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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목사님의 즐거운 유머
오카와 쓰구미치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어떤 책이든지 반드시 그 목적성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오카와 쓰구미치 목사님이 쓴 <유쾌한 목사님의 즐거운 유머>는 도대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 아주 간단하다. 그건 기존에 기독교에 대해 가지고 있던 딱딱하고 고루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유머를 통해 한 방에 날려 버리고, 복음을 통해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으라는 거다. 너무 뻔한다구?
뭐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에 등장하는 오카와 목사님이 비장의 무기처럼 준비한 유머들이 어디선가 한 번 정도는 들어본 듯한 기시감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유머라는 본질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면 그만 아닌가 말이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 중에서 일본의 전통문화와 관계된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기독교가 일본에 전래되었을 당시, 기독교 지도자들이 대개의 경우 무사계급의 사무라이들이었다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사무라이들은 얼굴에 희로애락을 들어내면 안되었다고 한다. 한 번의 미소가 백 마디의 말보다도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 유추해 보았을 때, 무표정한 사무라이가 기독교 복음을 전파하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이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으랴. 그 자체가 유머였다. 하지만 실제에서는, 그 반대였다고 하니 참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가 있겠다.
그리고 엄마를 따라 슈퍼마켓에 간 꼬마가, 엄마에게 초콜릿칩 쿠키를 사달라고 조르다가 도저히 안 되겠으니까 계산할 무렵, 카트에서 벌떡 일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초콜릿칩 쿠키를 사달라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선포하자 무려 23상자의 초콜릿칩 쿠키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참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예수님을 믿는 이들도 역시 세상 가운데 살면서, 세속적인 욕망들 가운데 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가 아는 대로, 하나님과 예수님의 뜻에 합당한 바람이 아닌 자신들의 희망사항들이 우선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바람들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전에 먼저 그 바람이 하나님의 뜻에 온전하게 부합되었는가를 먼저 물어 보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하지만 실제의 적용에서는 아무리 좋은 유머라고 할지라도 듣는 상대방이 어떤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에 바로 뼈저리게 느낄 수가 있었다. <도베르만>(37페이지)의 블랙유머를 말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관계의 상처가 주는 문제에 관한 것이었는데,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은 제시하지 않고 유머만 말했다가 본전도 못 건졌다.
이 작은 책을 통해서, 사랑과 치유의 종교인 기독교가 고난에 찬 세상살이에 시달린 이들에게 즐거운 웃음과 행복을 되찾아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조금 더 바란다면 책을 읽고 나서, 가까운 교회에 설교를 들으러 나간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