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증인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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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을 읽을 때 내가 가장 흥미롭게 느끼는 순간은 이미 끝난 사건이 새로운 시선으로 뒤집히는 순간이 아닐까. <<7인의 증인>>은 범인이 밝혀지고 재판까지 끝난 사건에 누군가 의문을 품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새로운 진실이 있음을 암시하는 작품이라 작은 힌트라도 발견하려는 자세로 읽기 시작했다.

1년 전, 한 청년이 대기업 직원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체포된다. 일곱 명의 증인이 그의 범행을 목격했다고 진술했고, 청년은 결국 감옥에 갇힌다. 그런데 복역 중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된 듯했다. 어느 날 경시청의 도쓰가와 경부와 당시 사건을 증언했던 일곱 명이 외딴섬에서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는.

섬에는 1년 전 살인 사건이 벌어졌던 거리와 똑같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누군가 막대한 돈과 노력을 들여 사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죽은 청년의 아버지다. 아들의 무죄를 믿었던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일곱 명의 증인을 강제로 섬에 데려왔다. 그리고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시 들려달라고 요구한다.

이미 재판까지 끝난 사건을 무인도에서 다시 조사한다는 설정부터 흥미진진했다. 오랜 시간 증인들의 행적과 진술을 조사하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며 사건의 빈틈을 파고든 청년의 아버지.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집요했다.

이야기는 일곱 명의 증언을 하나씩 들려주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증인은 또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졌다. 증언이 이어질수록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일곱 명이 같은 사건을 증언했는데, 정말 모두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복잡한 수사 과정이 길게 이어지는 대신 증인들의 대화 속에서 모순을 찾아내고, 감춰져 있던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법정 드라마에서 증인의 말을 하나씩 따져 묻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는 장면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나도 모르게 다음 증언을 통해 밝혀질 새로운 진실을 기대하게 됐다. 게다가 클로즈드 서클 상황에서 새로운 살인 사건까지 벌어져, 긴장감은 키웠다.

일곱 명의 증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까? 일곱 명의 입에서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해서 그 말이 과연 진실일까? 범인의 아버지가 오랜 시간 증인들의 진술을 조사하고 작은 허점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이유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마지막까지 누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증언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추리하는 재미가 컸다.

<<7인의 증인>>은 사람들의 진술을 따라가며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재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래전에 발표된 클래식 미스터리인데도 이야기의 출발부터 마지막 추리까지 흥미롭게 읽힌다.
여러 사람의 증언을 비교하며 범인을 추리하는 클래식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법정 드라마처럼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는 재미에 도파민 터지는 시간을 즐기고 싶은 독자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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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리허설 -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 ㅣ 세계척학전집 8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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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오늘 바쁘니 다음에 연락해야지',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함께할 시간이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지인의 장례를 치르며 그 믿음이 얼마나 막연한 것인지 실감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남은 가족들은 슬퍼할 틈도 없이 장례 절차와 여러 현실적인 일을 챙겨야 했다. 조문을 오신 어르신들이 “다음엔 내 차례겠구나”,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 혼자 남았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평소에는 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언젠가 떠나겠구나.'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때 이클립스의 <<죽음 리허설>>을 읽었다. 죽음을 연습한다는 말이 낯설고 조금은 섬뜩하기도 하다. 살아가는 일에도 연습이 없는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죽음 자체보다 지금 살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 책은 프로이트와 붓다, 에피쿠로스, 몽테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상가들의 생각을 따라간다. 철학자뿐 아니라 의사와 심리학자, 소설가 등 죽음을 깊이 고민했던 스물다섯 명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자기 죽음을 상상하는 실험부터 사형수의 마지막 말까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서로 다르고 때로는 정반대다. 어느 한쪽의 답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여러 관점을 읽으며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남겨진 사람의 슬픔까지 생각하면 죽음에 좋고 나쁨을 쉽게 붙일 수 있을까.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는 말로 한 사람의 마지막을 너무 간단히 정리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각자의 사건이고, 보내는 사람에게는 저마다 다른 무게로 남는다. 최근 장례식에서 느꼈던 마음과 겹쳐져 많은 문장에서 멈췄다.

또 기억에 남은 것은 좋은 죽음을 맞는 방법보다 마지막까지 좋은 삶을 살아가는 데 마음을 두자는 생각이었다. 죽음을 준비한다며 남은 날을 계산하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지금 누리는 평범한 시간과 곁에 있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자는 마음이 커졌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하겠다고 미뤄 둔 일들도 얼른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만약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면 지금 나를 괴롭히는 걱정은 여전히 크게 느껴질까. 타인의 평가나 사소한 다툼보다 정말 소중한 사람과 하고 싶었던 일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던 죽음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다가오니 내가 무엇에 마음을 쓰며 살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됐다.

책을 읽는다고 내일의 걱정이 없어지거나 하루가 갑자기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바쁘고 때로는 가까운 사람에게 서운하게 할 것이다. 그래도 죽음을 삶의 끝에 놓고 오늘을 바라보니, 다르게 보였다. 좋은 마지막을 맞는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오늘을 조금 더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책을 덮은 뒤에, 장례식장에서 들었던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다음에 해야지 하고 미뤄 둔 말이 있다면, 그다음이 오기 전에 건네야겠다.
<<죽음 리허설>>은 죽음에 관한 철학과 삶의 질문을 어렵지 않게 만나고 싶은 사람, 소중한 이를 잃은 뒤 남은 시간과 관계를 돌아보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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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동사 도감 - 쏙쏙 머리에 들어오는
Mayu.Forrest Baker 지음, nankaiine 일러스트 / 더북에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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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영어로 말해야 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외국인이 길을 물었을 때 방향을 설명하고 싶은데 ‘왼쪽으로 가세요’라는 간단한 말조차 머뭇거린 적이 있다. 분명 학교에서 배웠던 단어인데 막상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알고 있는 단어를 실제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려면 어휘를 꾸준히 익히고 반복해서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쏙쏙 머리에 들어오는 영어 동사 도감>>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 선택한 책이었다.

처음에는 get, go, take, put, look처럼 학창 시절에 배웠던 익숙한 동사들이라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그런데 하나의 동사에서 여러 구동사가 만들어지는 걸 보니 평소 알고 있던 단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전치사나 부사 하나가 붙으면서 뜻과 쓰임이 달라지는 표현이 꽤 많았다.

아이들과 책을 펼쳐 그림을 보며 동사의 의미를 먼저 살펴봤다. 글로 설명된 뜻을 외우는 것보다 그림을 함께 보니 이해하기 쉬웠다. 그다음 예문을 소리 내어 읽고 QR코드로 제공되는 음원도 들었다. 원어민의 발음을 따라 말해보고, 익힌 표현을 문장 속에 넣어 직접 말해보기도 했다.

책을 보면서는 쉽게 읽었던 표현도 음원을 끄고 직접 말하려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낯선 표현을 어려워했다. 그림을 다시 확인하고 예문을 여러 번 읽으며 익숙해지도록 계속 따라 읽었다.

책은 기본 동사 5개, 10개, 15개, 20개를 다루는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동사마다 관련 구동사와 관용 표현, 실제 회화 예문이 이어지고 장마다 퀴즈와 연습문제도 있다. 우리도 한꺼번에 여러 동사를 공부하기보다 하루에 하나씩 정해 그림을 보고 음원을 들었다. 예문을 따라 읽은 뒤에는 눈을 감고 외워서 발음해보기도 했다. 배운 표현을 직접 사용해보니 그냥 읽고 넘어갈 때와는 또 달랐다.

개인적으로 QR코드 음원이 큰 도움이 됐다. 핸드폰으로 음원을 재생해두면 책을 보면서 듣고 따라 할 수 있고, 다른 일을 할 때도 반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영어 공부를 위해 따로 긴 시간을 내기 어려울 때 활용하기 좋았다.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영어는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느냐보다 알고 있는 단어를 얼마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새로운 단어를 더 외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기본 동사부터 다시 익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어가 갑자기 쉬워진 건 아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구동사를 이제는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아이들과 소리 내어 읽어보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한 동사씩 익히며 우리 집 영어 공부에 꾸준히 활용해보고 싶다.

이 책을 영어 단어는 많이 알고 있지만 회화에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 기본 동사와 구동사를 익히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듣기와 말하기, 어휘 공부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책이라 활용도가 높은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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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랑지
김윤희 지음, 여름밤 그림 / 길벗어린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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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가수가 추천한 책이라 <<쥐꼬랑지>>가 궁금했다. 제목만 보고는 생쥐가 주인공인 귀여운 동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쥐꼬랑지는 쥐 꼬리를 닮은 회색 곱슬머리 때문에 사람들이 한 소녀에게 붙인 별명이었다.
이름보다 쥐꼬랑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쓰였다. 나도 쥐 꼬리를 닮은 머리카락을 가졌다면 싫었을 것 같다.

아이 넷을 키우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참 많이 말했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부터 아이들을 비교했던 순간이 있었다. 누구는 공부를 잘하고, 누구는 야무지고, 누구는 성격이 좋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때는 잘되라고 하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그 말을 어떻게 들었을까 싶다. 혹시 비교한다고 느끼진 않았을까 염려됐다.

쥐꼬랑지는 뜨개질을 아주 잘한다. 처음에는 누군가 그 솜씨를 알아봐 준다는 게 반가웠다. 그런데 읽을수록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쥐꼬랑지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스웨터를 만들고 싶은지보다 그 솜씨로 좋은 결과를 내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친구 아멜리아조차 쥐꼬랑지의 재능을 이용해 자신이 대회에서 일등을 하려고 했으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아이가 무언가를 잘하면 ‘잘하네’에서 끝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럼 이것도 해보자’, ‘조금만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로 넘어갔다. 아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 순간 나는 결과를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 역시 그랬던 순간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코지모의 행동이 마음을 움직였다. 가슴에 분홍색 털이 난 작은 생쥐 코지모는 쥐꼬랑지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 털실을 건네고 이야기를 들려주며 쥐꼬랑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기만 한다. 쥐꼬랑지가 끔찍하게 여기던 회색 머리카락도 코지모는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능력과 연결해 바라봐준다.

‘나는 그때 어떤 엄마였지?’
아이가 속상해할 때 해결 방법부터 말하지는 않았는지, 친구 문제로 힘들어할 때 누구의 잘못인지부터 따지지는 않았는지, 아이가 잘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좋아하는 마음보다 성과를 먼저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지나간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쥐꼬랑지는 결국 다른 사람이 원하는 스웨터가 아니라 자신이 만들고 싶은 스웨터를 만든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코지모처럼 묵묵히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정한 답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아이 넷을 키웠지만 지금도 어디까지 이끌어주고 어디서부터 기다려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아이보다 늘 한발 먼저 답을 찾아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쥐꼬랑지>>를 읽고 답을 주는 엄마보다 코지모처럼 옆에 있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인데 나는 자꾸 우리 아이들과 지나온 시간이 떠올랐다.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부족한 점만 자꾸 눈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그리고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한발 앞서 가고 있는 부모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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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
탁민 오 지음 / 탁희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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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넷을 키우다 보면 같은 말을 했는데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하고 자주 느낀다. 남편까지 다섯 사람의 생각을 맞추려다 보면 집 안에서도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 싶은 순간이 생긴다. 특히 우리 집은 남편이 가부장적인 편이라 서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준이 다를 때가 많은데, <<명료함>>을 읽으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우리 부부를 자주 떠올렸다.

책에서 말하는 ‘모호함’은 모두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각자 생각하는 ‘잘하는 방식’이 다른 상태를 말한다. 회사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리더가 먼저 자신의 머리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고,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 이 책은 CEO나 팀장이 읽는 리더십 책으로 보였다. 그런데 읽다 보니 가족 관계에도 가져와 생각해 볼 내용이 많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알아서 잘할 거라 믿어”라고 말했고, 남편에게는 “이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생각해 보면 아이도 남편도 내가 말하지 않은 기준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싶다.

‘구체적인 것이 곧 친절한 것’
좋은 행동, 책임감, 배려처럼 듣기에는 좋은 말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모습이 다르다. 책에서는 다른 해석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구체화하라고 한다. 나는 ‘집안일 좀 도와줘’라고 말해 놓고 내가 원하는 만큼 하지 않았다고 서운했던 적이 많았던 걸 떠올렸다. 책을 읽고 나니 무엇을 언제 해줬으면 좋겠는지 분명하게 말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넷과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많으면서 정작 그 기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당연히 말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알겠지 싶었다.

‘상황, 행동, 임팩트’에 따라 말하는 방법도 가정에서 한번 써보고 싶었다. 책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고, 그 행동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한다.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말하기보다 문제가 된 행동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서로 감정만 상하는 일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감정이 먼저 올라오기 쉬운 가족 사이에서도 충분히 활용가능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멋있어 보이는 가치를 가져오는 대신 실제 자신의 행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찾으라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남편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따지기 전에 내가 어떤 부모이고 어떤 가족 구성원이 되고 싶은지부터 구체적으로 적어보고 싶어졌다.

마지막 장이 좋았던 건 회사 밖의 ‘나’를 돌아보게 했기 때문이다. 내가 뿌듯했던 순간과 후회했던 순간을 살펴보고, 동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진 것보다 살아가는 방식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남과 비교하는 대신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나’가 어떤 사람인지 그려보는 것. 회사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던 책이 마지막에는 내가 나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로 이어져 오래 머물러 읽었다.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부터 선명하게 만드는 것. 아이들과 남편을 바꾸는 방법보다 내 기준을 먼저 들여다보게 했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의 ‘명료함’을 우리 집에도 한번 적용해 보고 싶어졌다.

CEO나 팀장처럼 실제로 사람을 이끌고 있다면 책에 나온 방법을 바로 적용해 볼 부분이 많다. 처음 직원을 뽑거나 ‘우리 회사에서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정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잘 맞을 것 같다. 또한 가족 안에서 서로의 기대가 자꾸 어긋나 답답했던 사람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명료함 #탁민오 #도서출판_탁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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