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세풀베다 다시 읽기 프로젝트 No. 10]

 

서가와 내가 쌓아 놓은 책탑 어딘가에 루이스 세풀베다가 손주들을 위해 쓴 동화 2편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서가 수색을 마쳤으나 찾지 못했다. 결국 책탑들을 허물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다.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달팽이부터 읽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 개 이야기를 읽으면서 루이스 세풀베다가 쓴 열 개의 책을 추모의 달에 읽는데 성공했다. 내가 생각해고 장하다. 나머지 책들은 찬찬히 읽어야지.

 

이번에 세풀베다 작가는 동화를 소비할 아이들과 어른이들을 위해 마푸체 인디오들 그러니까 대지의 사람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땅으로 인도한다. 달팽이 때처럼 이번에도 인간이 주인공이 아니다. 마푸체 말로 충직함이라는 뜻의 아프마우, 그러니까 개가 주인공이다. 개의 새로운 주인인 윙카들은 아프마우를 데리고 누군가를 쫓고 있다. 부상당한 인디오. 왜 그를 쫓는 지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프마우에 삶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아프마우는 독일 셰퍼드다. 피치트레와(어린 강아지) 시절에 어미에게서 떨어져 눈밭에 파묻힌 아프마우는 그대로 죽을 뻔했다. 하지만 재규어 나웰의 도움으로 살아나 마푸체 인디오의 손에 맡겨진다. 그리고 아프마우란 이름을 얻고 평생의 페니(친구)가 될 아우카만을 만난다.

 

문제는 나무 농장을 만들기 위해 대지의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나타난 윙카들이 쏜 총에 지혜롭고 자애로운 웬출라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아프마우도 아우카만과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아프마우에게 자신의 진짜 친구인 아우카만을 사냥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인 만큼 상당히 교훈적이다. 세풀베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에서 집요하게 추구하는 주제인 지구별에서 조화로운 공존이 전면에 등장한다. 우리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에 대해 대지의 사람들처럼 감사하는가? 추격 중에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마우도 들쥐를 잡아먹으면서 응구네마푸(대지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정령>에게 감사하고, 나머지는 독수리에게 남겨준다. 느껴지는 바가 없는가?

 

수상쩍은 물을 마시고 거칠고 난폭해진 윙카들은 성장해서 롱코 웬출라프의 뒤를 대지의 사람들의 리더가 된 아우카만에게 총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방인들에게 대지는 그저 수탈과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 대지의 사람들처럼 공존하는 삶의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 윙카들에게 총을 맞고 도주하는 아우카만을 조용하게 숨겨준 것도 바로 레무()가 아니었던가. 코로나 사태에 즈음해서 우리 체(사람들)들이 바이러스 감염이 무서워 집에만 있자, 지구별의 공기가 다 깨끗해지고 서커스를 탈출한 동물들이 거리를 누비고 희귀종 거북이가 안심하고 바닷가에서 번식을 한다지 않은가. 내가 사랑하는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는 불행하게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생전에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그를 덮친 바이러스로 현실이 되었다.

 

지구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여전히 요원해 보이지만, 그 시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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