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맛있다! - 셰프 김문정이 요리하는 스페인 식도락 여행
김문정 지음 / 예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그동안 세계 최고의 요리는 프랑스 요리라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었다. 와인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솔직하게 고백을 하자면, 프랑스 요리에 대해서도 프랑스 요리와 마리아주를 맞추는 프랑스 와인에 대해서도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러던 차에, 태양의 나라 스페인에서 태양이 빚어낸 식재료들을 가지고 직접 요리를 하는 김문정 씨가 쓴 <스페인은 맛있다!>라는 책과 만나게 됐다.

작년 가을에 가수 이상은 씨가 쓴 <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을 보면서 감상적으로 ‘아, 나도 스페인에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스페인은 맛있다!>을 읽고 나서는 스페인에 가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게 됐다.

유럽 배낭시절 마지막 코스였던 바르셀로나에 들렀던 작가가 어느 바르(bar)에서 타파스를 먹던 순간, 그녀의 운명은 스페인 행으로 귀결 지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삶에는 미래의 그것을 좌우하게 되는 운명적 순간이 존재하는가 보다. 가장 먼저 김문정 씨가 식재료를 조달하는 노획 포인트인 보케리아 시장으로부터 시작을 한다. 보케리아에 없다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말처럼, 온갖 식재료들의 보고(寶庫)인 보케리아 시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질 것 같다.

비싼 레스토랑 소개보다는 서두에서부터 우리 같은 보통의 서민들이 즐겨 먹을 수 있는 토마토 빵과 칼솟요리로 시작하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결이 느껴진다. 아마 나중에 등장하게 될 세계 최고급 레스토랑들인 <엘 불리>나 <산 파우> 같은 식당들이 처음에 소개가 되었다면 거부감부터 들었을지 모르겠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평범한 음식으로 시작을 해서, 고급 요리에까지 독자들을 인도하는 작가와 편집진의 점층의 묘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스페인은 확실히 그 넓은 땅덩이만큼이나 다양한 식재료들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끼고 있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해산물들은 물론이고, 처음 들어 보는 시갈라를 비롯해서, 스페인의 국민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돼지 뒷허벅다리 염장햄’ 하몬(Jamon), 지중해 태양이 만들어낸 진주의 추출물인 올리브유, 냉(冷)수프인 가스파초, 가벼운 요깃거리인 형형색색의 타파스와 핀초의 연이은 향연은 책을 보는 내내 당장이라도 스페인으로 달려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야생토끼요리, 새끼양요리 그리고 생후 21일된 새끼돼지를 잡아 만든 코치닐요(Cochinillo) 등의 식재료의 다양성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아울러 작가가 직접 스페인에서 체험한 수많은 요리들과의 사연 있는 이야기들은 글의 현장성을 극대화시켜주고 있었다. 고급 레스토랑인 <드롤마>에서 끝도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식재료들을 밑준비하는 도제의 모습으로부터 시작을 해서, 스페인 친구의 초대를 받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스페인식 전골요리 파에야를 맛봤다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마치 한 편의 생생한 현지 리포트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각 장마다 두 개씩 달린 레시피는 간단하게 준비해볼 수 있는 스페인 요리에 초대장이었다. 아울러 현지와 같이 똑같은 재료들을 준비할 수 없는 우리네 사정을 고려해서 대체 식재료들을 알려주는 친절함까지! 게다가 마치 바로 오븐에서 만들어낸 요리들을 접하는 듯한 멋진 사진 역시 일품이었다. 요리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집탐방” 코너 역시 나중에 정말 스페인을 찾을 독자들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가의 경험은 역시 코스 요리 매 순간마다 감동을 받았다는 카탈루냐에 자리한 <산 파우(Sant Pau>였다. 오죽했으면, 카르멘 아줌마가 직접 경영한다는 <산 파우> 레스토랑의 홈피까지 직접 찾아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지중해 연안에 자리 잡은 <산 파우> 레스토랑은 1988년 여름에 처음으로 개업했다고 한다. 그 당시만 해도, <산 파우>의 요리 메뉴들은 지금보다 훨씬 간략했었다고 한다.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 음식들의 재창조를 해낸다는 문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말이 필요없다, 나도 가보고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먹어 싶은 요리는 바로 세고비아 지방의 <호세 마리아> 레스토랑에서 제공한다는 코치닐요 즉 다시 말해 아기돼지구이 다른 말로는 애저구이였다. 얼마나 연한지 나이프 대용으로 접시를 사용해서 서브한다는 코치닐요는 “스페인 사람들의 영혼이 담긴 요리”라고도 한다고 했던가. 와인보다는 맥주 한 잔을 곁들인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는 환상에 빠져 본다.

한 나라의 문화를 가장 빨리 이해하는 방법은 그 나라 음식을 맛보는 거라는 말이 있다. <스페인은 맛있다!>를 읽으면서 다른 것은 몰라도 마늘과 쌀을 주된 식재료로 사용하는 스페인의 음식문화를 체험하게 되면서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졌다. 시간 내서 근래에 많이 생긴 스페인 레스토랑을 찾아 타파스 맛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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