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가 있는 아내한테서 안부 메일이 왔어요. 덧붙여 취재한 사진 세 장을 보냈더군요. 이 사진은 그 중의 하나예요. 뭐라고 읽을까요? 그렇죠! 장성. 뜻은? 그렇죠! 만리장성. 만리장성을 줄여서 흔히 장성이라고 하죠.
이 이름을 내건 곳은 아마도 중국 요리점이 아닐까 싶어요. 서구인들에게 '중국?'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것이 '장성'이기에 상호로 사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설령 이 상호의 가게가 음식점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도 그 취지는 비슷하겠지요.
장성은 흔히 진나라의 시황제가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의 장성은 명나라 때의 축조물이에요. 시황제가 쌓은 것은 전국 통일 후 연(燕)과 조(趙)의 성에 진(秦)의 성을 연결한 정도였지요.
진시황 이후 명나라까지 장성 공사는 계속 진행됐죠. 왜 장성을 쌓은 걸까요? 북방 유목 민족의 침범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북방 유목 민족은 주거가 일정치 않고 생산력이 낮았기 때문에 중국 내지를 침략할 수밖에 없었죠. 과거의 전투력은 보병과 기병이었기 때문에 성을 쌓게 되면 방어가 용이하여 장성을 계속 축조했던 것이죠.
장성의 축조는 주로 인력에 의지해 이루어졌다고 해요. 여기에 동원된 인력은 수비 군대와 강제 동원된 백성 그리고 변방 유배 죄인들이었구요. 현존 장성의 길이가 6,700Km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됐을지 감이 안잡힐 정도예요. 그 사이 죽어간 사람은 또 얼마나 많았겠어요! "사내 아이 낳거들랑 조심해 기르지 마라... 그대 보지 못했는가, 장성 아래 시체들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을!"같은 노래 - 장성가(長城歌) - 가 유행했다고 하니 그 참혹함이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었겠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북방 민족을 막아낼 장성을 쌓으면 영원무궁 지속될 줄 알았던 제국이 자국의 내분으로 멸망했다는 사실이에요. 만리장성을 쌓은 진나라만 해도 북방 민족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고 2세 황제의 무능한 정치와 환관 조고의 전횡 그리고 이어진 진승 오광의 반란으로 멸망의 길을 걷게 됐잖아요? 외환(外患)이전에 내우(內憂)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이 장성이 알려주는 교훈 아닌가 싶어요.
최근 사드 배치를 놓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데, 정부가 외환을 걱정하여 사드를 놓는다고 하지만 그로 인해 내우를 조장하는 어리석음을 범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내우가 조장되면 제 아무리 강력한 외환 방어책을 갖춘다 한들 저 '장성'처럼 무의미한(?)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야기가 좀 곁으로 새는데, 북한도,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내우가 생겨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민의를 도외시한 일방적 정책은 자칫 내우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남북한 당국자들이 깊이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자를 알아 볼까요? 長은 긴 장, 城은 성 성. 長은 본래 장발 머리의 사람을 그린 거예요. 一의 윗 부분은 장발 머리를 그린 것이고, 一의 아랫 부분은 신체를 그린 거예요. '길다'는 의미는 본뜻을 축약한 것이지요. 길 장. 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長短(장단), 長髮(장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城은 土(흙 토)와 成(이룰 성)의 합자예요. 흙이나 돌을 쌓아올려 만든 건축물이란 의미예요. 성 성. 城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土城(토성), 石城(석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처는 지난 주에 프랑스에서 귀국했어요. 오랫만에 서로 떨어져 지냈는데, 이도 괜찮은 것 같더군요. ^ ^ 서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서요. 많이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네요. 여름 막바지, 건강 유의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