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피서 좀 다녀 오셨는지요? 저는 그저 집에 있습니다. 아내는 딸 아이 보러 프랑스에 갔구요. 심심하지 않냐구요. 아뇨, 전혀 심심하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일과를 치루고 책보고 운동하면 쏜살같이 하루가 가는 걸요. 이따금 너무 일상에 매몰된 것 같으면 근처를 다니며 사진을 찍습니다. 한자가 보이는 곳이 제 피서지이고 놀이터입니다. 심심할 겨를이 없지요. 지난 주말엔 보령에 있는 최치원 선생 유적지를 다녀왔어요.

 

최치원 선생의 유적지를 찾았더니, 근처 나무 그늘 아래 조금만 정자가 있는데 몇 명의 사내들이 피서를 하고 있더군요. 술과 화투를 즐기면서요. 왠 사내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니 뜨악하게 쳐다 보더군요. 왠 놈이 와서 방해하나 하는 눈치더군요. 모른체 하고 선생의 유적지로 직행 했어요.

 

이곳은 한 때 섬이었다고 해요. 맥도(麥島)라고 불리더군요. 밀물 썰물 때 육지와 연결됐다 섬이 됐다 하는 명소였다고 해요. 최치원 선생 당시 이곳은 꽤 신비로운 장소였을 것 같아요. 아마 선생도 그런 것 때문에 이곳을 찾았던 것 같아요. 좀 떨어진 곳에 자신이 지은 성주사비가 있으니 보령 일대를 유람하면서 신비로운 이 곳을 찾았겠지요. 이곳은 작은 섬이에요. 혹 간월도에 가보셨는지 모르겠는데, 그 보다 작은 것 같더군요. 그런데 간월도는 지금도 육지와 연결되었다 섬이 되었다 하지만, 이곳 최치원 선생 유적지는 육지가 됐어요. 남포 방조제로 간척지가 되었거든요(아래 사진)  

 

 

  저 멀리 아득하게 방조제가 보이죠.?

 

 이 육지가 되어 버린 맥도에는 최치원 선생이 남긴 각자(刻字)가 있었다고 해요. 일명 병풍 바위라는 곳에요. 지금은 이야기만 전해 오지 선생의 각자는 찾을 길이 없더군요.

 

 그래도 선생의 발자취가 있었던 곳이라 이 곳을 정비하고 보령을 찾는 관광객들이 잠시 들렸다 갈 수 있게 해놓았어요. 하지만 꽤 깊숙한 곳에 있어서 저같은 호사가가 아니면 쉽게 찾을 것 같지 않더군요.

 

선생의 발자취를 기념하기 위해 이 곳에서 휘호 대회가 열렸던 것 같아요. 초입에 휘호 대회에서 장원을 한 분의 글씨가 바위에 새겨져 있더군요(첫 머리 사진).

 

鶴舞春池月 鶯啼碧樹風(학무춘지월 앵제벽수풍) - 달빛 훤한 봄 날의 못 가 학이 춤추고, 시원한 바람 부는 여름 날의 나무 꾀꼬리 울고 있네. 봄 여름의 풍경을 스케치한 내용이에요. 가을과 겨울 풍경도 있을 법한데 휘호에서는 쓰지 않은 듯 싶어요.(이 시는 글씨를 쓴 분이 지은 것 같지는 않더군요. 인터넷을 찾아 보니 동일 내용이 다른 분에 의해 서예 작품화 되어 있었거든요. 이게 최치원 선생의 글인지 아니면 타인의 글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 봤는데 더 이상 진척된 내용을 찾지 못하겠더군요.)

 

맥섬 주변의 풍경과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내용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아쉬운 것은 글씨예요. 요즘 글씨는, 전에도 말했지만, 학문[한학]이 뒷받침 되지 않아서 그런지 글씨라기 보다는 그림에 가까워요. 위 작품의 글씨도 그런 경향이 농후해요. 적어도 제게는 별다른 아취를 주지 못하더군요. 모르긴 해도 최치원 선생이 봤어도 저와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맥도에 한동안 앉아서 정취를 느껴보고 싶었는데, 정자 주변의 아저씨들이 마음에 걸려(?) 휙 돌아 보고 바로 발걸음을 돌렸어요. 아저씨들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뭐여, 왜 온겨?"

 

휙 돌아 봤지만 둘러 본 풍경은 마음에 선명한 인상을 남겼어요. 하여 집에 돌아와 기념으로 한시를 한 수 지었어요.

 

麥島屛風石  맥도병풍석   보리 섬 병풍 바위

孤雲刻字場  고운각자장   고운 선생 흔적 남긴 곳

文泯洲易陸  문민주역육   흔적 사라지고 섬 또한 뭍이 됐나니

永使訪人傷  영사방인상   찾은 이 오래토록 상념(傷念)에 젖게 하네

 

자, 한자를 공부해 볼까요?  우선 각자(刻字)의 한시를 한 자씩 읽어 보고 낯선 자 두어 자를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죠.

 

鶴舞春池月   학 학, 춤출 무, 봄 춘, 연못 지, 달 월

鶯啼碧樹風   꾀꼬리 앵, 울 제, 푸를 벽, 나무 수, 바람 풍

 

鶴, 舞, 鶯, 啼가 좀 낯설어 보이네요.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학이란 뜻이에요. 鳥(새 조)로 뜻을 나타냈어요.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하는데(곡→학)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높은 곳에 다다르다'는 뜻이 있는데, 학은 높이 난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는 것이지요. 학 학. 鶴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鶴髮(학발, 흰 머리), 鶴首苦待(학수고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無(없을 무)와 舛(어그러질 천)의 합자예요. 無는 본래 양 손에 깃털을 들고 춤을 추는 모양을 그린 글자예요. 여기서는 그 의미로 사용됐죠. 舛 역시 본래는 양 발을 그린 거예요. 여기서는 역시 그 의미로 사용됐죠. 舞는 두 손 두 발을 사용하여 춤추는 모양을 그린 글자예요. 춤출 무. 舞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舞踊(무용), 僧舞(승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鳥(새 조)와 熒(등불 형)의 약자가 결합된 거예요. 등불처럼 빛나는 색을 지닌 새라는 의미예요. 꾀꼬리 앵. 鶯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鶯聲(앵성, 꾀꼬리 울음 소리), 老鶯(노앵, 봄이 지난 뒤에 우는 꾀꼬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입 구)와 帝(임금 제)의 합자예요. 울다란 의미예요. 口로 뜻을 표현했고, 帝는 음을 담담해요. 울 제. 啼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啼哭(제곡, 큰 소리로 욺), 啼珠(제주, 눈물 방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학 학    춤출 무    꽤꼬리 앵    울 제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   )聲   (   )髮   (   )踊   (   )珠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鶴舞春池月   鶯啼碧樹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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