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가 있는 아내한테서 안부 메일이 왔어요. 덧붙여 취재한 사진 세 장을 보냈더군요. 이 사진은 그 중의 하나예요. 뭐라고 읽을까요? 그렇죠! 장성. 뜻은? 그렇죠! 만리장성. 만리장성을 줄여서 흔히 장성이라고 하죠.

 

이 이름을 내건 곳은 아마도 중국 요리점이 아닐까 싶어요. 서구인들에게 '중국?'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것이 '장성'이기에 상호로 사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설령 이 상호의 가게가 음식점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도 그 취지는 비슷하겠지요.

 

장성은 흔히 진나라의 시황제가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의 장성은 명나라 때의 축조물이에요. 시황제가 쌓은 것은 전국 통일 후 연(燕)과 조(趙)의 성에 진(秦)의 성을 연결한 정도였지요.

 

진시황 이후 명나라까지 장성 공사는 계속 진행됐죠. 왜 장성을 쌓은 걸까요? 북방 유목 민족의 침범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북방 유목 민족은 주거가 일정치 않고 생산력이 낮았기 때문에 중국 내지를 침략할 수밖에 없었죠. 과거의 전투력은 보병과 기병이었기 때문에 성을 쌓게 되면 방어가 용이하여 장성을 계속 축조했던 것이죠.

 

장성의 축조는 주로 인력에 의지해 이루어졌다고 해요. 여기에 동원된 인력은 수비 군대와 강제 동원된 백성 그리고 변방 유배 죄인들이었구요. 현존 장성의 길이가 6,700Km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됐을지 감이 안잡힐 정도예요. 그 사이 죽어간 사람은 또 얼마나 많았겠어요! "사내 아이 낳거들랑 조심해 기르지 마라... 그대 보지 못했는가, 장성 아래 시체들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을!"같은 노래 - 장성가(長城歌) - 가 유행했다고 하니 그 참혹함이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었겠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북방 민족을 막아낼 장성을 쌓으면 영원무궁 지속될 줄 알았던 제국이 자국의 내분으로 멸망했다는 사실이에요. 만리장성을 쌓은 진나라만 해도 북방 민족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고 2세 황제의 무능한 정치와 환관 조고의 전횡 그리고 이어진 진승 오광의 반란으로 멸망의 길을 걷게 됐잖아요? 외환(外患)이전에 내우(內憂)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이 장성이 알려주는 교훈 아닌가 싶어요.

 

최근 사드 배치를 놓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데, 정부가 외환을 걱정하여 사드를 놓는다고 하지만 그로 인해 내우를 조장하는 어리석음을 범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내우가 조장되면 제 아무리 강력한 외환 방어책을 갖춘다 한들 저 '장성'처럼 무의미한(?)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야기가 좀 곁으로 새는데, 북한도,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내우가 생겨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민의를 도외시한 일방적 정책은 자칫 내우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남북한 당국자들이 깊이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자를 알아 볼까요? 長은 긴 장, 城은 성 성. 長은 본래 장발 머리의 사람을 그린 거예요. 一의 윗 부분은 장발 머리를 그린 것이고, 一의 아랫 부분은 신체를 그린 거예요. '길다'는 의미는 본뜻을 축약한 것이지요. 길 장. 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長短(장단), 長髮(장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城은 土(흙 토)와 成(이룰 성)의 합자예요. 흙이나 돌을 쌓아올려 만든 건축물이란 의미예요. 성 성. 城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土城(토성), 石城(석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처는 지난 주에 프랑스에서 귀국했어요. 오랫만에 서로 떨어져 지냈는데, 이도 괜찮은 것 같더군요. ^ ^ 서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서요. 많이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네요. 여름 막바지, 건강 유의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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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8-2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진 얘기들과 우리 국내 상황까지 ..두루 짚어주셔서 즐겁게 보고 갑니다!^^ 남은 8 월도 건강히!!

찔레꽃 2016-08-21 14:11   좋아요 1 | URL
아, 저는 그장소님께 자주 들리지 못하는데, 이렇게 성의있게 지켜 봐 주시고 힘이 되는 댓글까지 주시니...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 ^ 남은 8월도 건강히!! ^ ^

[그장소] 2016-08-21 14:14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저도 자주 들여다 보진 못해 죄송했거든요! 그러니 미안해마시고 서로 퉁~!!^^
네~ 건강히!!
 

 

"강유, 오늘 밤 천문을 본 결과 내 수명이 다했구나. 보아라. 삼대성좌(三臺星座)에 객성(客星)의 빛이 강하고 주성은 희미하니 주성을 보좌하는 별들도 빛을 잃고 있다. 이는 곧 내 수명이 다했다는 의미다."

 

 

 

삼국지에 나오는 한 대목이에요. 오장원에서 천문을 본 제갈량이 한 말이죠. 이 말 이후, 아시는 바와 같이, 제갈량은 오장원에서 숨을 거두죠. 소설 속에 나오는 대사라 실제인지 아닌지는 불명확하지만 제갈량이 천문을 보긴 봤을 거예요. 그리고 만일 제갈량의 말처럼 그 때 삼대성좌에 객성이 들었다면, 당대 천문 지식에 의거, 무슨 변고가 생긴 것으로 인식했겠지요. 설령 그게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할지라도요.

 

 

 

여기 제갈량의 말에 나오는 삼대성좌와 객성은 무슨 별일까요? 서양 별자리 이름으로는 큰 곰 자리의 일부에 해당하는 별이 삼대성좌이고, 객성은 혜성을 가리켜요. 그런데 제갈량은 왜 자신의 운명을 삼대성좌에서 본 것일까요?

 

 

 

동양의 별자리는 흔히 3원(垣) 28수(宿)라고 하죠. 3원은 3개의 영역이란 의미인데, 하늘을 북극성을 중심으로 세계의 영역으로 나눈 것을 말해요. 천제가 거주한다고 보는 자미원(紫微垣), 신하들이 거주한다고 보는 태미원(太美垣), 그리고 백성들이 거주한다고 보는 천시원(天市垣)이 그것이죠. 제갈량은 신하이므로 신하들이 거주한다고 보는 태미원에서 자신의 별자리를 본 것이고, 중에서도 정승에 해당하는 지위에 있었기에 삼대성[삼정승 별자리]에서 자신의 운명을 예측했던 것이지요. 28수는 하늘의 별 자리를 사방(四方) 7개씩으로 나눈 것이에요. 각 방위의 별들은 청룡(동), 백호(서), 주작(남), 현무(북)의 형상을 한 것으로 보고 있죠. 아울러 이들 별자리는 각 계절의 별자리이기도 해요. 청룡좌는 봄, 백호좌는 가을, 주작좌는 겨울, 현무좌는 여름의 별자리이죠.

 

 

 

하늘의 별자리와 지리(地理) · 인사(人事)를 연관시킨 것이 동양의 전통 천문학이죠. 이상의 별자리에서 특이 현상이 발견될 때 지리와 인사에도 그에 상응하는 특이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죠. 과거 지식인들에게 천문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고, 제갈량도 예외는 아니었겠지요.

 

 

 

그런데 위에서 얘기한 동양의 별자리 3원 28수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만든 그림이 있어요. 이를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라고 하죠(오른 쪽 사진). 

 

'3원 28수도'라고 하면 쉬울 것을 왜 이리 어려운 이름을 붙인 것일까요? 당연히 나름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천상'은 하늘의 형상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하늘의 조짐을 읽는다는 의미예요.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하늘에 나타난 조짐을 해석할까요? 그걸 알려주는 것이 '열차'와 '분야'예요. 열차는 목성의 공전 주기를 따라 하늘의 적도를 12개의 구역으로 나누었다는 의미이고, 분야는 땅을 나누었다는 의미예요. 하늘과 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천인감응(天人感應) 인식에 입각해 하늘의 별자리를 일대일로 땅에 대입시킨 것이지요. 하여 어떤 별자리에 특정한 천문현상이 생기면 그에 해당하는 지역(혹은 사람)이 영향을 받는다고 해석했던 것이지요. '도'는 그림이란 의미예요. 3차원의 천구를 2차원의 평면에 위치지워 복잡한 천체의 움직임을 한눈에 알아볼수 있게 했다는 뜻이지요(이상 손영달의 '별자리 서당' 99쪽 참조 정리).

 

 

한마디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하늘에 지상의 영역을 반영시켜 지상의 조짐을 파악하기 위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설이 길었네요. 왜 이렇게 길었냐구요? 사진의 주인공과 천문이 관계있기 때문이에요. 사진은 '송곡서원'이라고 읽어요. 잘 아시죠? ^ ^ 서산시 인지면에 있는데, 이 곳엔 정신보 이하 몇 분의 위패가 모셔져 있어요. 그 중 한 분이 류방택(柳方澤)이란 분인데, 이 분은 여말 선초에 살았던 분으로 천문에 일가견이 있던 분이에요. 여말에 천문을 담당하는 서운관이란 관청에서 일을 했었지요. 조선이 개국하고 신정부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는데, 부득이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바로 천상열차분야지도와 관계된 일 때문이었지요.

 

 

 

선초,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고 어수선할 때 태조 이성계에게 송악의 한 사람이 '천상열차분야지도'란 것을 바쳐요. 하늘에 있는 별자리를 그린 지도였지요. 본래 석각으로 돼있던 것을 탁본하여 바친 것이었다고 해요. 태조 이성계는 이를 마치 황하에서 나왔다는 '하도'나 '낙서'처럼 생각하여 새왕조를 기리는 길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쉽게도 원본 석각이 분실되어 찾지 못했다고 해요. 하여 당대의 엘리트였던 권근 등에게 명하여 이를 석각으로 만들게 했어요.

 

 

그런데 권근 등이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미비한 점이 있음을 발견 수년의 연구를 통해 바로 잡고 보완하여 태조 4년에 석각을 완성해요. 이 때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보완에 참여했던 일군의 지식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류방택이에요. 신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부득이 참여하게 됐지요.

 

 

한동안 류방택은 권근 휘하에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소소한 부분을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 졌는데, 최근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수정 보완 작업을 실제적으로 주도한 사람으로 재평가되고 있어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수정하게 된 것은 진상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자리가 당시의 별자리와 위치가 달랐기 때문인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천문을 다시 측정했고 이 일을 류방택이 맡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재평가를 반영하여 송곡서원 옆에는 '류방택 천문 기념관'이 세워졌어요(아래 사진).

 

 

하늘(의 별자리)과(와) 지리 · 인사를 연결지웠던 천문의 전통은 단절됐지요. 흔히 단절된 전통에는 '비과학적'이란 딱지를 붙이죠. 그렇다면 이런 천문 전통도 당연히 비과학적인 것이라고 단정짓겠죠? 

 

 

 

 삶이란 의미를 부여할 때 삶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저 생존에 불과해요. 마찬가지로 천문도 의미를 부여할 때 천문이지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별의 반짝임에 불과해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로 하늘(의 별자리)에 의미를 부여하든, 3원 28수로 의미를 부여하든 어떤 식으로라도 하늘(의 별자리)에 의미를 부여할 때 하늘(의 별자리)이(가) 우리에게 의미를 지닐 거예요.

 

 

 

그렇다면 하늘과 지상의 삶을 연결지었던 과거의 천문 전통은 비과학적인 것이 아니고 되려 과학적인 것이 아닐까요? 과학적인 것이 꼭 원인과 결과 그리고 수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송곡서원(松谷書院)과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 나온 한자 중 낯선 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阝(언덕 부)와 完(완전할 완)의 합자예요. 사방을 언덕처럼 에워싼 담이라는 뜻이에요. 完은 음을 담당하면서(완→원)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담을 잘 쳐서 완벽하게 보안을 유지하게 됐다란 의미로요. 집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사방을 담으로 잘 에워 싼 집이란 의미로요. 집 원. 院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病院(병원), 院長(원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코끼리의 옆 모습을 그린 거예요. 맨 위는 코, 그 밑은 두 귀, 이하는 몸체와 네 다리 그리고 꼬리를 그린 거예요. 형상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코끼리 혹은 코끼리를 닮은 모습이란 의미로요. 형상 상. 지금은 형상 상을 像으로 표기하죠. 象과 像은 통용해요. 象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象牙(상아), 想象(상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刂(칼 도)와 冎(살발라낼 과)의 합자예요. 분해해 놓았다란 의미예요. 칼로 살을 발라내어 뼈와 분리시켰다란 뜻으로 분해의 의미를 표현했지요. 벌일 열. 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列擧(열거), 列傳(열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欠(빠질 결)과 二(두 이)의 합자예요. 차선이란 의미예요. 최고가 되기에 뭔가 빠져있어 최고가 되지 못하고 두번 째가 되었다란 뜻으로 차선이란 의미를 표현했지요. 차례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차선은 두번 째 차례란 의미로요. 차례 차. 次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次善(차선), 次席(차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里(마을 리)와 予(나 여)의 합자예요. 외곽지대[교외]란 의미예요. 도성으로부터 백리 떨어진 곳을 교(郊)라 하고, 이 바깥을 野라고 해요. 里로 뜻을 표현했고, 予는 음을 담당해요(여→야). 들 야. 野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野黨(야당), 野人(야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에워쌀 위)와 嗇(막힐 색)의 합자예요. 도모한다란 의미예요. 일의 진행이 도중에 막히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한다란 뜻으로 도모한다란 의미를 표현했지요. 그림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어려운 일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계획을 나타낸 그림이란 의미로요. 그림 도. 圖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圖謀(도모), 地圖(지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집 원    형상 상    벌일 렬   次 차례 차    들 야    그림 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席   (   )人   想(   )   (   )擧   (   )長   地(   )

 

 

 

3. 자신의 별자리를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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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 오서산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에요. 궁티가 철철 흐르죠?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마음의 휴식, 안정 같은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사진을 찍었지요.

 

어렸을 때 이런 집은 흔하게 봐왔던 집이고, 결혼해서도 잠시 이와 비슷한 집에서 산 적이 있기에 마음이 끌리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은 이와 비슷한 전원 주택에 살고 있지만 공간의 질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예요. 하지만 지금 사는 곳이 예전과 비교해 더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답변하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다시 저런 집으로 가 살겠냐고 물으면 이 또한 '그렇다!'라고 답변하기 어려워요.

 

예이츠가 노래했던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현장 취재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섬인줄 알았는데, 사람이 살기 어려운 조그만 돌섬이더군요. '이니스프리의 호도'는 예이츠가 만들어 낸 마음의 안식처일 뿐 이었어요. 도연명의 '무릉도원'처럼요. 제게는 저런 흙집이 '이니스프리의 호도'나 '무릉도원'같은 곳이에요.

 

사진을 찍은 날 두보의 '강촌(江村)'을 흉내내어 '한거(閑居)'란 시를 하나 지었어요. 아내는 왠지 궁상맞다고 하더군요. 왜 아니 그러겠어요? 허물어져가는 흙집을 보고 와서 지은 것이니. 하하하. 그러나 궁상속에 마음의 휴식과 안정이 깃든 줄을 아내는 모르지요. 하하하.

 

黎明始出場  여명시출장  이른 아침 마당에 나서니

山隔間鳩鳴  산격간구명  마주한 산에서 간간 비둘기 소리 들리네

晴昊白雲流  청호백운류  개인 하늘엔 흰 구름 흘러가고

平湖日傘橫  평호일산횡  고요한 호수엔 햇살이 한가득

貧妻布燥衾  빈천포조금  아내는 이불 널어 말리고

老士圃經營  노사포경영  나는 채소밭 돌봐라

滿月吟漫步  만월음만보  보름달 아래 천천히 걸으며 읊조리나니

凉風入性淸  양풍입성청  서늘한 바람불어 마음이 맑아지네

 

날이 많이 덥습니다. 건강 유의하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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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으로서는 시원하게 쉴 수 있는 곳이 무릉도원입니다. 그곳이 바로 에어컨을 오랫동안 켜는 집입니다. ㅎㅎㅎ

찔레꽃 2016-08-12 08:04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ㅎㅎㅎ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청마 유치환의 '그리움'이에요('파도'라는 제목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죠). 단순하지만, 애절한 그리움을 잘 표현하여 널리 회자되는 시이죠. 이 시에 대해 시인 자신은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이것은 나의 40대의 그리움입니다. 스스로도 가눌 길 없는 정염에 번롱당함이 아닙니다. 한갓 인고와도 같은 사모에 차라리 목숨을 내맡겨 놓노라면 불 속에 달구어 질수록 쇠는 좋은 쇠로 다듬어져 나오듯이 영혼도 가을날 구름 자락처럼 절로 빛을 발하기 마련인 것입니다." (유치환,『구름에 그린다 자작시 해설집』,106쪽)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가 되진 않지만, 분명한 건,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상대를 사랑하겠다는 뜻을 표현한 시라는 내용같아요. 시인의 말대로 40대에 이런 사랑을 간직한다면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기 보다는 불륜의 대상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나 시인은 그런 사랑이 자신의 영혼을 정화한다며 자신의 사랑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어요.

 

뭍을 넘지 않는 파도는 낭만이지만 뭍을 넘는 파도는 재앙이에요. 불륜의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애닯은 선에 머물때 영혼을 정화하지 그 선을 넘으면 추함의 나락에 떨어질 것 같아요. 최근 가십거리가 된 모 배우와 영화 감독의 불륜이 그리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거예요.

 

잘 알려진 것처럼, 유치환은 유부남이면서 당시 미망인이었던 시조시인 이영도를 애모하여 끝없이 연서를 보냈다고 하죠. 이 시도 그런 와중에 나온 것이고요. 전하기론 둘의 관계가 애닯은 선에서 머물렀다고 해요. 그래서 이 시가 아직까지도 애절하게 느껴지는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사진의 한자는 '파도'라고 읽어요. 버려진 낚시대에서 찍은 거예요. 파도라는 단어를 대하니 문득 유치환의 시가 떠올라 몇 마디 주절댔네요. 은근 불륜을 조장하는 듯한 글이 된 것 같아 좀 이상한 느낌이... ^ ^;;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氵(물 수)와 皮(가죽 피)의 합자예요. 물결이란 뜻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지요. 皮는 음을 나타내면서(피→파)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겉면인 가죽처럼 때로 위[바깥]로 솟구치기도 하는 것이 물결이란 의미로요. 물결 파. 波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波高(파고), 波浪(파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물 수)와 壽(목숨 수)의 합자예요. 큰 물결이란 의미예요. 氵로 뜻을 표현했어요. 壽는 음을 나타내면서(수→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壽는 오랜 세월을 살았단 뜻인데, 그같이 물결이 거세고 높다란 의미로요. 물결 도. 濤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怒濤(노도), 濤雷(도뢰, 우뢰와 같은 파도 소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물결 파     물결 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怒(   )    (   )高

 

3. '파도'를 소재로 한 시를 한 편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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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8-05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 여름 잘 나고 계시죠? ^^

찔레꽃 2016-08-06 07:44   좋아요 1 | URL
네, 마른 편이라 여름은 잘 견딘답니다. 겨울은 좀 힘들어도... ^ ^ 에어컨 많이 쐬지 마셔요. 건강에...

[그장소] 2016-08-06 07:50   좋아요 0 | URL
아..저도 에어컨은 별로라..선풍기도 안좋아하는걸요..올핸 어쩔수 없이 선풍기를 다 쓰네요..찔레꽃님도 건강한 8월 보내세요!^^
 

 

어디 피서 좀 다녀 오셨는지요? 저는 그저 집에 있습니다. 아내는 딸 아이 보러 프랑스에 갔구요. 심심하지 않냐구요. 아뇨, 전혀 심심하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일과를 치루고 책보고 운동하면 쏜살같이 하루가 가는 걸요. 이따금 너무 일상에 매몰된 것 같으면 근처를 다니며 사진을 찍습니다. 한자가 보이는 곳이 제 피서지이고 놀이터입니다. 심심할 겨를이 없지요. 지난 주말엔 보령에 있는 최치원 선생 유적지를 다녀왔어요.

 

최치원 선생의 유적지를 찾았더니, 근처 나무 그늘 아래 조금만 정자가 있는데 몇 명의 사내들이 피서를 하고 있더군요. 술과 화투를 즐기면서요. 왠 사내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니 뜨악하게 쳐다 보더군요. 왠 놈이 와서 방해하나 하는 눈치더군요. 모른체 하고 선생의 유적지로 직행 했어요.

 

이곳은 한 때 섬이었다고 해요. 맥도(麥島)라고 불리더군요. 밀물 썰물 때 육지와 연결됐다 섬이 됐다 하는 명소였다고 해요. 최치원 선생 당시 이곳은 꽤 신비로운 장소였을 것 같아요. 아마 선생도 그런 것 때문에 이곳을 찾았던 것 같아요. 좀 떨어진 곳에 자신이 지은 성주사비가 있으니 보령 일대를 유람하면서 신비로운 이 곳을 찾았겠지요. 이곳은 작은 섬이에요. 혹 간월도에 가보셨는지 모르겠는데, 그 보다 작은 것 같더군요. 그런데 간월도는 지금도 육지와 연결되었다 섬이 되었다 하지만, 이곳 최치원 선생 유적지는 육지가 됐어요. 남포 방조제로 간척지가 되었거든요(아래 사진)  

 

 

  저 멀리 아득하게 방조제가 보이죠.?

 

 이 육지가 되어 버린 맥도에는 최치원 선생이 남긴 각자(刻字)가 있었다고 해요. 일명 병풍 바위라는 곳에요. 지금은 이야기만 전해 오지 선생의 각자는 찾을 길이 없더군요.

 

 그래도 선생의 발자취가 있었던 곳이라 이 곳을 정비하고 보령을 찾는 관광객들이 잠시 들렸다 갈 수 있게 해놓았어요. 하지만 꽤 깊숙한 곳에 있어서 저같은 호사가가 아니면 쉽게 찾을 것 같지 않더군요.

 

선생의 발자취를 기념하기 위해 이 곳에서 휘호 대회가 열렸던 것 같아요. 초입에 휘호 대회에서 장원을 한 분의 글씨가 바위에 새겨져 있더군요(첫 머리 사진).

 

鶴舞春池月 鶯啼碧樹風(학무춘지월 앵제벽수풍) - 달빛 훤한 봄 날의 못 가 학이 춤추고, 시원한 바람 부는 여름 날의 나무 꾀꼬리 울고 있네. 봄 여름의 풍경을 스케치한 내용이에요. 가을과 겨울 풍경도 있을 법한데 휘호에서는 쓰지 않은 듯 싶어요.(이 시는 글씨를 쓴 분이 지은 것 같지는 않더군요. 인터넷을 찾아 보니 동일 내용이 다른 분에 의해 서예 작품화 되어 있었거든요. 이게 최치원 선생의 글인지 아니면 타인의 글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 봤는데 더 이상 진척된 내용을 찾지 못하겠더군요.)

 

맥섬 주변의 풍경과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내용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아쉬운 것은 글씨예요. 요즘 글씨는, 전에도 말했지만, 학문[한학]이 뒷받침 되지 않아서 그런지 글씨라기 보다는 그림에 가까워요. 위 작품의 글씨도 그런 경향이 농후해요. 적어도 제게는 별다른 아취를 주지 못하더군요. 모르긴 해도 최치원 선생이 봤어도 저와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맥도에 한동안 앉아서 정취를 느껴보고 싶었는데, 정자 주변의 아저씨들이 마음에 걸려(?) 휙 돌아 보고 바로 발걸음을 돌렸어요. 아저씨들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뭐여, 왜 온겨?"

 

휙 돌아 봤지만 둘러 본 풍경은 마음에 선명한 인상을 남겼어요. 하여 집에 돌아와 기념으로 한시를 한 수 지었어요.

 

麥島屛風石  맥도병풍석   보리 섬 병풍 바위

孤雲刻字場  고운각자장   고운 선생 흔적 남긴 곳

文泯洲易陸  문민주역육   흔적 사라지고 섬 또한 뭍이 됐나니

永使訪人傷  영사방인상   찾은 이 오래토록 상념(傷念)에 젖게 하네

 

자, 한자를 공부해 볼까요?  우선 각자(刻字)의 한시를 한 자씩 읽어 보고 낯선 자 두어 자를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죠.

 

鶴舞春池月   학 학, 춤출 무, 봄 춘, 연못 지, 달 월

鶯啼碧樹風   꾀꼬리 앵, 울 제, 푸를 벽, 나무 수, 바람 풍

 

鶴, 舞, 鶯, 啼가 좀 낯설어 보이네요.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학이란 뜻이에요. 鳥(새 조)로 뜻을 나타냈어요.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하는데(곡→학)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높은 곳에 다다르다'는 뜻이 있는데, 학은 높이 난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는 것이지요. 학 학. 鶴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鶴髮(학발, 흰 머리), 鶴首苦待(학수고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無(없을 무)와 舛(어그러질 천)의 합자예요. 無는 본래 양 손에 깃털을 들고 춤을 추는 모양을 그린 글자예요. 여기서는 그 의미로 사용됐죠. 舛 역시 본래는 양 발을 그린 거예요. 여기서는 역시 그 의미로 사용됐죠. 舞는 두 손 두 발을 사용하여 춤추는 모양을 그린 글자예요. 춤출 무. 舞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舞踊(무용), 僧舞(승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鳥(새 조)와 熒(등불 형)의 약자가 결합된 거예요. 등불처럼 빛나는 색을 지닌 새라는 의미예요. 꾀꼬리 앵. 鶯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鶯聲(앵성, 꾀꼬리 울음 소리), 老鶯(노앵, 봄이 지난 뒤에 우는 꾀꼬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입 구)와 帝(임금 제)의 합자예요. 울다란 의미예요. 口로 뜻을 표현했고, 帝는 음을 담담해요. 울 제. 啼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啼哭(제곡, 큰 소리로 욺), 啼珠(제주, 눈물 방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학 학    춤출 무    꽤꼬리 앵    울 제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   )聲   (   )髮   (   )踊   (   )珠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鶴舞春池月   鶯啼碧樹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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