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행복 - Novel Engine POP
미아키 스가루 지음, 현정수 옮김, E9L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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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중에 <금요일>이라는 웹툰이 있었다. 지금은 완결이 났지만, 연재 당시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준 소재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수명을 판다는 것이었다. 그 웹툰은 미스터리 스릴러 쪽의 장르였기에, 수명을 사고팔았던 인물의 결과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이 소설도 띠지에 적힌 수명을 팔았다.’라는 문구 때문에 비슷한 내용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베풀 수 있는 따뜻한 배려를 다룬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주인공이 쿠스노키는 20대 초반 대학생으로, 10년 뒤에 만났을 때 애인이 없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애인이 되어주자는 소꿉친구 히메노의 말을 그대로 믿고 10년 동안 가까이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을 멀리했다. 가족과는 갈등을 빚어서 따로 독립을 한 그는, 재정난에 시달리다가 수명을 파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남은 30년의 수명을 각 1년당 1만엔씩, 30만엔에 팔아버린다. 이제 그에게 남은 생은 3개월이었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타인을 해하는 허튼 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위해 감시원이 붙는다. 쿠스노키에게는 그와 동갑으로 보이는 미야기라는 여성이 감시원으로 붙었다. 그녀는 과거의 몇 안 돼는 인물에게 연연하는 쿠스노키를 조금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본다. 쿠스노키는 그간 사람을 밀쳐내며 살아왔기에,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진정한 친구가 주변에 없었다. 심지어 소꿉친구였던 히메노는 자신이 곤란했을 때 도와주지 않은 그를 증오하며, 그의 앞에서 자살해버리는 계획도 세웠었다. 남은 3개월의 편안함과 행복을 주변의 인물에게서 찾으려던 생각을 버린 쿠스노키에게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존재가 있었다. 미야기였다.


미야기는 쿠스노키에게만 보이는 인물이다. 그녀는 어머님의 빚을 갚기 위해 시간을 팔았고, 그 대가로 감시원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쿠스노키는, 그러나, 밖에서도 안에서도, 타인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미야기를 늘 상대해주었다. 미야기 밖에 남지 않은 쿠스노키는 그녀를 데리고 음식점을 찾고, 놀이공원을 찾았다. 그러는 사이 쿠스노키는 보이지 않는 여자친구를 가진 남자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그 중에는 미야기가 정말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쿠스노키의 남은 수명 30만엔이 아니라 30엔이었다. 미야기가 빚을 내서 30만엔으로 만들어준 것이었다. 미야기의 빚을 갚기 위해 쿠스노키는 남은 2달의 생을 팔아버린다. 미야기와 함께 지내면서 그동안 손을 놓았던 그림을 다시 손대게 되었고, 앞으로 2달간 그림만 그리면 후세에 영원히 남을 명예를 가질 수 있지만, 쿠스노키는 그 명예를 거부한다. 그에게 앞으로 남은 일생은 단 사흘이었다. 그런 그의 앞에, 마찬가지로 3일을 남기고 수명을 팔아치운 미야기가 투명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나타난다.


제목은 3일간의 행복이지만 이 3일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 마저 그리지 않는다. 그러나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들의 3일이 정말 행복하리란 걸 금방 상상할 수 있다. 죽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들에게 좌절을 주지 않는다. 그들이 선택한 길이기에. 그래서 그들은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30만엔으로 부풀려서 돈을 빌려준다던가, 그 돈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일일이 나눠준다던가 하는.


저자는 이들의 동행을 지나치게 아름답거나 지나치게 차갑게 묘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담담한 담백함이 오히려 이들의 진심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만든다.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야기에게 계속 말을 걸고, 손을 잡고 걷는 일은 쿠스노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죽을 몸, 이상한 별명이 붙는들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 아무렇지 않은 작은 행동 하나가 미야기에게는 큰 감동이었다. 작지만 소소한 배려가 점점 쌓여, 미야기가 눈에 보이지 않음에도 사람들이 그 존재를 믿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설에서도 중간에 언급된 말인데,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과 기쁨은 온다. 이들은 큰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어쩌면 죽음을 코앞에 두었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작은 일에서도 행복을 찾는. 우리는 행복에 관한 말을 많이 들어왔다. 가난하지만 행복지수는 높다는 나라,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꼭 행복한 건 아니라는 통계 등.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작고 소소한 일에도 감사하고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 이 책에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는 궁극적으로 같다고 본다. 행복은 찾으려고 하면 내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작은 일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주제를 이야기로 상당히 잘 포장했다.


이 책은 웹소설로 연재되던 소설을 출판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웹소설은 웹툰 다음으로 등장한 매체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웹툰처럼 웹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는데, 웹툰은 장르가 다양한 데 비해, 웹소설은 로맨스라는 장르에 비교적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웹소설에 대한 일종의 편견이 있었는데, 비록 한국 소설은 아니지만, 이 소설을 읽으니 웹소설도 괜찮은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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