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세상이다 - 청소년과 가정을 위한 지식사전
피에르 제르마 지음, 최현주 옮김 / 하늘연못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일단 책의 화려한 올 컬러에 반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한 번 읽어 봤다는 기시감이 자꾸만 들었다. 도대체 왜일까? 해서 저널리스트로서 다양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것이 세상이다>의 저자 피에르 제르마의 국내에서 출간된 책들을 검색해 봤다. 아니 그랬더니만 바로 2006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세상을 바꾼 최초들>이란 책이 있지 않은가. 내용을 살펴보니, 판박이였다. 물론 기존의 책에서 7개의 장에서 다룬 것들이 새로 나온 <이것이 세상이다>에서는 8개의 장으로 바뀌고, 번역자가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어들면서 아주 작은 차이가 있긴 했지만 대동소이했다.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에 읽은 책이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좋은 책들은 자꾸만 접할수록 좋은 것 아닌가. 예전에는 흑백의 단색인쇄였는데 이번에는 무엇보다 올 컬러 인쇄로 보다 생생하고 화려한 도화들이 무엇보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새로운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인류 문명의 발달에 있어 지대한 공헌을 해왔던 세계 최초에 대한 기록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인상적인 발명은 바로 바퀴였다. 이제는 너무 흔해 빠져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인류사적 측면에서 바퀴의 발명은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아시아와 유럽 같은 구대륙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져온 바퀴가 신대륙의 잉카문명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유용한 운송수단 없이도 그 무거운 석재들을 운반해서 거대한 신전과 건축물들을 어떻게 해서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사에 있어서 하나의 미스터리였다.

개인적으로 맥주를 좋아해서인지 이번에도 역시나 맥주와 홉(hop)에 대한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많은 종류의 채소들이 처음에는 식용이 아니라 관상용으로 재배되었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가 있었다. 중세를 지나 근대에 이르면서, 후추와 같은 향신료들이 진귀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금과 은 같은 정도로 취급을 받으면서 화폐의 기능까지도 담당했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알게 됐다. 아주 오래 전, 어느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인도네시아에서 난 육두구와 정향의 가치가 당시에는 금값이었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세상이다>를 통해 확인할 수가 있었다.

얼마 전에 주제 사라마구의 <수도원의 비망록>을 읽었는데, <이것이 세상이다>에 바로 그 사라마구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중의 한 명인 바르톨로미에 데 구스망 신부가 고안해냈다는 기구 “파사볼라”에 대한 역사적 기술을 다루고 있어서 너무나 반가웠다(321페이지). 신화적 상상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교차 확인이 너무나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 최근에 출간된 사라마구의 <죽음의 중지>에서도 소개되는 운명의 여신 중에서 죽음을 다루는 아트로포스에 대한 언급(464페이지)도 빼놓을 수가 없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 중의 하나였던 중세와 근대의 직업군에 대해서도 다양한 판화나 에칭화로 소개해 주고 있었다. 유럽의 많은 작가들은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풍속화들을 남겨 주었는데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이해력울 향상시켜 주는 동시에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뛰어났다고 생각이 됐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비롯된 어원이나 이야기들이 오늘날에도 사용되는 많은 부분들에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인상적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저자가 프랑스 출신의 작가여서 그런지 세계 최초에 관한 것들에 대해 프랑스 중심적인 사고가 많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아시아나 아메리카 대륙의 정보에 대해서는 의도적이었는지 아니면 리서치의 부족이었는지 상당 부분이 빠져 있었다. 예를 들어 인쇄술의 경우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목판 및 금속활자 인쇄술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이전에 이미 상당 수준에 달해 있었지만 달랑 몇 줄만 다루고 넘어갔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내셔널리즘은 여전히 그 유효성을 잃지 않고 있었다.

감수를 하는데 있어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못한 불어 표현을 그대로 차용한 것도 문제지만 어떤 것들은 사실 관계 여부를 따져보지 않은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철의 장막을 다룬 내용 가운데, 159페이지에 나오는 “발트해의 수데텐란트”라고 나오는데 수데텐란트는 발트해와는 상관이 없다. 수데텐란트는 체코의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부근의 수데텐 산맥 부근을 지칭하는 지명이다.

지금은 우리네 일상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는 물건들이나 혹은 탈 것들이지만, 오래 세월을 두고 우리 인류의 조상들이 열과 정성을 다해서 발전시켜온 삶의 지혜들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좋은 독서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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