채 서로의 표정과 말만 살피는 사람들.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다.

✂️ 소설을 쓰던 가난한 애덤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실인증에 걸렸다. 배터시 유기견 보호소에서 일하는 어밀리아는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을까 늘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둘은 불타는 사랑을 했다.
이 이상 행복할 수 없다고, 이 사람 이상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애덤이 평소에 존경하는 소설가 헨리의 소설을 시나리오화 하는 일을 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이젠 바라고 원하던 두 사람의 아이만 태어나면 더 바랄게 없었던 그들에겐 천사가 찾아오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에게 더 집중하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삐걱대는 결혼생활.
그들은 속에 담아둔 말들을 아낀 채 상대방의 표정, 행동을 살피기만 할 뿐이었는데...

🐇p26
"주말여행 한 번으로 부부 사이가 나아질까요?"
상담사가 주말여행을 제안하자 어밀리아는 그렇게 물었다.
🐇p69
"당신은 미래에 집중하지 않고 과거에 머물러 있어."(...)
종이학은 한쪽 가장자리가 검게 그을렸지만 대체로 무사하다. 여기까지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여태껏 망설였지만 지금부터 카운트다운이다.
🐇p96
대부분의 시간을 상상의 세계에서 보내는 애덤과 달리 나는 온종일 현실에서 산다. 나는 사람의 얼굴을 봤다고 확신하는 한편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p128
어밀리아에게는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면이 있다. 그만큼 잘 숨기기 때문이다. 동물 보호 단체에서 일하지만 어밀리아는 성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웬만한 숲보다 그늘이 짙은 사람이다.

📃
현실적인 대사들, 서로 무심한 듯한 두 남녀의 모습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부부관계가 안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심리 묘사부분이 바로 서로에게 내비치지 않는 속내를 알게 하는 부분들이었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론 믿지 못하는...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총 4명.
각자의 입을 통해 듣는 이야기는 점점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사람이 저 사람을?
저 사람이 이 사람의?
그 사람이 저 사람을 위해서?
점점 아래로 빠져들게 되는 늪처럼 등장 인물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순간.
반전과 소름돋는 진실은 까무러치게 한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반전.
앞과 뒤, 위와 아래로 뒤집는 반전이 아니라 원기둥을 양 끝으로 잡고 한 쪽은 오른쪽으로 다른 한 쪽은 왼쪽으로 꽈배기처럼 꼬아놓은 반전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그 끝과 다른 사실이 맞물려 또 다른 반전을 준다.
스토리를 생각해내고 실감나게 표현한 작가님의 능력치는 만렙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하다.
힌트들을 모아 추리를 해보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심리 스릴러 좋아하시면
반전 스토리 좋아하시면
힌트들을 모아 직접 결말을 상상해보시는 것도 추천해봅니다.👍👍
아마, 저처럼 다 맞추진 못할거라 장담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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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마이 보이스
데라치 하루나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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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을 속으로만 감추지말고 입 밖으로 내뱉자!!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자는 내용의 소설이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남편한테 도움을 바라느니 얼른 스스로 끝내는게 맘 편한 가정일. 아들 하나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새 10살.
키와는 이와중에 아르바이트도 하는 억척 주부다. 그런 삶 속에서 빨리 정리하고 쉬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불필요한 대화도 시도하지 않는 일상은 평범함으로 가려졌다.
남편과는 큰 말다툼없으니 됐고, 아들의 속마음을 알게 됐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되었다고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아들이 아플 때마다 가던 소아과 2층에 돌봄센터가 생긴다고 한다. 사장이 예전 학창 시절 친구 리에의 남동생 갓치였다. 모자라고 괴짜에다 주변머리도 없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그런 사람이다.
키와는 뭐 이렇게 책임감도 없이 운영하는지 못마땅해하지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서 우연히 돌봄센터에 취업하게 된다.
그날부터 키와는 갓치, 즉 가나토 가나메의 생각과 말들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게 되는데....

🍫p93
내 말을 갖고 싶다.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는 내 목소리를 되찾고 싶다.(...)
누군가의 말을 내 것처럼 하는 게 아닌. 주위로부터 요구되는 말을 찾는 게 아닌. 누구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하며 상상의 윤곽을 모방하는 게 아닌,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
🍪p107
언제부터 이토록 '의견을 주고받는' 일에 서툴러진 걸까.
감정을 언어화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고, 적어도 저에게는 막중한 임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키와는 하고 있었다.
🍬p161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만으로도 힘에 부치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건 아마 요령이 없어서일 것이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탓도 있다. 그런데 남편이 여유 있는 이유는, 그 자질구레한 일들을 모조리 다 내게 떠맡기고 있기 때문 아닌가?
🍭p186
'너무 애쓰는 네가 걱정돼서'라는 뜻이 담겨 있을지언정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듣는 사람이 애쓰지 않는 만큼의 책임을 대신 져주는 것도 아니다. 선의의 말이 사람을 도리어 궁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순간 섬뜩했다. 누군가 씨씨티비로 우리 집을 아니, 나를 감시했나? 내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 소설은 읽는 내내 가슴 조여오는 후회와 부끄러움과 답답함을 가져왔다.

아마도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엄마의 말에 휘둘리는 키와.
남편과의 불화를 막기위해 어떤 것도 시도하지 않는 키와.
아들의 의미심장한 '이런 데 있기 싫어.'라는 쪽지를 보았지만 티나지 않으니 일부러 묻거나 하지 않는 키와.
부당함에 표현하지 못하고 계약직 일자리에서 해고를 당해도 조용히 그만둔 키와.
그런 모습들을 하나하나 바꿔가는 키와를 그린 소설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에 기여한 사람이 바로 애프터스쿨 가네의 사장 '가나토 가나메'가 있었다. 그의 말들은 조용하고 요란하지 않지만 키와의 마음에 꽂혀 두고두고 생각나게 한다.
마치, 불편한 편의점의 독고랄까.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키와의 모습을 보는 마음은 벅찼다.

키와의 독백, 생각들은 어제, 혹은 과거의 어느 날 내가 했던 속마음들과 같아서 순간 멈칫하곤 했다.
내가 클 때, 애들을 키우면서, 남편과의 다툼이 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 복사하고 붙여넣기 한 듯 똑같아서 헛웃음이 났다.
내 모습을 제 3자를 통해서 보니 참으로 한심했으니 말이다.
소설이지만 꼭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학교엄마들 사이에서 힘든 당신에게,
남편과의 대화 단절로 고민인 당신에게,
엄마와 애증의 관계인 딸들에게,
아이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한 당신에게,
속마음을 꽁꽁 숨긴채 사는 세상에 무수히 많은 당신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합니다.

🌟가나토 가나메의 말들 중

"키와 씨에게는 간단한 거겠죠. 똑같은 일을 누구나 똑같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할 줄 아는 일은 '나 할 줄 알아. 대단하지?'하고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요?"

"멀리 떠나고 싶어 하는 건 아이의 본능이지 않을까요?(...)
자립심이 커지고 있단 증거니까요. 부모 곁을 영영 떠나기 싫다며 지나치게 의존하는 쪽이 외려 걱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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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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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작별의 건너편 안내인입니다.
이 곳의 규칙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작별의 건너편을 찾아온 사람에게는 현세에 있는 존재와 한번 더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2. 허락된 시간은 24시간, 꼬박 하루라는 시간이다.
3. 평소와 똑같이 생활할 수 있고, 다른 이와 대화도 할 수 있다.
4. 단, 현세에서 만날 수 있는 존재는 '당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존재' 뿐이다.
5. 당신의 죽음을 알고 있는 존재를 만나게 되면 현세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작별의 건너편'으로 강제 소환된다.

아무쪼록 후회없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 히어로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저녁거리를 사서 집으로 가던 길에 트럭에 치일 뻔한 강아지를 구하다 사고를 당했다.
갑자기 일어난 사건으로 4살 아이와 남편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가족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 '작별의 건너편' 4번 규칙에 위배된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내 가족들을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p32
두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는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우면서도 한없이 멀었다.
만나지도 못할 거면서 이 집에 돌아온 건 역시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이토록 가까이 있는데도 말 한마디 건넬 수 없다니, 흡사 나만 홀로 위험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 방탕한 아들
술만 퍼마시다 간견병으로 죽은 야마와키. 그는 안내인이 권하던 커피를 마다하고 술은 없냐고 하는 안하무인 캐릭터였다.
보고 싶은 사람 없다. 후회되는 일도 없다고 큰소리만 치던 그는 갑자기 떠올린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 안내인은 조급하게 누군가를 권하거나 왜 그런 사람을 만나느냐는 말도 없이 하루를 그와 함께 했다.
비디오대여점에 비디오를 반납하러 간 야마와키는...
☕️p87
비디오 대여점의 모히칸 점원을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마지막 재회는 끝이 났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상한 운명 같은 것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모히칸 점원도 아버지와 같이 괴수 영화를 보러 갔던 추억을 늘어놓았다.
시대는 다르지만 나도 같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어쩌면 점원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이 선택지를 떠올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제멋대로인 당신
그 날 저녁이었다.
어제와는 다른 저녁밥상을 보고 화가 났다. 밥상을 엎고 집 밖으로 나갔고 그 길로 사고가 났다.
그렇게 '작별의 건너편'으로 오게 됐다.
다른 누구도 아닌 '사야카'를 만나러 가야만 한다. 하지만 눈물이 많은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걱정이 앞서는데...
☕️p139
나는 깨달았다.
내 진심이 무엇인지를.
만나러 가자.
어느새 나는 달리고 있었다.
빗속을 정신없이 달렸다. 몸이 젖건 말건 아랑곳없었다.
지금은 오로지 사야카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3개의 사연 속 주인공들.
갑작스러운 죽음은 본인도 주위사람들도 받아드리기 어렵기만 했다.

단 하루,
그 시간동안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작별의 건너편'엔 안내인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서두르거나 호들갑떨지 않는다. 늘 달달한 커피를 건내며 충분히 생각하라는 말을 남기고 커피 맛을 음미하곤 했다.
그렇게 따라나선 안내인은 따져묻거나 시간이 얼마 없다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가끔 한마디씩 던지는 말엔 주저하던 사연 속 주인공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도 어떤 사연이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며 마시던 커피는 생전에 그가 사랑하던 사람이 좋아하던 커피였을까. 그 커피를 마시는 동안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어서 천천히 마시는걸까.
사연 속 주인공들에게 후회하지 말고 꼭 만나보라고 하는 말은 말은 혹시 커피를 마시며 떠올리는 그 사람을 만나러 갈 용기를 내지 못한 것엔 대한 마음일까.

그래서 안내인은 그곳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꼭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게 길을 인도하고 있는건 아닐까.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봤다.
누구를 만나러 가고 싶을까.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운 친구들, 꼭 만나보고 싶었던 유명인들...
하지만 누구보다 가족인 것은 소설 속 주인공들과 다르지 않았다.

눈물샘 자극하는 따뜻한 휴먼스토리.🥲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힐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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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와 포피
로리 프랭클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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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지와 펜은 대학 때 만난 부부다.
병원에서 하루를 꼬박 일하고 또 일하는 로지를 대기실에서 로지의 근무시간 내내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예비 작가 펜의 로맨스는 특별했다.
그들은 넓은 농장의 한 가운데 위치한 집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첫째 루, 둘째 벤, 셋째와 넷째는 쌍둥이 리겔과 오리온이었다. 딸을 낳기 위한 노력은 끝이 없었고 부부는 이번엔 꼭 딸일거라며 아들 넷을 키우고 있으면서 또 임신을 하게된다.
그 아이가 바로 클로드.
아이는 돌 전부터 말을 시작했고 두돌이 막 지날 땐 완벽한 문장으로 말을 했다.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냐는 숙제에 자신의 주장이 담긴 글을 스스로 쓸 줄 아는 영민한 아이였다.
다만 위의 형들과 다르게 클로드는 좀 더 감성적이고 예민했다.
원피스를 입고 싶어하고 공주가 되고 싶어하는 이상한 아이였다.
그러나 의사생활을 하면서 알고 있던 로지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펜은 아이의 특별한 취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기에 이른다.
유치원에 입학할 때부터 클로드는 원피스를 입고 치마를 입고 머리를 기르며 포피로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포피도 나이는 점점 먹어가고 진급 할수록 포피의 새로운 출발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p67
"난 커서 여자아이가 되고 싶은데, 다 크고 나면 난 더 이상 아이가 아니잖아요."
"여자 농부나 여자 과학자도 있어요?"
"그럼 그게 되고 싶어요. 여자 과학자."
👙p169
유치원생들 사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남자아이가 어느 날 여자아이로 변하는 것이 그들의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p521
모든 삶. 끝나서 완성되는 삶은 없어요. 무엇이 되는 게 아니라 되고 있는 것이죠. 알겠어요? 삶은 변화의 연속일 뿐이니 아직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예요. 당신도, 포피도, 모두 다 마찬가지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변해요.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변해요. 전과 후를 구분할 수는 없어요. 변화하는 것이 삶이니까. 변화하는 속에서 살고, 그 중간에서 사는 거예요."
👙p534
"넌 포피여야 해. 그게 어렵다고 해도. 집에서 살 때 우리가 한 잘못은 포피로 사는 걸 쉽게 만들려고 했던 거야. 포피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네가 포피로 사는 걸 도와주는 거지. 그게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일들 중 하나를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특별히 무겁다거나 가볍지 않은 일들 중 단 하나일 뿐이라고 표현한다.

루는 모든 동아리에서 대표를 맡을 정도로 활동적이고 못하는게 없는 아이다.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선 역사를 낙제하고 친구와 치고받고 싸우는 일로 부모님을 학교로 오게 만드는 질풍노도의 시기도 겪었다.
벤은 늘 책을 읽는 아이였다. 학교 진도보다 아는 것이 많은 아이는 월반을 신청하게 될 정도였다. 새로 이사간 집 이웃에 있는 한 여학생을 사랑하게 되면서 하지 말아야 할 말들도 해버리고 만다.
리겔은 뜨개질을 좋아하는 아이이고
오리온은 이상한 옷을 입고 이상한 코스튬을 입는걸 좋아하는 아이다.
클로드는 여자아이들처럼 옷을 입고 싶어하는 아이였을 뿐이다.

그렇게 로지와 펜의 의식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클로드의 변화를 인정해주고 아들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부모였다.
너무 잘 해줘서 오히려 클로드는 크면서 점점 상처에 노출되게 되고 아이의 고통과 분노와 방황들은 시작된다.

유치원 때, 초등학교 입학 후, 학교 친구들에게 들킨 후의 이야기로 구분되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얼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읽은 퀴어 책은 자극적인 묘사나 상처받은 마음을 상당히 자세하게 표현한 책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아이의 정체성을 다루는 이야기여서 그런 자극적인 내용은 없다. 하지만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삶의 어려움과 분노는 아이여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갈등과 방황 또한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나에게 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야.'라는 생각을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애 키우는 행복과 고충은 말로 표현이 어렵다. 그런 모든 것이 담긴 책.
단순히 퀴어소설이라기 보단 육아바이블 한권 읽은 기분이었다.

#클로드와포피 #로리프랭클 #김희정옮김 #알마 #퀴어소설 #소설소개 #도서협찬 #서평후기 #완독후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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