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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
마크 트웨인 지음, 린 살라모 외 엮음, 유슬기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게는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왕자와 거지> 등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의 일화, 격언과 훈계 등과 같이 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담은 <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을 만나게 됐다. 어려서 마크 트웨인을 읽을 적에는 단순하게 동화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접하게 된 그는 나에게 또 다른 인물로 다가왔다.
책을 읽던 중에 문득 얼마 전 텔레비전 모항공사의 광고에서 미시시피 강 유역의 마크 트웨인이 유년시절을 보내고 훗날 자신의 작품의 무대가 되었던 해니벌이 떠올랐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인쇄공, 수로안내인, 광부, 저널리스트 그리고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섭렵한 그의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마크 트웨인의 본명)의 글들과 일러스트 그리고 사진들을 접할 수가 있었다.
19세기 지극히 평범한 미국의 일상을 멋지게 풍자화해서 스케치해내는 작가의 예리한 관찰력과 역시 대가의 필력이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특히 일상의 소재들에 마트 트웨인 특유의 익살과 해학 그리고 냉소를 양념으로 곁들인 글들이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역시 세계를 돌며 수많은 강연회를 열었던 마크 트웨인은 세계인들이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리고 있다. 어쩔 때는 자신 특유의 냉소를 통해 또 어쩔 때는 어린 딸의 시선을 통해 자신들(미국인)이 보는 세계인들의 모습이 아닌 세계인들이 보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자신들이 사용하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오늘날 미국인들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세기가 지나도 그네들의 여행 패턴은 바뀌지 않는가 보다.
45쪽에 나오는 마크 트웨인의 친필 사인이 들어가 있는 자신의 집을 불시에 방문하게 될 도둑님에게 알리는 친절한 공지문을 보면서, 그 특유의 블랙유머에 미소가 번져나갔다. 게다가 용무를 마치고 나갈 적에는 이렇게 친절하게도 도둑님에게 살포시 문을 닫아 달라는 뻔뻔스러운 주문도 마다 하지 않는다. 하긴 자신의 창작을 괴롭히는 피뢰침 장사에게 막무가내로 피뢰침을 주문했다가 자신의 집이 우스개가 되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을 정도니. 정말 그렇게 많은 수의 피뢰침을 집에 장착했을까? 에이 설마…….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서, 마크 트웨인은 전화라는 이 최첨단 문명의 이기를 받아 들였던 모양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자동식 전화기가 아닌 항상 교환수를 통해 전화를 해야 했던가 보다. 어쨌든 전화 서비스 이용에 대한 불편은 호사가들의 변하지 않는 주제처럼 보인다.
6장 교육과 도덕적인 어린이 편은 특히나 오늘날의 부모들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들이 듬뿍 담겨져 있다. 미국의 국부로 추앙 받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미 마크 트웨인 세대에도 모든 이의 귀감이 될 만한 행동과 격언으로 어린이들의 롤모델이었던 모양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엄친아 정도 된다고 할까. 하지만 그렇게 위대한 조상을 둔 어린이들에게는 아마도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것이다. 안식일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에, 언제나 근면과 노력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위인의 삶 그 자체를 부모들이 말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짜증을 내지 않았을까? 마크 트웨인은 정확하게 그런 점들을 짚어낸다.
해당 장의 마지막에 실린 <젊은이들에게>에서도 그의 블랙유머는 유감없이 그 진자를 발휘한다. 부모에게 순종하라.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이 여러분을 그렇게 만들테니까라는 아주 간단하지만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격언을 쏟아낸다. 역시 마크 트웨인이었다.
<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에는 일상의 예의범절, 식이요법과 같은 다이어트, 패션, 일상의 불평불만과 제안들을 비롯한 우리네 생활의 모든 것들에 대한 노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차고 넘친다. 동시에 남북전쟁을 통해 내부의 갈등을 내전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한 후 한창 산업발전기에 있던 미국 사회의 위선과 허영 그리고 거짓선전의 허구를 날카롭게 파헤친 “모럴리스트” 마크 트웨인 만년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