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집에 텔레비젼이 없어요?"

 

 상대방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희 집엔 텔레비젼이 없어요."라고 하면 대부분 이상하다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꼭 한 번 다시 물어봐요. 그러면서 추가 질문을 하죠. "심심하지 않아요?"

 

 집에서 텔레비젼을 몰아낸지가(?) 근 10년이 넘어가는 것 같아요. 흔히 말하듯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텔레비젼을 없앤 것은 아니고, 단지 시끄러워서 없앴을 뿐이에요. 텔레비젼을 없앤 얼마간은 좀 이상하더군요. 늘 거실에서 무슨 소린가 들렸었는데 아무 소리도 안들리니 왠지 허전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불안하기도 하더군요. '텔레비젼을 다시 들여놓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게으른 성미 탓이라 생각만 하고 그렁저렁 지내다보니 어느새 텔레비젼 없는 것에 익숙해 지더군요. 텔레비젼을 없앤 대신에 특별히 무슨 일을 더 하게 -- 예를 들면, 독서를 한다든가 혹은 운동을 한다든가 -- 되지는 않았어요. 그저 조용해진 것 뿐이죠. 그리고 '조용한 것'에 덜 허전하고 덜 불안해 졌구요. 지금은, 더없이 편안하죠.

 

사진은 지인과 음식점에 들렸다가 찍은 거예요. "산정송성원 추청천기향(山靜松聲遠 秋淸泉氣香)"이라고 읽어요. "산 고요하니 솔바람 소리 멀리까지 들리고, 가을 기운 청명하니 샘물 맛 향기롭네"라고 풀이해요. 고요하고 청명한 가을 날을 그린 내용이에요. 단순한 서경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서경을 빌린 서정시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럴 경우, 고요한 산과 맑은 가을 기운은 수양된 인격을, 솔바람 소리와 향기로운 샘물 맛은 그 사람의 언행을, 멀리까지 들린다와 향기롭다는 그 영향을 그린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서예 작품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글귀더군요. 출전이 어딜까 궁금해서 여기저기 뒤져봤는데, 검색 솜씨가 부족해서 그런지 결국은 알아내질 못했어요(죄송). 이 글귀를 대하니 문득 텔레비젼 없는 저희 집이 생각나 몇 마디 중얼거렸어요.

 

한자를 읽어 볼까요? 山은 뫼 산, 靜은 고요할 정, 松은 소나무 송, 聲은 소리 성, 遠은 멀 원, 秋는 가을 추, 淸은 맑을 청, 泉은 샘 천, 氣는 기운 기, 香은 향기 향이라고 읽어요. '가을 추' 자가 좀 이상하죠? 일반적으로는 '秋'로 쓰는데, 이따금 사진의 글씨처럼 쓰기도 해요.

 

몇 자만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靑(푸를 청)과 爭(다툴 쟁)의 합자예요. 본래 의미는 '분명하게 살펴 본다'란 뜻이에요. 靑은 초목이 싹을 틔울 때의 색으로, 그 빛깔이 분명하죠. 그래서 이 글자로 '분명하게 살펴 본다'란 의미를 표현했어요. 爭은 음을 담당하면서(쟁-->정)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그런데 爭은 지금은 '다투다'란 뜻으로 주로 사용하지만 본래는 '이끌어 들인다'는 의미였어요. 여기서는 이 의미로 본뜻을 보충하고 있어요. 분명하게 살펴 보려면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이끌어 들여야 한다는 의미로요. '고요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분명하게 살펴 보려면 요란해서는 안되고 고요해야 한다는 의미로요. 고요할 정. 靜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靜寂(정적). 精肅(정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耳(귀이)와 殸(磬의 초기 형태, 경쇠경. 옛 악기 중의 하나)의 합자예요. 귀로 인식하는 대상, 즉 '소리'란 의미예요. 殸은 음을 담당하면서(경-->성)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옛 악기의 팔음(八音) 중에서 가장 선명하게 들리는 음이 경쇠의 리란 의미로요. 귀로 인식하는 대상(소리) 중에서 가장 선명한 것을 한 예로 추가한 것이지요. 참고로, 팔음은 絲(실 사), 竹(대 죽), 金(쇠 금), 石(돌 석), 匏(박 포), 土(흙 토), 革(가죽 혁), 木(나무 목) 으로 만든 악기에서 나는 소리를 말해요. 소리 성. 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聲量(성량), 音聲(음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辶(걸을 착)과 袁(옷길 원)의 합자예요. 서로 간의 왕래 거리가 멀다란 의미예요. 袁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하고 있어요. 옷의 길이가 길은 것처럼 거리가 멀다란 의미로요. 멀 원. 遠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遠近(원근), 望遠鏡(망원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수원지(水源地)를 그린 거예요. 白은 수원지 구멍을 그린 것이고, 水는 물이 흘러 나오는 모양을 그린 거예요. '샘'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수원지의 물은 본래 그 형태나 양이 미미하죠. 그같이 작은 물이란 의미로요. 샘 천. 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源泉(원천), 溫泉(온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禾(黍의 약자, 기장 서)와 曰(甘의 약자, 달 감)의 합자예요. 향기롭다란 의미예요. 좀 더 정확하게는 초목의 냄새가 향기롭다는 의미예요. 초목 중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것은 오곡(五穀)이죠. 이 오곡 중에서 가장 향기로운 냄새를 가진 기장으로 '향기롭다'란 의미를 표현했고, 달콤하다란 의미의 甘으로 의미를 보완했어요. 향기로운 것은 달콤하기도 하다란 의미로요. 香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香水(향수), 芳香劑(방향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고요할 정    소리 성    멀 원    샘 천    향기 향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   (     )   (     )    (     )   (     )

 

3. '산정송성원 추청천기향'을 한자로 써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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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굴재 2016-04-1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출전이 어딘지 궁금합니다. 古印이 있습니다.

찔레꽃 2016-04-15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저도 출전이 어딘지 모르겠어요. ㅠ ㅠ
 

 "정말, ×같은 나라야!"

 "가슴이 먹먹하다."

 "실제는 저보다 더했을꺼야!"

 

 영화 '귀향'을 보고나온 지인들의 말이에요. 저는 뭐라 말을 못하겠더군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요.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의 극한 모습은 저 자신이 그들과 같은 인간, 중에서도 남자라는 것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갖게 만들더군요. 보태어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서도요. 왜 우리의 위정자들은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주지 못하고, 왜 일본은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 걸까요? 문명의 축이 유럽을 지나 미국을 거쳐 동아시아로 오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모두 환상인 것 같아요. 아직도 인간의 품격을 갖추려면 멀었는데, 무슨 문명의 축이 동아시아로 옮겨 오겠어요.

 

 포스터의 '귀향'은 한자로 '鬼鄕'이라고 쓰고 있더군요. 그런데 보통 '귀향'은 '歸鄕'이라고 쓰지요. 鬼는 귀신 귀, 歸는 돌아올(갈) 귀, 鄕은 고향(시골) 향 이에요. 포스터 '귀향'의 영어 제목은 'Spirit's Homecoming'이에요. '영혼의 歸鄕'이란 의미지요. 이렇게 보면 포스터의 '귀'는 비록 '鬼'로 표기했지만 '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래서 일부러 포스터 표제어를 한글로 표기한 것 같아요. 한자로 표기하면 중첩된 의미를 나타내기 어려울테니까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에서 윗 부분은 머리, 아랫 부분은 사람[人], 중간의 厶는 음기가 응축된 것을 나타낸 거예요. 사람이 죽은 뒤 음기가 뭉쳐서 된 것으로 머리가 유달리 크며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존재란 의미예요. 귀신 귀. 鬼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鬼哭聲(귀곡성), 餓鬼(아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止(그칠지)와 帚(婦의 약자, 며느리 부)와 臣(신하신)의 중첩자가 합쳐진 거예요. '시집가다'란 의미예요. 여성은 시집을 가야 안정된 장소를 얻어 편안하다란 의미로 止를 사용하여 시집가다의 중심의미를 표현했어요. 帚와 臣의 중첩자는 시집가다란 의미를 보완하고 있어요. 시집을 가면 며느리가 되며, 며느리가 되면 신하가 임금을 섬기듯 시댁 식구와 남편을 섬겨야 한다는 의미로요. '돌아오다(가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시집가는 것은 자신이 살아야 할 집으로 돌아오는(가는) 것이라는 의미로요. 돌아올(갈) 귀. 歸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歸國(귀국), 歸農(귀농)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의 좌우에 있는 幺와 阝는 邑(고을읍)의 변형이에요. 가운데 글자는 음을 담당하구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특정 구역들이란 의미예요. '시골'이나 '고향'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시골이나 고향은 당사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지역이란 의미로요. 고향(시골) 향. 鄕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鄕村(향촌), 鄕約(향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귀신 귀    돌아올(갈) 귀   鄕 고향(시골) 향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      (    )約       ( )

 

3. 영화 '귀향'의 작품 제작 경위에 대해 간단히 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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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봄 봄이 왔어요 / 우리의 마음 속에도…"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얼마 전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났죠. 이제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가 봐요. '봄'하면 떠오르는 느낌은 희망과 아쉬움이 아닌가 싶어요. 겨우내 힘들었던 시기가 끝나고 따뜻한 시기가 찾아 오기에 희망에 부풀고, 반면에 그 시기가 길지 않기에 비례해서 아쉬움도 큰 것 같아요. 노래에서도 그런 느낌들을 찾아볼 수 있죠.

 

'봄'의 어원에 대해선 두 가지 설이 있어요. 불의 옛말인 '블'과 오다의 명사형 '옴'이 합쳐져 '봄'이 됐다는 설이 있고, '보다'의 명사형인 '봄'에서 온것이라는 설이 그것이죠. 둘 다 따뜻함과 새로운 움직임을 본다는 의미로,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어요. 역시 봄은 희망과 기대가 우선인 계절인가 봐요. 설사 그 기대와 희망이 아쉬움으로 전락한다해도 말이죠.

 

사진의 왼쪽 한자는 '長春(장춘) 韓食(한식)'이라고 읽고, 오른쪽 한자는 '富春(부춘)'이라고 읽어요. 왼쪽 사진은 아내가 친구들과 외식하러 갔다가 찍어온 것이고(요즘 아내가 저의 적극적인 취재원이 됐어요), 오른쪽 사진은 전에 다뤘던 '어느 중학교 이름'에서 다시 가져온 거예요. '장춘'은 '긴 봄'이란 의미이고 '부춘'은 '풍성한 봄'이란 의미이죠. 둘 다 봄에 거는 희망과 기대를 반영한 말이지요.

 

한자의 뜻과 음을 읽어 볼까요? 長은 긴 장, 春은 봄 춘, 韓은 나라(이름) 한, 食은 밥 식, 富는 부유할 부예요.

 

春과 富만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화분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日을 화분으로, 日 위의 것은 식물이 자라는 모습으로 본 것이죠). 둘. 艸(풀 초)와 日(날 일)과 屯(어려울 준)의 합자이다. 따뜻한 햇볕을 받고 땅 속의 싹들이 힘겹게 위로 올라온다는 뜻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설명이 '싹이 성장(하려) 한다'는 데서는 일치하고 있죠. '봄'이란 의미는 이런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새로운 싹을 틔우는 계절이 봄이란 의미로요. 봄 춘. 春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春分(춘분), 春秋(춘추, 나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宀(집 면)과 畐의 합자예요. 집에 재화가 풍부하고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다는 의미죠. 그래서 宀으로 뜻을 삼았어요. 畐은 음을 담당하는데 뜻도 일부분 담당하고 있어요.  畐은 高와 田의 합자인데 수확한 곡식을 밭에 높이 쌓아 올렸다는 의미예요. 이 의미로, 풍부하고 구비되어 있다는 본 의미를 덧보태주고 있는 것이지요. 부유할 부. 富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富裕(부유), 貧富(빈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플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봄춘   부유할부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    (    )

 

3. '장춘'과 '부춘'을 한자로 써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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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28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중국 식당에 나오는 춘장의 `춘`도 `봄 춘` 자입니까?

찔레꽃 2016-03-02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예요. 춘장의 `춘`은 `甛(한국 음: 첨, 중국 음:티엔)` 혹은 `甛面(한국 음: 첨면, 중국 음: 티엔미엔)`이예요. 甛은 `달치근하다`란 뜻이지요. ^ ^
 

 

 

"하늘이 큰 인물을 낼 적에는 먼저 그를 시련에 빠트려 단련케 한다."

 

『맹자』에 나오는 한 구절이에요. 역경은 때로 사람을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때로 큰 인물로 성장시키기도 하죠. 중요한 것은 역경 그 자체가 아니라, 역경을 바라보는 시각인 것 같아요.

 

사진은 새로 옮긴 직장의 사무실에 걸려있는 글귀예요. "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이라고 읽어요. "대붕은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헤엄친다"란 뜻이에요. 큰 뜻을 가진 사람은 역경을 마다하지 않는다란 의미로 사용하죠. 고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던 글귀예요. 일본 국회를 방문했을때 방명록에도 이 글귀를 남겼지요. 김구 선생께서 즐겨 사용하던 문구이기도 하구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출전이 『장자』라고 되어 있더군요.

 

우리가 기억하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김구 선생은 이 글귀처럼 사신 분이죠.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우리 세대와 호흡을 같이 한 분이라 그 기억이 너무도 생생해요.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대통령이 된 이후 일반의 상식과 금기를 넘어선 말과 행동이 많았죠. 5공 청문회의 날선 질문, 떨어질 줄 알면서 계속 출마한 부산시장 선거, 보수 언론 및 검찰과의 논쟁... 그야말과 역품과 역물살을 거스른 삶이었죠. 저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그 분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요. 그러나 돌아간 이후 그 분을 알겠더군요. 여러 흠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분 만큼 국민을 존중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에게 덧씌운 '꼴통' 이미지는 확실히 보수 언론이 왜곡시킨 이미지예요.

 

한자의 뜻과 음을 알아 볼까요? 大는 큰 대, 鵬은 대붕 붕, 逆은 거스를 역, 風은 바람 풍, 飛는 날 비, 生은 날 생, 魚는 물고기 어, 水는 물 수, 泳은 헤엄칠 영이에요.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전설속의 새인 봉황을 뜻해요. 본래는 朋으로 표현했는데 후에 鳥가 추가 되었지요. 朋은 봉황이 날아가는 모습을 그린 거예요(朋은 후에 '벗'이란 뜻으로 사용하게 됐는데, 봉황이 날면 뭇 새들이 떼지어 함께 날아가는데서 연역된 의미예요). 후에 봉황은 鳳이나 凰으로 표현하게 됐고, 鵬은 대붕이란 새의 뜻으로 사용하게 됐어요. 대붕 역시 전설상의 새로 날개의 길이가 3천리이며 하루에 9만리를 날아 간다고 해요. 대붕 붕. 鵬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鵬鯤(붕곤, 붕새와 곤어. 모두 상상속의 큰 새와 큰 물고기로, 큰 인물이나 영웅을 뜻함), 鵬程(붕정, 붕새가 날아가는 길. 먼 길의 의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辶(걸을 착)과 屰(거스를이)의 합자예요. 나한테 찾아오는 이를 가서 맞이한다란 의미예요. '거스르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나온 거예요. 상대와 내가 서로 상반되게 -- 상대는 나에게 오고, 나는 상대에게 가고 -- 만난다는 의미로요. 거스를 역. 逆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逆流(역류), 逆賊(역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그린 거예요. 가운데의 丨은 새의 몸체를, 윗 부분은 새의 머리를, 중앙의 좌우 부분은 새의 펼쳐진 날개를 그린 거예요. 날 비. 飛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飛上(비상), 飛行(비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물수)(깃발류)의 줄임글자가 합쳐진 거예요. 깃발이 펄럭이듯 물이 흘러간다란 의미지요. 흐를 류.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流行(유행), 行雲流水(행운유수, 거림낌없이 떠도는 것을 비유한 말이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대붕 붕   거스를 역   날 비   흐를 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流   (    )程   行雲(    )水   (    )

 

3. '대붕역풍비 생어역수류'를 한자로 써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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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내부자들보셨는지요? 누적관객 천만을 넘어섰다고 하니 보셨지 않았을까 싶네요. 잔혹학 장면이 많아 보기에 좀 힘들었지만 -- 여러번 눈을 감았어요 -- 우리 사회의 추악한 일면을 리얼하게 그렸기에 공감하며 재미있게 봤어요.

 

 사진은 조국일보 논설 주간 이강희(백윤식 분) 사무실에 걸려있는 액자예요. '무괴아심(無愧我心)'이라고 읽어요. "내 마음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란 뜻이지요. 재벌과 사주를 위해 곡필을 마다않는 그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지요. 아마도 이강희를 희화화하기 위한 소품으로 마련한 것 같아요. 영화 속 이강희와 어울리게 이 내용을 해석하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맹자』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어요. "사람은 부끄러움이 있어야 한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안다면 부끄러운 일이 없게 될 것이다." "부끄러움이란 사람에게 있어 매우 큰 가치이다. 임기응변의 요령을 피우는 자에겐 부끄러움이 있기 어렵다. 이런 자는 사람같지 않은 자이다." 도덕의 출발점은 수치심을 느끼는데서 출발하는데 그런 수치심을 상실한 자는 인간이길 포기한 거라고 혹평하고 있는 것이죠. 꼭 영화 속 주인공 이강희를 지목하여 한 말 같아요. 이강희는 끝까지 수치심을 느끼지 않죠. 영화 속 이강희의 마지막 대사를 기억하시는지요? "×됐네!" 말과 글을 다루는 지성인의 타락이란 그 어떤 타락보다 더 가증스러운 것 같아요.

 

한자의 뜻과 음을 알아 볼까요? 無는 없을 무, 愧는 부끄러워울 괴, 我는 나 아, 心은 마음 심.

 

愧와 我가 좀 낯설어 보이죠?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忄(마음 심)과 鬼(귀신 귀)의 합자예요. 귀신을 대하면 놀랍고 불안하듯 그같이 편치 않은 마음이란 의미예요. 부끄러울 괴. 愧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慚愧(참괴), 自愧(자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手(손 수)와 戈(창 과)의 합자로 손에 창을 들고 자신을 지킨다는 의미이다. 둘. 톱을 그린 글자로 자신을 향하여 톱질할 때 물체가 잘린다는 의미이다. 나 아. 我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自我(자아), 我軍(아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부끄러울괴    나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    )軍   自(    )

 

3. 「무괴아심」을 한자로 써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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