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
제이미 커츠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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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첫 해외 여행에서, 숙소와 비행편을 알아볼 때는 무척 신났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했을 때 다른 나라에 왔다는 느낌을 많이 받지 못해 생각보다 시큰둥해했던 기억이 난다. 인종도 다르고 문화, 날씨도 다른 지중해 여행이었음에도 그랬다. 첫 여행이라 너무 압도되어서 그랬던 것일까. 하지만 그 이후로 했던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텐션은 언제나 숙박편을 알아볼 때와 짐가방을 쌀 때가 가장 높았고, 막상 비행기에서 내려 그 땅을 밟고 낯선 풍경을 바라보면 그 감정이 가라앉았다. 

 

왜 그럴까 내내 궁금했던 부분을<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은 여행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 중일 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로 나누어서 여러 연구들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당연히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인데, 이때 중요한 건 본인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입장 시간이 길어도 개의치 않는 사람이라면 굳이 패스트패스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내린다거나, 가격은 상관없지만 중심지가 시끄러워서 다소 조용한 곳에서 숙박을 하고 싶다거나 등의 개인적 성향 말이다. 

또 저자는, 출발하기 전에 여행 중에 겪을 상황들을 미리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임을 말해 준다. 안 좋은 상황도 예상해보고 그에 대한 대응도 미리 생각해 두면, 실제 그 상황이 닥쳤을 때 덜 당황하고 조금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준비들은 여행  최대한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 위한 전초전이다몰입은 여행하는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사진 촬영을 생각해보자. 꼭 찍어야 할 것 같다는 강박이나 sns 과시욕에 의해 사진을 찍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작 남기는 게 없는, 여행에 독이 되는 행위일 뿐이다. 사진 촬영은 추억을 되돌아보는 용도로만 이용하는 게 좋다. 어쩌면 추억용으로는 그림을 그리는 게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 당시의 냄새, 소리까지 더 생생히 기억하게 된다고 하니까. 

그리고 여기서 작가는 한 가지 더 재밌는 제안을 한다. 바로 멋진 해변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숙소는 해변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잡으라는 것인데, 여행 중의 몰입, 즉 집중력은 매일 보는 일상이 익숙해지면 자연히 떨어지게 때문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기대감을 낮추라는 것이다. 커튼을 쳐 놓고 며칠은 바깥 구경을 하고, 며칠은 안 하는 식으로라도! 

 

이렇게 최대한 집중력을 끌어올린 채 즐긴 여행이 끝나면, 여행의 행복은 거기서 끝일까? 아니다. 이 이후의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번 여행의, 그리고 다음 여행의 행복도가 달라질 수 있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면 당시에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자세히 자신의 감정을 파고들어서 기록하면 좋다. 그래야 더 오래 남고, 더 행복한 여행으로 기억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여행의 기억들은 다음 여행 때 또 좋은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지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왜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출발하기 전에 떠올렸던 그런 행복감을 즐길 수 없는지 깨달았다. 

 

우선 내가 여행 중에서 가장 좋았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나는 비영어권 국가의 스타벅스에서 되지도 않는 말을 써가며 주문을 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황당해하는 직원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르고, 그때 민망했던 감정도 떠오르지만, 커피 한 잔을 시켜 마셨다는 데에서 나름 충족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마트에서 기본적인 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해 먹었을 때, 혹은 도시락을 사 가지고 와서 먹었을 때였다. 

나는 여행지 속 사람들의 민낯을 보기를 좋아했던 거다.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상을 조금 더 깊숙이서, 가까이서 느껴 보고 싶었던 거다. 

 

공항에 도착해서 내가 마주친 것은 관광객들을 위해 잘 가꾸어진 낯이었다. 유명하다는 관광지나 맛집도 마찬가지다. 나는 별 어려움 없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고, 별 어려움 없이 구경할 수 있었다.(물론, 별 어려움 없이 관광지를 구경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배경 지식이 부족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둘러보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내가 나도 모르게 원했던 것을 얻지 못한 데에서 오는 불만족이, 여행에 대한 나의 기대감을 떨어뜨린 거다. 

 

책을 읽는 내내 단순히 이 책은 ‘여행’에 관련한 문제만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나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고,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조금 더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 음미하는 일도 필요하다. 

여행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때로는 기대감을 낮추는 식으로 변주를 주라는 말은, 하루하루를 똑같이 살고 있다고 느끼는 나에게 다른 식으로 적용이 될 수도 있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 일기를 쓰거나 그날의 감상을 적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김영하 작가가 여행 에세이 <여행의 이유>에서 말했던 것처럼 여행과 삶은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라고. 

그 말처럼,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은 우리네 일상에서 겪는 것들과 많은 면이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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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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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탐구하고 싶어지고 깊게 파고들어가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줄을 치고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올해에도 다른 많은 다양한 책을 접했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책을 꼽으라고 하면 어김없이 <여행의 이유>를 언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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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돈의 역사 1
홍춘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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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척 흥미로워서 구매했는데, 그동안 막연히 궁금해했던, 부르주아의 등장에서 산업혁명, 그리고 현재 자본주의로의 이행의 구멍들을 채울 수 있었던 책.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지라 경제라는 문외한의 영역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돈 얘기는 언제나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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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선언 고전의세계 리커버
칼 마르크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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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될 듯 안 될 듯한 내용으로 인해 머릿속 정리를 위한 노트.
시간이 지난 후에 또 읽을 건데, 그때는 이 생각들이 더 잘 자리잡고 의문을 해결할 수 있길 바라며, 내가 이해한 것 위주로 정리해 본다.

1. 마르크스는 민주주의 신봉자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비율이 3:7이라면 7의 손을 들어 줄 수 있는 사람. 7이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것에서, 엄청난 평등을 바라봤다는 생각도 든다. 더 많은 이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공리주의자 같다는 생각도.

2. 마르크스가 구상한 유토피아의 모순.
마르크스는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프롤레타리아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면서, 사유 재산의 소유를 개인이 아닌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절대 정부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프롤레타리아가 온전한 주인으로 설 수 있을까? 정부가 어디까지나 프롤레타리아를 위해 존재하는 거고 제도로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소련 사례가 떠올라서인지 정말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

3. 마르크스는 너무 앞서 나간 사람이 아닐까?
공산주의가 되려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단계가 있다. 우선 부르주아와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어야 한다. 부르주아가 있어야 프롤레타리아가 생길 테니까. 이들은 빨리 혁명을 거쳐 부르주아가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 난 뒤에 공산주의로 가는 것. 마르크스가 이 주장을 했을 때는 독일 외의 몇 유럽 국가는 아직도 귀족, 왕정에 머물러 있었다. 역사의 흐름,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정말 그 이후로 많은 국가들이 부르주아를 받아들였다.

4. 공산주의에서 공생주의.
그냥 뭔가 마음에 들었던 해제 제목. 이 제목을 읽고 나니 공산주의는 공생을 중요시 여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 프롤레타리아가 주인이 되기 위한 과정과 수단처럼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의 최종 목표는 공생주의인 것일까? 그렇다면 누구와 공생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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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워크 밀리언셀러 클럽 143
스티븐 킹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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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과 오탈자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공포감은 캐리 때보다 더했던 것 같다. 다소 잔인하다고 느껴지고 조금 중간에 루즈하다는 것 빼고는 재밌었다. 도로 위의 모습에서 삶이나 고통, 죽음, 육체와 정신 등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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