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는 공감이 가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분명히 있지만, 

별 다섯점의 이유가 그때문은 아니다. 


우선, 나름 신선했다. 

‘좋다’ 또는 ‘긍정’ 등의 감정을 다룬 책은 널리고 널렸고 쉽게 접할 수 있어도 

‘싫어’를 표현한 책은 접한 적이 별로 없다. 


그리고 일종의 쾌감을 느꼈다고 할까. 

어느 순간부터 ‘싫다’는 감정을 내비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감추려고만 했던 그 감정을,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나대신 시원하게 드러내주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사람을 쉽게 싫어했다. 그리고 또 그걸 잘 표현했다. 

어린 마음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싫어하는 이유는 나름 다양했다. 나대서, 너무 달라붙어서, 귀여운 척 해서, 너무 소심해서 등등. 

싫다는 마음에 쉽게 동화되기도 했다. 다른 아이들이 싫어하면 나도 그 사람을 싫어했다. 

그리고서는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듯 싫어하는 데도 이유가 없다며 내 자신을 합리화시켰다.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그 이유가 너무 유치하게 느껴지고, 

내가 성숙하지 못한 것처럼 여겨지고,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 내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싫어하는 감정은 스스로의 기분도 가라앉게 만들고 내 정신건강에도 이롭지 않다며 그 감정을 밀어내고 억누르려 했다. 


무엇보다 ‘나 걔 싫어.’라고 내비치는 순간 나를 어리다고 생각할 타인의 눈초리가 가장 신경 쓰였다. 

그래서 수짱이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맞아, 맞아’하고 속 시원해하는 한편 ‘수짱도?’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짱도?’라고 놀랐던 건, 책을 읽으며 수짱은 성숙한 어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짱은 타인을 싫어할 인물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 


‘나는 나다.’라는 것. 


결혼하지 못해도 괜찮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변하려고 하는 나도 나고, 그대로 늙어 할머니가 된 나도 나다. 

나도 괜찮고 좋다며 받아들이는 모습은 자존감과 자기애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수짱의 모습은 수짱 스스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나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 진정한 정신적 성장이 이루어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싫어한다는 건 쉽게 잘 상상이 안 갔다.



그런데 ‘지금의 나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수짱이 그렇게 속삭여주고 있다. 

누군가를 싫어해도 괜찮다고. 그런 너도 괜찮다고. 

사실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 나오는 무카이 씨나 기무라 씨는 누가 봐도 발암 캐릭터들이라 마음껏 싫어해도 이상할 것 없긴 하다. 


싫어한다는 건 잘못된 감정이 아니다. 

난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에게는 ‘어우, 뭐야.’하는 목소리와 재수 없다는 눈초리가 더 많이 쏟아질 거다. 

그만큼 보편적인 감정이다. 

물론 ‘난 당신이 싫어.’라고 얼굴에 써 붙이고 다니거나 떠벌리고 다녀도 괜찮다는 건 아니다. 

그럴 생각도 없거니와 그러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싫다’는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너무 나를 옭아맬 필요도 없다.



사람의 마음을 감화시키는 멋있는 말은 없다. 

힘들지?라고 토닥이며 건네는 위로도 없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는 조용히 나를 돌아보며 내 자신과 화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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