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벨 자 (리커버 에디션)

"아가씨는 보면 안 되는데요. 아기를 낳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분만 광경은 여자들한테 보여주면 안 돼요. 그랬다간 인류가 멸종할 거거든요." - P92

그가 남편이라면 어떨지 상상해보려 애썼다. 일곱 시...

그가 남편이라면 어떨지 상상해보려 애썼다. 일곱 시면 일어나 달걀 요리를 만들고 베이컨을 굽고, 토스트와 커피를 준비해야겠지. 그가 출근한 후에는 머리를 클립으로 말고 잠옷 바람으로 돌아다니며 설거지를 하고 침대를 정돈하겠지. 그는 활기차고 환상적인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면서 푸짐한 저녁 식사를 기대할 테고, 나는 아침보다 많은 저녁 설거지를 하며 밤 시간을 보내다가 지친 몸으로 잠에 빠질 테고.

십오 년 동안 A학점만 받은 여자에게는 끔찍하고 낭비적인 삶으로 보였지만, 나는 결혼 생활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버디의 어머니가 아침부터 밤까지 하는 일이 바로 요리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거였으니까. 그녀는 대학 교수의 아내였고, 전직 교사였다. - P115

또 나는 알고 있었다. 결혼 전에 남자는 장미며 키스며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를 퍼부으면서도, 속으로는 결혼식만 끝나면 여자가 윌러드 부인의 부엌 매트처럼 자기 발밑에 납작 엎드리기를 바란다는 것을. - P115

[100자평] 벨 자 (리커버 에디션)

벨 자 (리커버 에디션)
실비아 플라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8월

한 사람이, 그것도 이렇게 뛰어난 사람이 사회에서 미끄러져버린 일은 개인의 잘못일까 시스템의 문제일까. 주인공이 투명한 벽에 부딪혀 좌절할 때마다, 내 무수한 실패들이 떠오른다.

[오늘의 한문장] 여자짐승아시아하기

그는 한쪽 팔로 눈을 가리고인생 전체를 땡볕에 방기한 채 그러고 있었다. 옆에다 슬쩍 물을 놓고 지나가긴 했지만 그 젊은이 옆에서 쏟아져흐르는 낙심과 배고픔과 절망과 억울함의 기운은 이곳영화관의 젊은이들과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 P108

[100자평] 여자짐승아시아하기

여자짐승아시아하기 ㅣ 문지 에크리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여행기가 이렇게 세련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좋은 글을 만나면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 작가를 찬탄하게된다. 아- 오늘도 읽어서 다행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