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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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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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무대 뒤편에서 북소리가 울리고 조명이 켜지는 순간,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미고 나온 여장 배우가 노래와 몸짓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전통 연극, 가부키.
소설 <<국보>>는 바로 그 숨 막히는 무대 뒤의 인물들을 그린 작품이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전통 예술 가부키는 점점 잊혀지고 있지만, 그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을 품은 소년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 소년의 이름은 타치바나 키쿠오.
1964년 새해,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그는 남다른 미모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그의 삶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야쿠자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열네 살에 조직의 몰락과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모든 것을 잃는다.
복수를 꿈꾸지만,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고, 결국 그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오사카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가부키 배우 하나이 한지로의 집에서 살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가부키라는 세계는 화려해 보이지만, 무대 뒤에서는 뼈와 마음이 닳아 없어질 정도의 연습과 인내가 필요했다.
키쿠오는 한지로의 아들인 배우 슌스케와 함께 수련을 받으며 성장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자극하고, 넘어서려 하고, 때로는 의지하며 마치 형제 같은 관계가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한지로가 차기 후계자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자 두 사람의 운명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 소설은 가부키 연극과는 달리 이야기 속도가 빠르다. 인물들의 갈등, 다양한 도시의 등장, 시대상을 엿보게 하는 장면 묘사 등이 단편 영화 속 장면처럼 빠르게 전환해 가독성이 좋다.
게다가, 드라마틱한 인물의 갈등이나 성장스토리만 다루지 않고,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의 고뇌와 아픔을 다룬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오래된 것을 지킨다는 건 낭만이 아니라 전쟁 같았다. 때로는 세상이 원하는대로 비위를 맞춰야 했고, 게다가 자기 자신도 극한의 고통으로 밀어넣어야 했으니까.
키쿠오나 한지로가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슌스케는 끝까지 가부키를 놓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소설은 독자에게 순수한 질문을 던지게 한 후, 인물들이 보여주는 삶을 통해 답을 찾게 한다.

가부키라는 생소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지만, 선택 앞에서 흔들리고, 인정받고 싶고, 포기하고 싶다가도 다시 일어서야 하는 우리가 사는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다만 그들의 마음 속에 무엇을 품고 있느냐만 달랐을 뿐. 그래서 더욱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화려한 가부키 무대 뒤, 우아한 백조처럼 보이기 위해 아등바등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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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79
여기서 단상까지는 5미터 정도, 달려 나가면서 단도를 빼 들고 단상에 뛰어오르는 데 필요한 시간은 일이 초 정도입니다. 키쿠오는 미야지파 회장의 배에 단도를 찔러넣는 자기 모습을 머릿속으로 거듭 상상했습니다.



>밑줄_p124,125
" (...) 그러니까 우선은 뼈로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미에 자세를 취한 상태로 계속 있으면 힘들지? 어깨가 막 부들부들 떨리지? 바로 그거야. 팔을 어디까지 올리면 떨리기 시작하는지, 너희가 아슬아슬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세를 뼈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먹물을 듬뿍 묻힌 큰 붓을 들고 온 한지로가 키쿠오의 견갑골에 선을 쭉 긋더니...
"이 뼈다. 이 뼈가 기억해야 한다."



>> 이 서평은 니들북(@i_am_needlebook)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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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44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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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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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는 처음부터 독자를 낯선 문학적 분위기 속으로 데려간다.
보통의 소설처럼 사건이 이어지거나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이 아니었다. 대신 주인공 말테가 파리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순간순간의 기억을 일기처럼 흘려보내듯 적어 내려간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느낌보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말테에게 파리는 낯설고 불편하고 때로는 잔인한 곳일 뿐.
그에게 파리는 로맨틱하고 화려한 도시가 아니었다.
병원의 냄새, 거리의 소음,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일상 속에 스며든 죽음의 기운이 가득 드리워진 곳이었다.
말테는 그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기록한다. 버티고 살아내기 위해. 아직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음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소설은 전반적으로 시적이고 섬세하다. 금세 상처받고 무너질 것 같은 저자의 심연처럼.
말테는 사물이나 풍경을 볼 때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거의 확대경을 들이대듯 아주 세밀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스토리로 풀어낸다기 보다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 문장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말테의 글은 정말 누군가의 오래된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 같았다.
어느 날은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을 해부하듯 들여다보고, 또 어느 날은 사물을 시적 소재처럼 관찰하며 글을 남긴다. 때로는 골목과 풍경을, 때로는 우연히 지나간 사람의 표정을 오래 기억해낸다.
그래서 이 책 속의 1인칭 화자는 어느 순간 릴케 자신과 겹쳐 보인다.

이 책은 완성된 줄거리나 명확한 결말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다른 마음으로 읽으면, 이 책은 한 예술가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유추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 글을 쓰고 병원에 찾아갔을 정도였으니. 그 와중에도 펜을 놓지 않았던 저자의 문학적인 열정은 높이 살만 했다.

많은 작품들을 읽다 보면, 가끔 그 작품을 쓴 작가의 마음이나 머릿속이 궁금할 때가 있다.
<<말테의 수기>>는 바로 저자 자체였다.
섬세함을 넘어선 예민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릴케의 반자전적 소설이니, 릴케의 머릿속이 궁금한 분들께 이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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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9,10
나는 보는 법을 배오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내 안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와 여느 때 같으면 멈추었던 곳에 이르러서도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나는 전에는 몰랐던 내면을 갖고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이 그곳을 향해 간다.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나도 모른다.


>밑줄_p59
예전에 내가 글을 쓰기 전에 바로 나의 내면이 이와 같았던 일이 기억난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쓰일 것이다. 나는 변해 가는 인상이다. 오, 내게는 단지 조그만 것이 결여됐을 뿐이다. 그렇지만 않으면 나는 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시인할 수 있으련만. 한 걸음만 더 떼어 놓으면 나의 깊은 고통이 지복될 수 있으련만. 그러나 나는 바로 이 한 걸음을 뗄 수가 없다.



>> 이 서평은 을유출판사(@ksibooks)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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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소리가 들렸어요
가나리 하루카 지음, 장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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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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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서 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
이 소설의 주인공 미온은 바로 그런 능력을 가진 아이이다. 누군가 몰래 숨어서 울고 있어도, 미온의 귀에는 눈물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의 눈물에 공감하기 보단, 차라리 혼자가 편하다고 느끼며 살기를 선택한 미온.
그런데 어느 날, 늘 밝고 당당한 친구 세라의 낯선 눈물 소리를 듣게 되고, 미온은 세라의 눈물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해 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했을 정도로.
이어 모두에게 완벽하다는 인정을 받는 학생회장 다카사카 켄의 아름다운 눈물소리를 들으면서, 미온은 더 이상 타인의 눈물을 모른 척할 수 없게 된다.

미온은 화장실에 숨어서 점심을 먹는 아이도, 남몰래 우는 아이들의 눈물도 모른 척하며 살았다.
하지만 세라의 눈물이 신경쓰여 교칙을 바꾸려고 할 정도로 마음을 썼고, 학생회장의 눈물이 타인의 감정에 깊이 공감한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남몰래 우는 다른 아이들의 눈물도 나몰라라 할 수 없게 된다.
켄과 비밀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 속에서, 그리고 세라를 향한 조심스러운 마음 속에서 미온은 처음으로 타인과 감정을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눈물은 약점이나 약함이 아니라, 마음이 닿는 방식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온의 세계가 우리의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소설은 더욱 흥미로워졌다.
지금의 우리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 숨기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다. 슬픔은 피곤하고, 눈물은 불편하며, 약함을 보이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감정은 자꾸 표정을 잃어 가고, 인간관계는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얕게 유지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손해보지 않기 위해,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감정을 숨기는 것이 정말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걸까?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닐까?

미온과 켄,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눈물이 보여주는 건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닿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감정을 표현해서 상처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욱 돈독히 하는 방법이다.
누군가의 슬픔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에 귀 기울이는 순간 관계는 더 깊어지고 유대는 단단해진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란 없는 것 같다.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누군가는 글로 표현하고, 누군가는 눈물로 표현하고, 누군가는 노래로 표현한다.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위로받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들키고 싶은 마음을 담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이면엔 누군가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이 소설은 인간관계에서 감정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오늘 내 감정은 안녕한가? 누군가 나도 모를 눈물소리를 듣고 있진 않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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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5, 17
며칠 후 점심시간이 되자 또 같은 곳에서 똑같은 눈물 소리가 났다. 전에 울고 있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몸을 내밀어 창문 밖을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곳에...어라?
"저 사람이다!" (...)
"또 너야?"

>밑줄_p32
"정말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사람이 있구나..."
다시, 선배에게서 눈물 소리가 새어나왔다. 화장실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하고 있다.



>> 이 서평은 해피북스투유(@happybooks2u)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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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메이트 가나 뿌리 책장 1
박지숙 지음, 양양 그림 / 가나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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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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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메이트>>는 전국 어린이 체스 대회에서 우승한 동주, 여자부 금메달을 딴 야스민, 그리고 둘과 함께 체스를 배우는 윤채가 만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엔 누가 더 잘하는지, 누가 더 멋진 선수인지 서로 비교하고 신경 쓰지만,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감정과 속마음이 숨어 있었다.

이 책은 체스 경기로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더 큰 메시지가 곳곳에 담겨져 있어, 체스를 모르는 아이라도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체스는 전략을 세우고 시작해도 한 번의 실수로 승패를 좌우하는 경기다. 패배를 인정하는 용기, 승리해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등 아이들이 경기를 치루며 겪는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동주가 승승장구하다 야스민이라는 친구에게 지면서 얼마나 화를 내고 질투를 하던지. 야스민을 무너뜨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될 정도로 지는 것이 싫었던 동주. 그런 동주에게 마스터는 마음을 복기하라는 숙제를 낸다.
복기는 경기 뒤에 자신의 수를 돌아보는 일을 말한다.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실수했는지 생각해보는 것으로 동주는 자신의 마음을 복기하면서 한뼘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던지.
복기는 체스뿐 아니라 친구 관계, 꿈, 실패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실수했다고 끝내는 게 아니라, 다시 생각하고 고치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 중 난민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등장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히잡, 난민, 무국적 아동 같은 단어가 아이들에겐 조금 낯설 수 있겠지만,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친구들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도 우리 이웃에 이런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함께 조사해 보아도 좋겠다.

<<체스 메이트>>은 단순한 경기 기록이 아니라 우정, 배려, 도전,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였다.
야스민이 미등록 이주 아동이어도,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을 많은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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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3
좋은 맞수? 쟁쟁한 경쟁자라고? 윤채의 말을 듣자마자 동주는 기분이 나빴다. 체스를 시작한 지 반년 만에 고학년부를 제패한 우승자에게 도전하겠다고? 체스계를 평정할 유망주에게 하룻강아지가 덤비는 거야? 동주는 어이가 없어 이죽거렸다.


>밑줄_p32
신기한 책이라고? 야스민이 체스를 잘하는 비법이 저 책이었구나 싶었다. 어떤 책일까? 야스민의 책이 궁금했다. 동주는 부리나케 야스민을 쫓아갔다.
'어떻게든 쟤의 비결을 캐내겠어. 난 지고는 못 살아, 절대로!'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가나출판사(@ganapub1)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체스메이트 #박지숙 #가나출판사
#어린이창작소설 #우정 #꿈 #도전 #배려 #난민
#신간도서 #어린이도서 #책추천 #어린이추천도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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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올리비아 개트우드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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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비채서포터즈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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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의 해안가,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는 곳에서 미티가 등장한다.
미티는 어머니의 친구 집에 살면서 밤마다 바다를 걷는다. 그리고 늘 같은 곳에서 시선이 멈춘다.
유리창 투성이의 웅장한 옆집, 그 집 안에 사는 한 여자.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었지만, 미티는 그녀에게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그 여자의 이름은 레나다.
화려한 외모, 매끄러운 행동,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것 같은 태도.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생의 흔적이라기보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조각된 결과물에 가깝다.
그녀 곁에 있는 남자 서배스천은 연인이자 창조자처럼 보인다. 레나는 자유롭게 걷고 말하지만, 그녀의 세계는 그 남자가 허락한 반경 밖으로 뻗어나가지 않는다.
반면 레나는 미티에게서 전혀 다른 세계를 본다. 삐걱거리고, 다듬어지지 않았고, 불완전하지만 살아 있는 세상을.
누군가의 기준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세계, 그것은 레나에겐 낯설고, 동시에 매혹적이었다.

이 소설은 단순히 관계의 균열이나 여성 간의 연대만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이야기 전체에 스릴러 같은 긴장감이 흐르고, 모든 감정과 행동이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예감하게 하는 암시가 된다.
레나가 ‘프로그램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고백하며 혼란스러워 하는 순간, 독자는 자연스럽게 인간의 기준을 다시 묻게 된다.
“만약 누군가 사랑을 핑계로 나를 설계한다면, 나는 여전히 나일까?”

하지만 그녀들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자신이 속한 세상을 깨뜨려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작가는 레나와 미티를 통해 사회가 여성에게 씌워온 역할, 기대, 규범,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지워온 감정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누군가에게 맞춰 사는 완벽함과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불완전함은 대조를 이루며 그려진다.
제3 자가 보기엔 둘은 너무나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는 모습은 매한가지였다.

네가 누구든, 나를 소유할 순 없다는 진실을.
네가 누구든, 내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소설이었다.
강렬한 스토리와 달리 섬세한 표현력도 일품이었던 작품이라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완성도 높은 소설을 찾고 있다면, <<네가 누구든>>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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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4
쟤들은 갇혀 있을 때만 저렇게 걸어. 탈출할 방법을 찾고 있는 거야.


>밑줄_p27
미티의 마음에서 들리는 이 작고 성가신 목소리가 현재의 삶이 정말로 잘 맞아서 만족하는 것인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어서 만족하는 것인지 물었다. 그녀는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싫었다.


>밑줄_p50
다른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나의 이야기로 기억할 수 있고 자신이 어떻게 한 곳에 왔다가 다른 곳을 향해 떠났는지를 분명히 이해한다는 사실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이 부서졌다고 느껴게 만든다.


>> 이 서평은 비채출판사(@drviche) 서포터즈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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