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프레야 시리즈
매튜 로렌스 지음, 김세경 옮김 / 아작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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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전(판테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런데 현대판 만신전의 출발은 정신병원이었다. 우리 불굴의 여전사이자 사랑의 여신 프레야는 새라 버내디라는 아주 평범한 이름의 소녀로 변신해서 스스로를 정신병원에 가두었다. 모름지기 멋진 소설이 되려면 주인공을 열심히 따르는 사이드킥이 필요하기 마련이 아니던가. 게다가 주인공이 여신이라면 더더욱. 소설을 읽으면서 파악한 사실 중의 하나는 모든 신은 인간이 만들어냈으며, 필연적으로 신들을 열렬히 따르는 추종자,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신도가 필요하다. 신들은 수많은 신도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흡수해서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기 마련이다. 이런 매튜 로렌스 작가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쩐지 신들의 영역이 어떤 면에서 정치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대표자로 선출하는 정치인 역시 유권자들의 한 표를 받아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오르지 않는가.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레이더가 온통 그쪽으로만 돌고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여신 프레야는 자신의 훌륭한 신도 나단 켄스를 거느리고 한때 최강의 전사였던 실력을 발휘해서 느닷없이 등장해서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가렌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 정신병원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사실 여기까지가 정신병원과의 인연은 끝인데, 제목에 붙은 ‘정신병원’의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프레야가 나중에 취업하게 되는 ‘테마공원의 신데렐라 프레야’로 제목을 지었다면 독자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주진 못했겠지만.

 

수십 년간 정신병원에서 고립되어 지내다 보니 프레야는 좀 시류에 뒤떨어지긴 한 모양이다. 새라 버내디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서 꿈과 환상의 올랜도에 정착하려고 시도해 보지만, 가렌의 추격은 끈질기기만 하다. 결국 가렌에게 생포되어 피넴디라는 온갖 신들을 컬렉션하는 시설에 갇힌 프레야는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고, 자신의 열혈추종자들을 얻기 위해 피넴디와 협조하겠노라는 서약을 하기에 이른다. 현실적으로 같이 체포된 나단의 신병이 걱정되기도 했다. 복수의 여신이기도 한 프레야는 피넴디 코퍼레이션의 신들을 노예처럼 부리겠다는 흉악한 음모에 맞서 모든 시설을 파괴하겠다는 자신의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하와이 여신 트리오와 격리시설에 수용되어 있던 세크멧의 도움을 받아 피넴디의 거대한 음모에 맞서게 된다.

 

주인공 프레야는 다중적인 측면에서 아주 흥미로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여신이면서 자신의 신관이라 부르는 인간 나단 켄스에게 애정을 느끼기도 하고, 오랜만에 진심으로 자신을 따르게 된 신도 나단의 안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또 한편으로는 피와 복수를 부르는 발키리를 다스리지 못해 스테이크 칼을 휘두르는 성정을 슬쩍슬쩍 보여주기도 한다. 여신답게 모바일폰을 이용해서 최신 유행하는 패션을 따라잡기도 하지만, 피넴디를 파괴하기 위해 동료 여전사 세크멧과 전쟁을 치를 적에는 피묻은 칼날을 자신이 아끼는 블라우스에 쓱쓱 닦기도 한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인가! 한편 초반에 그녀의 상대로 등장하는 가렌은 반인반신의 캐릭터로 순간이동하는 능력은 물론 신을 모조리 없애겠다는 각오로 피넴디에서 부여한 여신 체포를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하는 냉혈한이다. 그 이면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어머니 낸토수엘라 부활 프로젝트가 숨어 있긴 하지만, 매튜 로렌스 작가는 단순하게 선과 악이 대결이라는 단순한 2차원적 설정이 아닌 좀 더 중첩되는 사건들을 교차편집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아무래도 신들의 전쟁이 주를 이루다 보니 인간 나단 켄스의 배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인간대표 선수로 나단 역시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한다. 어쨌든 나단은 사이드킥이 아닌가.

 

인간과 신의 상보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 만나게 되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신들의 면모도 흥미롭다. 프레야가 신화라면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 아니라는 점도 참신하다. 수많은 세월을 거치면서 인간에 의해 채색되고 변용된 이미지가 오늘날의 신이 되었노라는 작가의 지적도 눈여겨 볼만하다. 게다가 모든 정보를 구글링으로 찾아야 한다는 사실 역시 의미심장하다. 사랑의 여신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겹친다는 아프로디테에게 험한 말을 던지는 장면은 정말 유쾌했다. 프레야에게 들이대는 신으로 등장하는 디오니소스 역시 흥미로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소설에서 어느 순간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휘발해 버려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프레야가 새로운 직장으로 테마공원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신도들의 에너지를 얻어 과거의 강력했던 시절로 돌아간다는 설정도 인상적이었다. 테마공원처럼 불특정 다수의 추종자들을 전 세계에서 모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겠냐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결말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매튜 로렌스 작가는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를 시리즈로 구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제 신도에서 도제 단계에 들어선 나단이 또 어떤 마법과 주문을 배워서 현대사회에 적응하고 있는 사랑과 전쟁의 여신을 부양하게 될지 그리고 또다른 강력한 신들과의 투쟁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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