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나는 전문가 또는 전문가 집단을 동경한다. 어떤 분야에서 몇십년을 몸담은 이른바 장인들의 삶을 만나는 일은 큰 감동이다. 얼마전에 MBC에서 방송한 프로그램을 봤는데 배우 이서진이 일본의 어느 지역에 가서 도자기를 빚는 내용이었다. 한 50여 점을 빚었던가, 그렇게 빚어낸 도자기들을 전시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더랬다. 평소 이서진이라는 배우에게 호감이 있던터라 꽤 흥미롭게 시청했다. 그런데 내가 그 프로에 눈길이 갔던 가장 큰 이유는 도자기라는 대상이 주는 장인정신의 이미지랄까. 그런 것 때문이었다.

 

 <180일의 엘불리> 리사 아벤드 지음, 시공사

 

  요리사도 장인이미지를 주는 직업 중 하나이다. 음식을 만드는 데에는 영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요리사들의 삶이 참 궁금하다. 요리하는데 취미가 없는 사람은 창의성이 없는 거라는 조언(?)도 들었었다. 대저택에서 개인 요리사를 두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먹고 살아야하므로 요리는 반드시 수행해야할 행위이다.

 

 <엘불리>라는 레스토랑은 처음 들어봤는데 최고의 셰프를 꿈꾸는 요리사들의 로망이자 세계 식도락가들이 꼭 가고 싶어하는 곳이라고 한다. 기자인 저자는 엘불리의 요리사들과 함께 180일을 보내며 경험한 일들을 소개한다.

책 속에 담긴 사진들이 보기 좋다. 뭔가에 집중해서 자신의 영혼을 불태울 수 그런 일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가. 이들의 열정을 함께 느끼고 싶다.

 

 

  지금도 어찌저찌 살아가고 있지만 참 산다는 건 오묘하고 어려운 듯 하다. 백년 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한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규격화된 삶이 주는 안정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규격화된 삶을 살면 무의미하다는 말이 아니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라는 이 끈질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은 마음일 뿐이다. 뭔가 큰 충격을 받으면 정신을 차리게 될까 싶지만 그건 너무 무서운 이야기이고, 왜 충격을 받아야만 정신을 차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지 한심하기도 하고. 이럴때 실화가 주는 울림은 엄청나다.

 

 <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 기 코르노 지음, 쌤앤파커스

 

  저자는 유명한 심리치료사의 삶을 살던중 자신이 감기가 아닌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의 삶은 다른 이를 가르치고 치유하던 선생에서 '진정한 인생'을 배우는 학생의 삶으로 변해간다.

암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 선 저자가 처절하게 고민한 진정한 인생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그런데 아마도 우리 모두 그 해답을 알고 있을 것 같다.

 

 

 

 

 

 

  파울로 코엘료... 그의 작품은 위안을 준다. <연금술사>에서 느낀 감정은 지금도 감동적으로 남아있다. 최근에 읽은 <알레프>는 뭔가 더 오묘한 느낌이었는데 "언젠가 내 삶에 찬바람이 불어오면 나를 위해 우정의 불을 지펴주겠다고 약속해줘"라는 문장을 잊을 수 없다. 이렇게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명문장은 한둘이 아니다.

 

 <라이프> 파울로 코엘료 지음, 마르시아 보텔료 엮음, 북하우스

 

  이 책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들 중 명문장들을 골라 엮은 책이다. <순례자>, <연금술사>, <브리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등 이미 출판된 책 속의 명문장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들도 포함되었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파울로 코엘료의 문장들이 엮은이의 손을 통해 또다른 작품으로 탄생되었길 기대해본다. 

 

그런데 파울로 코엘료의 책들은 계속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출간해온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길래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별 이유 아닌건가?

 

 

 

  한때에 국제분쟁기자, 국제분쟁전문가 등 '국제분쟁'이라는 단어에 꽂혔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발칸반도에서 일어난 내분에 대한 피터 마쓰의 <네 이웃을 사랑하라>, 버마,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 일어난 분쟁을 기록한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 등 관련서적을 찾아 읽어보았다. 그 내용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참혹함이라는 잔상으로 남아있다. 

 

 <사람이, 아프다>, 김영미 지음, 추수밭(청림출판)

 

 이 책은 다큐멘터리 PD인 저자가 분쟁지역을 취재하면서 만난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단다.

 방송인 김미화는 다음과 같은 추천글을 썼다. "나는 알게 됐다. 어떤 이념도 아이들의 밥 한 끼보다 중요하지 않음을, 어떤 종교도 한 여성의 자유보다 소중하지 않음을, 어떤 권력도 한 가족의 단란한 식사보다 대단치 않음을… 그들이, 그리고 김영미 PD가 가르쳐준 것이다."

 

그렇다. 사람이... 사람이 중요하다. 

 

 

 

 

 <1인분 인생> , 우석훈, 상상너머 

 

 우리시대 전방위 게릴라로 평가되는 경제학자 우석훈의 글이다. 아직 우석훈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로서 더이상 잠재적인 독자로만 남아있어서는 안되겠다. 이제는 그의 책을 읽어야 할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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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스 웨이 - 넬슨 만델라의 삶, 사랑, 용기에 대한 15개의 길
리처드 스텐절 지음, 박영록 옮김, 넬슨 만델라 서문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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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는 항상 모든 문제의 양면을 보았다. 그의 기본적인 입장은 늘 그 사이에서 양쪽을 화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만델라가 이런 입장을 고수한 이유는 그가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고 싶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만델라가 인간의 동기란 복잡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임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230쪽

리더십의 연결고리는 만델라에게는 특히 중요했다. 왜냐하면 우분투라는 아프리카의 개념-서양인들은 형제애라고 부르는 것-때문이다. 이미 4장에서 언급했던 이 개념은 만델라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이다.
이 단어는 우문투 응구문투 응가반투Umuntu ngumuntu ngabantu, 번역하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만 사람이다"라는 줄루족의 속담에서 유래한다. 우리가 온전히 우리 마음대로 하는 일은 없다는 개념으로, 르네상스 이후 서양에서 발달한 개인주의 개념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우분투는 사람을 개별적인 인간으로 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맺어진 무한하고 복잡한 관계망의 일부로 본다. 우리 모두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 나는 항상 우리에 종속된다, 어떤 사람도 섬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담고 있다.-251~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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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스 웨이 - 넬슨 만델라의 삶, 사랑, 용기에 대한 15개의 길
리처드 스텐절 지음, 박영록 옮김, 넬슨 만델라 서문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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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는 이에게 '만델라' 는 물론 '아프리카' 라는 존재를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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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인의 반란자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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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문학상 수상자 16인의 인생,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와 사진이 담긴 책이다. 이들의 인터뷰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작가들의 말을 들으면서 공감하게 되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그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무지한 내가, 매정한 내가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빌었다. 

 

 

권력에 대한 저항

 

한창 공천이다 뭐다해서 정치판이 시끄럽다.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이렇게 웃긴 코미디가 있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정치, 정치인은 일종의 사회악 같은 존재가 아닐는지. 16인의 작가들은 모두 자신들의 방식으로 권력에 맞서고 있었다. 이들의 정치에 대한 생각은 내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도리스 레싱은 정치에 대해 “좌파니 우파니, 이제 나한테 그런 것들은 별 의미가 없어요. 나는 정치를 위대한 드라마 혹은 호시절에 대한 반추 정도로 대해요. 마치 에스파냐의 국왕 후안 카를로스가 극우파의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것처럼 말이에요.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요.(후략)” (120쪽)라고 말한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았던 월레 소앙카끝내 나는 거절했소. 무엇보다도 내 기질에 맞지 않아요. 자유와 권력은 대립적이잖소. (139쪽)라고 답한다.

중국 정부에 의해 공식적인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기피인물)가 된 가오싱젠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담담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우리는 사람의 관심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당의 관심에 대해 토론했다. 우리가 진실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권력이 있으면 자유는 없다. 민주주의 체제도 마찬가지다. 정치가들은 다수에 의해 선택되지만, 그것은 어느 누구도 자신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을 믿게 만드는 웃기지도 않는 결과일 뿐이다. 나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우스꽝스러운 차별성 너머에 존재한다. 나는 권력의 한계에 대항하는 매커니즘으로 형성된 시스템을 믿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급진적인 정치혐오주의자일 것이다. 어떤 ‘이즘’이 없이 산다는 것, 그게 바로 나의 저항의 형태이다. (166쪽)

 

 

수치스러운 과거를 인정하는 법

 

 식민 지배를 경험한 많은 국가들은 여전히 식민지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대체 식민지를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또한 식민 지배를 자행한 국가의 국민은 어떤 삶을 사는가? 여기 이 의문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 <양철북>(1959), <넙치>(1979) 등의 작품을 쓰고,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권터 그라스이다. 그는 2006년에 출간한 회고록 <양파껍질을 벗기며>에서 자신의 히틀러 청년대 군복무 경험을 언급하면서 논쟁의 중심에 섰다. 그는 자신이 나치 친위대에 근무했다고 밝힌 것이 갑작스러운 ‘고백’이 아니며 그 사실을 항상 인정해왔다고 말한다. 그 과거가 수치스러워 숨기고 싶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포장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권터 그라스가 나치 친위대 근무 경력을 밝히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잔혹한 시대에 자행된 폭력을 순응하고 회피해온 인간 본연의 죄의식에 대한 것이 아닐까.

 

 “내가 진짜로 미안해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소? 그건 내가 이미 털어놓았던, 40년 동안 숨기고 싶어 했던 그런 게 아니오.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나한테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던 그것은, 바로 내가 했던 모든 것과 그 시절에 일어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오. 전쟁 초기에 그들은 내 사촌을 총살했고, 학교에 있는 내 급우와 교사를 데려갔소. 그리고 여호와의 증인이었던 어떤 병사는 총살 집행인으로 뽑히는 것을 거부하다가 어디론가 사라졌소. 나는 그들을 향해 왜 그러느냐고도 묻지 않았고, 그들을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들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죽이거나 수용소로 데려갔지만, 그때마다 나는 다른 쪽을 쳐다보고 있었지요.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게 바로 내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통이자 내가 결코 떼어낼 수 없는 고통이오.”(203쪽)

 

나는 “그 시절은 그냥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 라는 명제로 친일파들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친일파, 독립운동가라는 도식 바깥에 존재하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주목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은 일제의 지배를 새로운 지배계층의 변화로 받아들이고 그냥 그렇게 살아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대에 저항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갔다는 이유로 그들을 매국노라고 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그들에게 역사적 과오가 전혀 없었다고 평가할 수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매국노, 독립운동가라는 도식적 구조의 사고 대신 먼저 솔직한 자기고백, 자기반성이 등장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가장 아름다운 종교

 

 인류는 종교 갈등이 초래한 엄청난 비극을 경험해왔다. 무릇 종교라면 모든 인류를 사랑하라고 가르칠 터인데 왜 자신의 종교만 옳고 다른 이의 종교는 옳지 않다 하는가.

월레 소앙카 유일신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여러 종교들의 넉넉함과 종교들 사이에 정립된 우호적 관계들이 마냥 좋았던 본인으로서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대학살, 성물 파괴 행위 등이 우울했다고 한다. 또한 “나는 독실한 신도도 아니고 숭배자도 아니오. 그렇게 된다는 게 좋은 일도 아니잖소.” (134쪽) 라며 종교에 대한 맹신을 거부한다. 그는 수많은 신들은 모두 우리 자신의 얼굴과 고난을 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종교의 진짜 얼굴이다.

 내세에 대한 물음에 V.S 네이플 은 대답한다. “나는 종교인이 아니오. 내 삶은 글을 쓸 뿐, 그게 다요. 쓰는 게 내 종교요. 그게 존재할 수 있는 종교들 중에서 가장 높은 종교요.” (245쪽)

어쩌면 신은 멀리 있지 않고 항상 내 옆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진정한 종교이고, 신이 아닐까. 가장 아름다운 종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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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 잡혀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꾸는 자 잡혀간다 실천과 사람들 3
송경동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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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일종의 신세계를 보는 기분을 느꼈다. 여기서 ‘신세계’는 흔히 쓰이는 것처럼 보기 좋고, 맛 좋고, 눈이 즐거운 기분 좋은 경험의 의미가 아니다. 내가 사는 지금 이 세상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다고 믿기 어려운, 책의 한 줄 한 줄을 읽는 행위조차 부끄럽게 만드는 그런 세계였다. 이 땅의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나는 취직 안 된다는 인문학을 전공했고, 그걸로 몇 년간 밥을 먹고 살았다. 밥벌이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계약직 신분이었고, 계약이 만료된 지금은 정규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 참 어렵다. 나는 내가 실력이 없으니까, 못났으니까 비정규직·계약직으로 일한 거라고 규정했다. 물론 객관적인 스팩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되는 사태는 오로지 노동자 개인의 문제란 말인가. 우리 사회의 고용구조, 자본주의의 속성과는 진정 관련이 없다는 말인가?

사는 게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나 아닌 다른 사람, 사회에 관심이 덜해지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몇 달 동안 밀린 월급 때문에 울어본 일이 없다. 온갖 화학약품에 찌들면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리지도 않았다. 수십 년을 월 100 만원 받으며 묵묵히 일했어도 퇴근길에 문자메시지로 비참하게 해고 통보를 날리는 매정한 곳에서 근무한 적도 없다.

 

  부당해고 철회, 복직을 외치며 거리에서 시위하고 울부짖는 사람들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모두 노동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본이 규정한 삶의 구조를 묵묵히 인정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징징대기만 한 꿈꾸지 않는 영혼이었지 뭐. 2012년 현재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중세 봉건시대 영지에서 살던 노예들보다 나을게 없다는 사실... 그 사실을 이제야 인식하게 되었다.

 

  송경동 시인은 309일 만에 크레인에서 내려온 김진숙 씨를 보면서 이제는 다른 수많은 노동자들을 떠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몇몇 국회의원과 유명인들이 한진중공업 문제해결의 주역이라고 회자되는 것이 웃기고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리고 김진숙이 절망의 크레인에서 내려오기까지 어떤 이들의 순박한 노고가 있었는지, 어떤 뜨거운 눈물의 바다가 있었는지 알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희망의 근거를 보았으며, 더 아름다운 만인의 연대와 희망버스 시즌 2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자본의 비인간성에 분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식어버린 마음으로 서 있을 나를 잘 알고 있다. 그럴 때마다 시인의 글들을 읽고 또 읽어 꿈꾸지 않으려는 영혼을 붙잡아야한다. 시인이 두려워하는 이 시대의 ‘온건한 폭압’에 길들여지는 게 무섭고 슬프다.

 

  그런데 참 세상일이란 건 알다가도 모르겠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벗이었다던 고 노무현 대통령 임기시절에 왜 해고노동자 수가 가장 많았는지,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나누었을 사람들의 시위를 보고 그는 왜 “혁명하겠다는 거냐”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 대통령이라는 자리와 권력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건가? 정치란 건 참 중요한 것이지만 정치판에 뛰어든 이후에는 더 이상 어제의 동지가 영원한 동지가 아니라는 사실, 오히려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게 사실일지언정 진실은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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