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 엠티 - 남김없이 살아라
토드 헨리 지음, 이도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마흔을 지나 쉰을 바라보는 요즘, 왠지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일을 챙기며 하루하루 바쁘게 살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늘 뒷전이었기 때문일까.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집안일이 줄어들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시작하겠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늘 목에 가시처럼 신경쓰였다. 몇 년 전보다 지금이 좀 더 여유가 있지만, 좀처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자리다.

토드 헨리의 <<다이 엠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내 생활을 돌아봤다. 우리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도 내일이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눈앞에 놓인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가고, 정작 내가 원하는 일은 또 내일로 넘어간다. 나도 하고 싶은 일을 미루면서 늘 그럴듯한 이유를 붙였다. 정말 시간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시작할 용기가 부족했던 걸까.

<<다이 엠티>>에서 말하는 다이 엠티(Die Empty)는 내 안에 있는 재능과 가능성을 다 쓰고 세상을 떠나라는 뜻이다.
저자는 내가 가진 재능을 기여하는 과정을 설계, 구현, 연결이라는 세 단계로 설명한다. 내가 가진 능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나는 늘 글을 더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는 망설였다. 독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면 지금도 충분히 바쁜데 굳이 일을 더 벌여야 할까 싶었다. 또, 내가 가진 어중간한 능력도 과연 타인에게 도움이 될까 두렵기도 했다. 아무도 관심이 없을까 봐.

나도 지금 생활에 큰 불만은 없다. 그래도 무언갈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가 괜히 시간만 낭비하면 어쩌나 싶고, 지금도 바쁜데 일을 더 만들 필요가 있을까 고민된다. 시간이 부족해서, 아직 준비가 덜 돼서, 가족에게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서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다 보니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그 안에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려면 먼저 자신의 우선순위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일을 잘하려고 애쓰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것부터 정리해 보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같다.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지금 당장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은 많고 하루는 바쁘다. 그래도 글쓰기 공부나 새로운 콘텐츠 기획처럼 미뤄둔 일들을 하나씩 시작해야겠다. 가족을 위한 시간도 나를 위한 시간도 내가 운영하기 나름이니까.

쉰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에 조급해하면서도 정작 새로운 일을 시작할 생각은 미뤄왔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기다리는 여유로운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싶었다.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지금 해보고 싶은 일을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내 안에 있는 가능성을 남은 삶에서는 꺼내 써야겠다.

<<다이 엠티>>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망설이는 사람,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 바쁜 일상에 밀려 중요한 목표를 자꾸 미루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지금보다 더 의미 있게 시간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의 조언을 따라 행동해보시길 바란다.


>> 이 서평은 필름출판사(@feelmbook)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다이엠티 #토드헨리 #필름#자기계발서 #동기부여책 #인생책추천 #마흔후반 #쉰을앞두고 #인생의전환점 #자기성장 #삶의우선순위 #시간관리 #실행력 #나를위한시간 #독서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바나나가 국경을 넘는 법, 무역과 관세 ㅣ 미래생각발전소 25
김영모 지음, 박지연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주 전, 비문학 지문을 읽던 아이가 갑자기 관세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아이와 함께 자료를 찾아보며 관세가 무엇인지 공부했는데, 막상 설명하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분명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경제 용어도 아이에게 설명하려니 막막했다. 그래서 <<바나나가 국경을 넘는 법_무역과 관세>>를 함께 읽었다.

마트에서 쉽게 사 먹는 바나나 한 송이에도 여러 나라의 생산과 운송, 무역 과정이 담겨 있다. 바나나는 어떻게 국경을 넘고, 나라마다 가격은 왜 다를까? 이 책은 바나나가 우리 식탁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며 무역과 관세의 세계를 들려준다. 아이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경제 이야기를 역사와 다양한 사례로 풀어낸 점이 재밌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에서는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부터 대항해 시대의 무역선, 오늘날의 거대한 컨테이너선까지 무역의 역사를 다룬다. 비단과 향신료가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그림으로 설명해 주어 아이도 관심을 보였다. 물물교환에서 조개껍데기와 금속 화폐, 지폐로 이어진 화폐의 역사도 소개한다. 금본위제와 변동 환율처럼 평소 접하기 어려운 경제 개념도 만날 수 있었다.

후반부에서는 자유 무역과 보호 무역, 관세, 무역 수지, FTA 등 본격적인 경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국의 양모 수출 금지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성장 과정도 소개한다. K-팝과 K-푸드가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며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반도체와 희토류를 둘러싼 경쟁처럼 최근 뉴스에서 자주 듣는 내용도 다룬다.

다만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아이가 읽기에는 생각보다 내용이 묵직하다. 처음에는 바나나와 무역선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지만, 환율이나 관세처럼 낯선 개념이 이어지자 점점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한 번에 끝까지 읽기보다 며칠에 걸쳐 나눠 읽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잠시 멈춰 설명하고, 뉴스에서 봤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에게 어려웠던 부분은 경제 용어 자체보다 여러 개념을 연결해서 이해하는 일이었다. 관세를 높이면 수입품 가격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환율이 변하면 우리가 사는 물건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려면 앞에서 배운 내용까지 연결해야 했다. 나 역시 아이에게 설명하려고 책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많았다. 평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경제 용어였지만, 설명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모르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도 유익한 독서였다. 관세나 환율이라는 단어를 들어도 정확히 어떤 원리로 물건값에 영향을 주는지 설명하려면 막막했는데, 아이와 함께 읽으며 경제 관련 정보를 더 단단히 정립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보다는 사회와 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쌓인 초등 고학년에게 더 추천한다. 특히 경제 뉴스를 접하기 시작하거나 세계 여러 나라의 관계에 관심이 생긴 아이라면 배경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4학년 아이에게는 조금 어려웠지만, 모르는 내용을 함께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이번 독서를 통해 아이가 관세와 환율, 국가 간 무역 경쟁, 우리나라의 수출까지 조금이도 이해했길 바란다. 무엇보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자기만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몇 주 전 관세의 뜻을 물었던 아이가 이제는 그 개념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었을까. 다음에 경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이가 먼저 아는 척하며 설명해 준다면 반가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냥 해 -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당신을 움직일 뇌과학과 심리학
김권수 지음 / 다반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계획을 실행하는 일이다. 새해가 되면 꼭 하고 싶은 일도, 이루고 싶은 일도 많아진다. 새로운 목표를 적고 이번에는 달라지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중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거창한 목표 앞에서 주눅이 든다. 하루라도 계획이 밀리면 다음 날 그 몫까지 해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친다. 그러다 부담은 점점 커지고, 결국 주저앉는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채 한 해가 끝나기도 한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계획부터 세우는 편이다. 독서와 글쓰기, 블로그 운영처럼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하루에 할 일을 잔뜩 정해놓고 정작 몇 가지도 끝내지 못한 채 지치는 날이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다음 날 다시 만회하려고 더 많은 일을 적는다. 결국 계획은 점점 무거워지고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내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김권수 저자의 <<그냥 해>>를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는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책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왜 마음이 먼저 움츠러드는지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풀어낸다. 뇌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만나면 실패나 불확실성을 경계하고, 가능하면 기존의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여기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지면 행동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평소 의지 문제라고 여겼던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내가 일을 미루는 순간들을 떠올려 보니 능력이 부족해서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시작부터 결과를 걱정하고 완벽한 모습을 기대했던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의욕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책에서 말하는 작업흥분은 일단 시작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살아나는 현상이다. 나 역시 글을 쓰기 전에는 막막하다가 첫 문장을 적고 나면 조금씩 속도가 붙는다. 책을 읽으며 내가 이미 경험했던 일이 뇌의 작동 방식과 연결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결국 시작하기 전부터 의욕이 넘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스로 지치게 만들었다. 해야 할 일을 잘게 나누기보다 한 번에 해내려고 했고, 작은 성과보다 부족한 결과부터 바라봤다. 그러니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정하고 바로 움직여 보려 한다. 글쓰기라면 한 문단, 독서라면 몇 쪽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제 계획이 밀렸다고 다음 날의 나에게 두 배의 숙제를 남기지는 않으려 한다. 오늘 못한 일은 오늘의 몫으로 남겨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려 한다. <<그냥 해>>는 목표를 세우고도 실행하지 못해 자책하는 사람, 완벽하게 준비하려다 시작을 미루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처럼 계획표는 빼곡하지만 실천이 늘 아쉬운 사람이라면 책을 읽으며 자신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7인의 증인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스터리 소설을 읽을 때 내가 가장 흥미롭게 느끼는 순간은 이미 끝난 사건이 새로운 시선으로 뒤집히는 순간이 아닐까. <<7인의 증인>>은 범인이 밝혀지고 재판까지 끝난 사건에 누군가 의문을 품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새로운 진실이 있음을 암시하는 작품이라 작은 힌트라도 발견하려는 자세로 읽기 시작했다.

1년 전, 한 청년이 대기업 직원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체포된다. 일곱 명의 증인이 그의 범행을 목격했다고 진술했고, 청년은 결국 감옥에 갇힌다. 그런데 복역 중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된 듯했다. 어느 날 경시청의 도쓰가와 경부와 당시 사건을 증언했던 일곱 명이 외딴섬에서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는.

섬에는 1년 전 살인 사건이 벌어졌던 거리와 똑같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누군가 막대한 돈과 노력을 들여 사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죽은 청년의 아버지다. 아들의 무죄를 믿었던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일곱 명의 증인을 강제로 섬에 데려왔다. 그리고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시 들려달라고 요구한다.

이미 재판까지 끝난 사건을 무인도에서 다시 조사한다는 설정부터 흥미진진했다. 오랜 시간 증인들의 행적과 진술을 조사하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며 사건의 빈틈을 파고든 청년의 아버지.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집요했다.

이야기는 일곱 명의 증언을 하나씩 들려주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증인은 또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졌다. 증언이 이어질수록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일곱 명이 같은 사건을 증언했는데, 정말 모두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복잡한 수사 과정이 길게 이어지는 대신 증인들의 대화 속에서 모순을 찾아내고, 감춰져 있던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법정 드라마에서 증인의 말을 하나씩 따져 묻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는 장면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나도 모르게 다음 증언을 통해 밝혀질 새로운 진실을 기대하게 됐다. 게다가 클로즈드 서클 상황에서 새로운 살인 사건까지 벌어져, 긴장감은 키웠다.

일곱 명의 증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까? 일곱 명의 입에서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해서 그 말이 과연 진실일까? 범인의 아버지가 오랜 시간 증인들의 진술을 조사하고 작은 허점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이유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마지막까지 누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증언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추리하는 재미가 컸다.

<<7인의 증인>>은 사람들의 진술을 따라가며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재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래전에 발표된 클래식 미스터리인데도 이야기의 출발부터 마지막 추리까지 흥미롭게 읽힌다.
여러 사람의 증언을 비교하며 범인을 추리하는 클래식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법정 드라마처럼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는 재미에 도파민 터지는 시간을 즐기고 싶은 독자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죽음 리허설 -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 ㅣ 세계척학전집 8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보통 '오늘 바쁘니 다음에 연락해야지',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함께할 시간이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지인의 장례를 치르며 그 믿음이 얼마나 막연한 것인지 실감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남은 가족들은 슬퍼할 틈도 없이 장례 절차와 여러 현실적인 일을 챙겨야 했다. 조문을 오신 어르신들이 “다음엔 내 차례겠구나”,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 혼자 남았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평소에는 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언젠가 떠나겠구나.'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때 이클립스의 <<죽음 리허설>>을 읽었다. 죽음을 연습한다는 말이 낯설고 조금은 섬뜩하기도 하다. 살아가는 일에도 연습이 없는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죽음 자체보다 지금 살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 책은 프로이트와 붓다, 에피쿠로스, 몽테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상가들의 생각을 따라간다. 철학자뿐 아니라 의사와 심리학자, 소설가 등 죽음을 깊이 고민했던 스물다섯 명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자기 죽음을 상상하는 실험부터 사형수의 마지막 말까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서로 다르고 때로는 정반대다. 어느 한쪽의 답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여러 관점을 읽으며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남겨진 사람의 슬픔까지 생각하면 죽음에 좋고 나쁨을 쉽게 붙일 수 있을까.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는 말로 한 사람의 마지막을 너무 간단히 정리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각자의 사건이고, 보내는 사람에게는 저마다 다른 무게로 남는다. 최근 장례식에서 느꼈던 마음과 겹쳐져 많은 문장에서 멈췄다.

또 기억에 남은 것은 좋은 죽음을 맞는 방법보다 마지막까지 좋은 삶을 살아가는 데 마음을 두자는 생각이었다. 죽음을 준비한다며 남은 날을 계산하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지금 누리는 평범한 시간과 곁에 있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자는 마음이 커졌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하겠다고 미뤄 둔 일들도 얼른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만약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면 지금 나를 괴롭히는 걱정은 여전히 크게 느껴질까. 타인의 평가나 사소한 다툼보다 정말 소중한 사람과 하고 싶었던 일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던 죽음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다가오니 내가 무엇에 마음을 쓰며 살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됐다.

책을 읽는다고 내일의 걱정이 없어지거나 하루가 갑자기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바쁘고 때로는 가까운 사람에게 서운하게 할 것이다. 그래도 죽음을 삶의 끝에 놓고 오늘을 바라보니, 다르게 보였다. 좋은 마지막을 맞는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오늘을 조금 더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책을 덮은 뒤에, 장례식장에서 들었던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다음에 해야지 하고 미뤄 둔 말이 있다면, 그다음이 오기 전에 건네야겠다.
<<죽음 리허설>>은 죽음에 관한 철학과 삶의 질문을 어렵지 않게 만나고 싶은 사람, 소중한 이를 잃은 뒤 남은 시간과 관계를 돌아보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