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청마 유치환의 '그리움'이에요('파도'라는 제목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죠). 단순하지만, 애절한 그리움을 잘 표현하여 널리 회자되는 시이죠. 이 시에 대해 시인 자신은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이것은 나의 40대의 그리움입니다. 스스로도 가눌 길 없는 정염에 번롱당함이 아닙니다. 한갓 인고와도 같은 사모에 차라리 목숨을 내맡겨 놓노라면 불 속에 달구어 질수록 쇠는 좋은 쇠로 다듬어져 나오듯이 영혼도 가을날 구름 자락처럼 절로 빛을 발하기 마련인 것입니다." (유치환,『구름에 그린다 자작시 해설집』,106쪽)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가 되진 않지만, 분명한 건,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상대를 사랑하겠다는 뜻을 표현한 시라는 내용같아요. 시인의 말대로 40대에 이런 사랑을 간직한다면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기 보다는 불륜의 대상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나 시인은 그런 사랑이 자신의 영혼을 정화한다며 자신의 사랑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어요.
뭍을 넘지 않는 파도는 낭만이지만 뭍을 넘는 파도는 재앙이에요. 불륜의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애닯은 선에 머물때 영혼을 정화하지 그 선을 넘으면 추함의 나락에 떨어질 것 같아요. 최근 가십거리가 된 모 배우와 영화 감독의 불륜이 그리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거예요.
잘 알려진 것처럼, 유치환은 유부남이면서 당시 미망인이었던 시조시인 이영도를 애모하여 끝없이 연서를 보냈다고 하죠. 이 시도 그런 와중에 나온 것이고요. 전하기론 둘의 관계가 애닯은 선에서 머물렀다고 해요. 그래서 이 시가 아직까지도 애절하게 느껴지는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사진의 한자는 '파도'라고 읽어요. 버려진 낚시대에서 찍은 거예요. 파도라는 단어를 대하니 문득 유치환의 시가 떠올라 몇 마디 주절댔네요. 은근 불륜을 조장하는 듯한 글이 된 것 같아 좀 이상한 느낌이... ^ ^;;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波는 氵(물 수)와 皮(가죽 피)의 합자예요. 물결이란 뜻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지요. 皮는 음을 나타내면서(피→파)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겉면인 가죽처럼 때로 위[바깥]로 솟구치기도 하는 것이 물결이란 의미로요. 물결 파. 波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波高(파고), 波浪(파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濤는 氵(물 수)와 壽(목숨 수)의 합자예요. 큰 물결이란 의미예요. 氵로 뜻을 표현했어요. 壽는 음을 나타내면서(수→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壽는 오랜 세월을 살았단 뜻인데, 그같이 물결이 거세고 높다란 의미로요. 물결 도. 濤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怒濤(노도), 濤雷(도뢰, 우뢰와 같은 파도 소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波 물결 파 濤 물결 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怒( ) ( )高
3. '파도'를 소재로 한 시를 한 편 소개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