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일러스트레이터 - 외주·포트폴리오·홍보·수익화·해외 진출까지, 현업 작가가 알려주는 그림으로 먹고사는 전략
정은지 지음 / 제이펍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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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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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요즘은 이모티콘 만들기와 일러스트에도 관심이 많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다 보면 가끔 궁금해진다. 그림을 좋아하는 이 마음이 나중에 하나의 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림으로 어떻게 일을 시작하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는 알려주진 않았다.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만들고, 처음 일을 의뢰받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용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지 알려주는 책을 찾기 어려웠다. <<지속 가능한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림 실력보다 그림을 직업으로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을 다루고 있어 막내에게도 언젠가 도움이 될 것 같아 꼼꼼히 읽어봤다.

읽을수록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 그림으로 먹고사는 것은 꽤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눈에 들어온 건 포트폴리오와 홍보였다. 좋은 그림을 그려도 필요한 사람이 그 그림을 발견하지 못하면 의뢰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림만 올리면 누군가 알아서 발견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알리는 일도 결국 작가가 해야 했다. SNS 팔로워가 많으면 유리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실제 일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들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그들이 작가를 어디에서 찾고 무엇을 보고 결정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현직 일러스트레이터 4명과 클라이언트 5명의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됐다.

‘외주를 부르는 상업성 있는 그림을 위한 전략’도 기억에 남았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만 생각했던 터라, 누가 내 그림을 필요로 할지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기업 광고나 제품에 쓰이는 그림에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외주를 받는 과정도 생각보다 복잡했다. 의뢰가 들어왔다고 바로 그림부터 그리는 것이 아니었다. 작업 내용을 확인하고 일정과 수정 범위를 조율하며 단가를 정하고 계약과 저작권까지 살펴야 했다. 특히 초보자가 어려워할 단가 산정과 협상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참고할 자료까지 알려주는 부분이 유용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 생각했던 내게는 의뢰인과 주고받아야 할 이야기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놀라웠다.

처음에는 막내가 그림을 좋아해서 관심을 가진 책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첫 외주를 받는 것보다 그다음 일을 계속 이어가는 게 더 어려워 보였다. 불규칙한 수입을 보완하면서 꾸준히 작업하고, 자신의 일을 오래 이어갈 방법까지 고민해야 했다. AI가 그림 시장에 빠르게 들어오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함께 다루고 있어 눈여겨보게 됐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면 실력 외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막내를 생각하며 시작했던 질문이 책을 읽는 동안 조금씩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 지켜가려면 그 마음만큼이나 일을 배우는 과정도 필요했다. 언젠가 막내가 정말 그림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때 다시 함께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그림을 좋아해서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미 활동하고 있지만 포트폴리오, 외주 단가, 홍보와 수익화 때문에 막막한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그림을 취미에서 직업으로 이어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현실적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제이펍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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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인사이트 산책 - 5인의 창작자가 다시 읽는 낯설고 매혹적인 도쿄의 일상
김학재 외 지음 / 책밥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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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준비할 때면 유명 관광지부터 검색하게 된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찾아보고 짧은 일정 안에 최대한 많은 곳을 넣는다. 아직 일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 역시 도쿄를 떠올리면 유명한 관광지 몇 곳이 먼저 생각났다. 그런데 <<도쿄 인사이트 산책>>을 읽으며 조금 다른 도쿄를 만났다.

이 책에는 도쿄에 정착해 살아가는 다섯 명의 한국인 창작자가 등장한다. 건축가 김학재, 셰프 홍세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혜주, 예술가 유시연, 그래픽 디자이너 위지영이다. 각자의 일을 하며 오래 머문 도시이기에 바라보는 곳도 남달랐다.

건축가는 역과 오래된 건축물을 따라 도시의 흔적을 살피고, 셰프는 음식과 식문화를 이야기한다. 패션을 통해 하라주쿠의 개성과 변화를 만나기도 하고, 아이와 걷던 길에서는 미술관과 예술을 발견한다. 출판 현장에서 일하며 경험한 일본의 종이책과 인쇄 문화도 흥미로웠다. 한 도시를 두고 이렇게 서로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

특히 좋았던 건 도쿄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책에 담긴 건축물과 주변 풍경은 이국적인데 이상하게 낯설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는다기보다 여행을 준비하듯 가보고 싶은 장소를 유심히 살펴보게 됐다.

바리스타의 취향에 따라 매일 커피 향이 달라지는 카페, 강과 도시를 동시에 내려다볼 수 있는 레스토랑, 제철 야채와 과일이 가득한 파머스 마켓, 다양한 전시를 만날 수 있는 미술관까지.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여행책이었다면 이렇게 오래 들여다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누군가 실제로 생활하며 좋아하게 된 장소라는 점이 내 마음을 끌었다.

제철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의 음식 문화도 재미있었다. 계절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도미를 각 시기에 어울리는 방법으로 요리한다는 이야기도 처음 알았다. 일본에 간다면 음식 하나도 그냥 먹고 지나치지는 않을 것 같다. 계절에 따라 이름까지 달라진다는 도미는 직접 맛보고 싶어졌다.

각 저자가 좋아하는 건축, 미술관, 식당, 서점, 카페 등을 소개한 크로스가이드도 유용했다. QR코드를 통해 책에서 읽은 장소의 실제 모습과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궁금한 곳이 나올 때마다 찾아보게 됐다. 책과 지도를 번갈아 보니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여행 계획을 세우는 기분이었다.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책에 나온 장소들을 검색하고 있었다. 아직 비행기표도 끊지 않았는데 가보고 싶은 곳부터 늘어났다.

아직 나에게 도쿄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도시다. 그런데 이 책을 덮고 나니 막연했던 도시 위에 가보고 싶은 장소들이 하나씩 생겼다. 언젠가 처음 도쿄에 가게 된다면 유명한 관광지만 빠르게 따라가기보다 이 책에서 표시해 둔 곳들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그때 나는 도쿄에서 어떤 풍경을 발견하게 될지 벌써 궁금하다.

도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 유명 관광지보다 현지인이 좋아하는 장소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건축, 음식, 패션, 미술, 출판처럼 다양한 취향으로 도쿄를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책밥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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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한 공간 -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조율하는 공간의 원칙
다비데 루촌 지음, 김경일 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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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내 공간이 따로 없다. 네 아이와 함께 살다 보니 집 안 대부분이 가족들이 오가는 공용 공간이다. 그래도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유독 자주 앉는 자리가 있긴 하다. 그곳에 앉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도 잘된다. 왜 하필 그 자리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냥 내 기분이나 습관 때문이라고 여겼다.

<<인간을 위한 공간>>을 읽으며 그 자리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건축가 다비데 루촌은 건물의 모양보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책을 읽다 보니 공간을 받아들이는 데 눈보다 몸이 먼저 반응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햇빛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는지, 천장은 얼마나 높은지, 벽과 통로는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따라 우리의 움직임과 감정도 달라질 수 있다니 신기하다.

‘행위지원성’이라는 낯선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의자를 보면 앉고 싶고 열린 통로를 보면 그쪽으로 걸어가듯, 공간에는 사람의 행동을 이끄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이유도 모른 채 걸음을 늦추거나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책을 읽을 때, 식탁에 앉게 되는 건 그런 이유였을까.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공간에 따라 행동이 꽤 달라진다. 카페에서도 아무 자리에 앉지 않고, 창문이 있지만 밖에선 나를 볼 수 없는 곳을 찾는다. 넓고 화려한 도서관보다 작은 골목길을 연상시키는 작은 서점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된다. 그동안은 그냥 내가 그런 자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선택에도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공간의 이유가 있을지 궁금하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도 같은 편안함을 느끼는지도 궁금해졌다.

예상 밖으로 재미있었던 건 진화에 관한 이야기였다. 건축책에서 인간의 근육과 감각, 우리가 오랫동안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사람의 몸과 감각에 따라 같은 공간에서도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실제 건물의 외관과 내부 공간을 담은 이미지가 함께 실려 있는 점도 좋았다. 과학적인 설명만 읽었다면 어렵게 느껴졌을 부분을 사진과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이해하기 수월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은 것은 아름다운 공간이 반드시 편안한 공간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보기에는 근사해도 오래 머물면 피곤한 곳이 있고, 특별할 것 없어 보여도 마음이 놓이는 곳이 있다. 나 역시 그동안 건물을 보며 ‘멋있다’고 먼저 판단했다면, 이제는 ‘나는 이곳에서 어떻게 느끼고 있지?’를 한 번쯤 떠올려 볼 것 같다.

책을 덮고 내가 늘 앉는 자리를 다시 바라봤다. 나는 그곳에서 왜 편안함을 느끼는 걸까. 햇빛 때문인지, 시야 때문인지, 익숙한 움직임 때문인지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이제는 기분 탓으로 여기지 않고, 하나 하나 이유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왜 나는 꼭 그 곳에 앉을까?

건축을 디자인이나 외관보다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몸과 감정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 평소 뇌과학이나 인간의 감각과 진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포레스트북스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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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 - 히틀러 찬미, 홀로코스트 부정론에서 법적 규제까지
다케이 아야카 지음, 권용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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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가리지 않는다. 아픈 역사는 그 자체로도 드라마이지 않는가. 역사적 사실 자체보다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끌린다. 그래서 역사를 기록한 책에 흥미가 많다.

뉴스에서 역사수정주의나 역사 왜곡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분개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왜곡하거나 없었던 일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역사는 원래 계속 수정되는 것 아닌가? 새로운 기록이 발견되면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이 달라질 수도 있고, 같은 사건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정상적인 역사수정과 이 책에서 말하는 역사수정주의는 어떻게 다른 걸까.

책을 읽으며 내가 이해한 차이는 ‘증거를 대하는 태도’였다. 새로운 기록이나 자료가 발견되어 기존의 해석을 고치는 것은 역사 연구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자료를 살펴보고 그에 따라 기존의 결론을 다시 검토하는 것이다. 반면 이 책에서 다루는 역사수정주의는 의도를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축소하고 과장한다. 자신의 주장에 맞는 자료만 골라 쓰고, 불리한 기록은 외면하기도 한다. 결국 자료를 따라 결론을 바꾸느냐, 원하는 결론에 맞춰 자료를 이용하느냐. 그 차이가 컸다.

이 책에선 히틀러와 홀로코스트 부정 이전의 사건부터 순차적으로 다룬다. 드레퓌스 사건과 제1차 세계대전 이후를 거치며 역사수정주의가 어떻게 생겨나고 변해왔는지를 따라간다. 어느 날 갑자기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정치와 사회의 변화 속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읽다가 황당해서 몇 번이나 책장을 다시 보기도 했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발뺌하는 것도 화가 나는데 히틀러를 찬양하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주장까지 등장한다니.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 건가 싶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주장을 펼친 사람 가운데 학자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학자가 한 말이니까 근거가 있겠지’라고 쉽게 믿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누가 말했느냐보다 어떤 자료를 어떻게 사용했느냐가 중요했다.

더 무서운 건 이런 주장이 처음부터 황당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말 독일만 잘못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모두 사실일까?” 같은 의문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질문만 놓고 보면 한번쯤 따져볼 수 있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다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만 하나둘 가져와 붙이면 어느새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와 싸운 일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먼저 놀린 사실은 빼고 친구가 화낸 장면만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말한 내용 자체는 사실일지 몰라도 그 이야기만 들은 사람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이해하게 된다. 책에서 사료를 고르고 인용하고 생략하는 과정을 읽으며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역사수정주의라는 어려운 개념을 배우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읽고 나니 오히려 내가 어떤 말을 믿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특히 요즘처럼 짧은 영상이나 게시물 하나로 역사 이야기를 접하기 쉬운 때에는 더 그렇다.

한국에서도 위안부나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주장을 접하게 된다. 이제 그런 말을 마주하면 내용만 듣고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물어볼 것 같다. 그 말의 근거는 어디에서 왔을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빼놓았을까. 왜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걸까.

독일사와 나치즘에 관심 있는 사람, 홀로코스트 부정이나 역사왜곡이 어떤 방식으로 생겨나고 퍼지는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역사적 주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그 근거를 어떻게 살펴봐야 할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서평은 AK커뮤니케이션 (@ak_communications)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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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도 꽃도 필요 없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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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갑작스러운 장례를 겪었다.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남은 가족들이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그때 처음 가까이에서 보았다. 슬퍼할 틈도 없이 챙겨야 할 현실적인 일들이 이어졌다.

그때 문상 온 어르신들이 “다음엔 내 차례겠구나”,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 혼자 남았네”라고 하셨던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평소라면 흘려들었을지도 모를 말인데 장례식장에서 들으니 마음이 먹먹했다.

그래서인지 아사쿠라 가스미의 <<관도 꽃도 필요 없다>> 첫 번째 단편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적당히 낡은 집에서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마지막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모르는 누군가를 후계자로 정하고, 후계자는 앞사람이 남긴 뒷일을 정리한 뒤 다시 자신의 뒤를 맡아줄 사람을 찾는다. 처음에는 꽤 충격적인 설정이었다. 하지만 ‘남에게 짐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전처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장례를 치르면서, 무빈소라는 것도 알게 되었기에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싶어 서글펐다.

소설집에는 서로 다른 다섯 사람의 삶이 담겨 있다. 하루 벌어 살아가는 예순한 살 여성, 오랜 친구의 재혼 소식에 마음이 복잡해진 남자, 오래된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연인, 집안 형편 때문에 진학을 고민하는 열다섯 살 소녀, 이혼 후 아들을 키우는 여자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일자리와 관계, 미래가 흔들린 시간도 이들의 일상에 스며 있다.

흥미로운 설정과 여러 사람의 삶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들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다섯 편을 다 읽고 나니, 저마다 다른 사정을 안고도 어떻게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남았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이 계속 맴돈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쓰던 말인데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오늘까지 왔으니 내일도 한번 가보자는 말처럼. 다 포기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내일 일을 걱정한다. 그런 모습이 이상하다기보다 오히려 사람답게 느껴졌다.
책을 읽는 동안 죽음이 생각보다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자꾸 떠올리게 됐다.

나도 언젠가 맞게 될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처음으로 생각해보았다.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장례를 겪고 이 책을 읽으면서 삶과 죽음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와 오늘처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흘러가는 이야기들이었는데 이상하게 책을 덮은 뒤가 더 묵직했다.

삶과 죽음, 노년과 고립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큰 사건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속마음과 하루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일본 단편소설을 좋아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 이 서평은 열림원(@yolimwon)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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