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僧貪月色   산에 사는 스님 달빛이 탐나   

 幷汲一甁中   물 길으며 달빛도 함께 길었네

 到寺方應覺   절 도착해사 깨달았네

 甁傾月亦空   물 쏟자 달빛도 사라진단 걸

 

 

가지려고 하면 더 멀어지는 경험, 해보셨는지요? 전 자녀 교육에서 그런 경험을 해봤어요. 표현이 좀 부적절하긴 하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자녀를 지도하려는 것도 '가진다'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아이를 가지려고 하니 점점 더 아이와 멀어지더군요. 놓아주고 지켜보니 되려 아이와 가까워지더라구요.

 

돈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군요. 자꾸 가지려고 하니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더군요. 돈의 경우, 멀어진다는 것은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돈에 만족감을 못느낀다는 의미예요. 돈에 만족감을 못느끼면 제 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결과적으론 돈과 멀어진 거라고 볼 수 있지요. 돈의 의미를 느끼고 만족감을 가질 때 돈과 가까와진 것 아니겠어요?

 

위 시는 이규보의 '영병중월(詠甁中月, 병 속의 달을 읊다)'이란 시예요. 흔히 현상[달빛]과 본질[달]에 관한 깨달음을 절묘하게 읊은 시라고 알려져 있죠. 저는 소유와 무소유의 관계로 풀어 봤어요. 달빛을 소유하는 순간 결과적으론 달빛을 잃게 되고, 달빛을 소유하지 않을 때 되려 달빛을 간직한다는 것을 통해 무소유의 역리를 깨우쳐주려 한 시로요. 하여 제 소소한 경험을 덧붙였고요.

 

사진은 즐겨찾는 한 중국 음식점에서 찍은 숟가락 봉투예요. 한 번 읽어 볼까요?

 

迷水月在      헤맬 미/ 물 수/ 달 월/ 있을 재/

弄花香滿衣   희롱할 롱/ 꽃 화/ 향기 향/ 가득할 만/ 옷 의   꽃을 희롱하니 향기 옷에 가득하네

 

앞 구절은 해석이 안되요.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을 찾아 보니 원 내용은 "掬水月在水(국수월재수, 물을 뜨니 달이 손 안에 있네)"더군요. 제작하시는 분이 잠시 졸았었나 봐요. ^ ^

 

손 안에 있는 달을 가지려고 움켜 쥐면 어떻게 될까요? 또 꽃향기를 소유하려 꽃을 꺾으면 어떻게 될까요? 달은 사라질테고, 향기 또한 얼마 못가겠지요. 가지려고 하면 더 멀어진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시가 아닌가 싶어요. 이규보의 시와 맥이 통한다고 보여요.

 

무소유의 역리, 자본주의의 전지구화가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꼭 되돌아봐야 할 가치가 아닌가 싶어요.

 

낯선 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扌(손 수)와 匊(움킬 국)의 합자예요. 손으로 움켜 쥔다는 의미예요. 움퀼 국. 위 시에서는 움켜 쥔다는 의미보다는 (물을) 뜬다는 의미로 사용됐어요. 그래서 번역도 그렇게 했구요. 掬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掬飮(국음, 물을 떠 마심), 掬弄(국롱, 물을 두 손으로 떠서 장난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王(옥의 변형, 구슬 옥)과 艹의 합자예요. 은 양 손을 그린 거예요. 두 손으로 구슬을 가지고 논다는 의미예요. 희롱할 롱.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弄談(농담), 戱弄(희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掬 움킬 국     弄 희롱할 롱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弄   戱(   )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掬水月在手   弄花香滿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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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3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문장을 놓치지 않으셨군요. 관찰력이 상당히 좋으십니다. ^^

찔레꽃 2016-09-30 14:31   좋아요 0 | URL
아, 네.. ^ ^ 관심있는 것에는 저절로 관찰력이 생기는 듯 싶어요.

메루루 2016-10-2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밥먹다 숫가락에 쌓인 봉지뜻이 먼가 한시같아서 뜻을 찾다 들오게된 블로그인데
제가 본 숫가락 종이와 같네요 ㅎㅎ

찔레꽃 2016-10-23 11:38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어요. ^ ^
 

물이 끓는 모양은

제일 먼저 새우 눈알 같은 것이 나고

조금 있으면

게 눈알, 물고기 눈알, 구슬꿰미같은 것이 올라 와.

 

아직, 아직 아니야. 아직은 물이 익지 않았어.

물이 솟구쳐 오르는 소리를 잘 들어봐.

처음에는 싸~하는 소리가 나고

그 다음엔 쿠르르 바퀴 소리가 날꺼야.

땅이 진동하는 소리, 말 달리는 소리가 났다가

모든 소란이 잦아들 듯

소나무 숲을 지나는 은은한 바람 소리가 난~다!

곧 그 바람 소리마저 잦아들고 이제 더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지금이야!

지금이 바로 순숙, 물이 익었다는 말이야.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한 대사예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인상깊게 기억하실 것 같아요. 자신의 부하들이 자객들과 혈투를 벌이는 속에서도 송유백(이병헌 분)은 무심히 찻물을 끓이죠. 지난 날 설랑(전도연 분)이 알려주던 찻물 끓이는 방법을 회상하면서요. 설랑의 나래이션은 안단테와 모데라토를 거쳐 프레스토로 치닫죠. "지금이야!" 순간, 자객이 던진 표창이 유백을 향해 날아오고 유백은 찻잔을 들어 튕겨내죠. 그리고 다시 설랑의 안단테 나레이션. "지금이 바로 순숙, 물이 익었다는 말이야." 유백은 드디어 야망의 성취를 위한 마지막 결단을 내리죠.

 

위 대사는 송유백의 결단 과정을 암시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송유백과 설랑의 사랑이 무르익음을 보여주는 대사이기도 하죠. 물이 익어가는 과정은 곧 송유백과 설랑의 사랑이 익어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니까요.(고상한 찻물 익는 과정을 너무 저급하게 해석했나요?).

 

사진은 어느 음식점에서 찍은 목각이에요. 팽다(烹茶), '차를 끓이다'라는 표제어를 대하니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 주절댔네요. 팽다 밑에 나온 내용들을 읽어 볼까요?

 

竹影有何餘   대 죽/ 그림자 영/ 있을 유/ 어찌 하/ 남을 여      대 그림자 뜰을 쓸어도 자국 남지 않나니

此心讀聖書   이 차/ 마음 심/ 읽을 독/ 성인 성/ 글 서            이 마음으로 성현의 글을 읽노라

烹茶耽自暇   삶을 팽/ 차 다/ 즐길 탐/ 스스로 자/ 겨를 가      차를 달이며 홀로 있는 시간을 누리노니

眉月掛雲虛   눈썹 미/ 달 월/ 걸 괘/ 구름 운/ 빌 허               구름 낀 하늘엔 초승달 한 조각

 

壬辰雨水      아홉째천감 임/ 다섯째지지 진/ 비 우/ 물 수      임진년(2012년) 우수에

玄史吟         검은 현/ 역사 사/ 읊을 음                               현사 읊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현사라는 분은 현대 분이더군요. 그리고 이 시의 원제는 '우음(偶吟, 우연히 읊다)'이구요. 표제로 새긴 '팽다'는 적절치 않아 보여요. 원 제목인 '우음'을 새겼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시의 전체적인 내용이 차를 달이는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고 맑고 여유로운 마음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지요. 차을 달이는 것과 성인의 글을 읽는 것은 맑고 여유로운 마음을 즐기는 부차적인 행위일 뿐이죠. 첫째 구와 마지막 구의 풍경은 맑고 여유로운 마음을 대신하는 풍경이에요. 마지막 구절의 '구름 낀 하늘'은 분주한 현실을, '초승달'은 그 속에서도 여유를 발하는 시인의 마음을 대신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시에서 첫째 구의 해석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첫구는, 제가 보기에, 야보(冶父)선사의 "대 그림자 뜰을 쓸어도 자국이 남지 않고(竹影掃階塵不動)"를 응용한 구절로 보였기 때문에 원 의미로 풀이했어요(추정이기에 틀릴 수도 있어요).

 

다도(茶道)라는게 있죠? 다도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위 시의 내용대로라면 끽다(喫茶) 자체보다는 그 이전의 마음 자세가 다도의 본질 아닐까 싶어요. 마음이 맑다면 그 어떤 것을 마셔도 다 좋은 차가 되지 않을까요? 설령 맹물을 마실지라도요. '협녀, 칼의 기억'에서 유백은 늘 차맛에 대해 만족을 못하죠. 왜 일까요? 설랑처럼 차를 달이지 못해서 그럴까요? 그보다는 야망으로 가득찬 마음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닐까요?

 

 

낯선 자를 몇 자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彡(形의 약자, 형상 형)과 景(경치 경)의 합자예요. 형체를 드러낸 경치가 갖고 있는 그림자라는 뜻이에요. 그림자 영. 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影像(영상), 撮影(촬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食(먹을 식)과 余(나 여)의 합자예요. 풍족하게 먹어 배가 부르다는 의미예요. 食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남다'라는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배가 부르기에 더 먹을 수 없어 남겼다란 의미로요. 余는 음을 담당해요. 남을 여. 餘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餘裕(여유), 餘談(여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灬(火의 변형, 불 화)와 亨(바칠 형)의 합자예요. 음식물을 익혀서[灬] 바친다[亨]는 의미예요. 삶을 팽. 烹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烹卵(팽란, 삶은 계란), 兎死狗烹(토사구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艹(草의 약자, 풀 초)와 余(나 여)의 합자예요(지금은 茶를 쓸 때, 余에서 一자 하나를 빼고 쓰죠). 쌉싸름한 풀 혹은 그 풀로 우려낸 음료란 의미예요. 艹로 뜻을 표현했어요. 余는 음을 담당해요(여→다). 차 다(차). 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茶道(다도), 綠茶(녹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耳(귀 이)와 冘(흔들 임)의 합자예요. 귀가 늘어져 있다란 의미예요. 耳로 뜻을 표현했어요. 冘은 음을 담당하면서(임→탐)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늘어진 귀는 머리를 돌릴 때마다 잘 흔들린다는 의미로요. '즐기다'라는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늘어진 귀처럼 마음이 풀어져 있는 상태가 즐기는 것이란 의미로요. 즐길 탐. 耽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耽溺(탐익), 耽讀(탐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日(날 일)과 叚(빌려줄 가)의 합자예요. 여유있는 시간이란 의미예요. 日로 뜻을 표현했어요. 叚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남에게 무언가를 빌려 주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같이 여유있는 시간이란 의미로요. 겨를 가. 暇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休暇(휴가), 年暇(연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눈과 눈썹을 그린 거예요. 目은 눈을 그린 것이고 윗부분은 눈썹을 그린 것이에요. 눈썹 미. 眉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眉間(미간), 蛾眉(아미, 아름다눈 눈썹)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본래 挂로 표기했어요. 후일 卜이 추가되었죠. 원형으로 살펴보도록 하죠. 挂는  扌(手의 변형, 손 수)와 圭(홀 규)의 합자예요. 높은 곳에 걸어 놓았다는 의미예요. 扌로 뜻을 표현했어요. 圭는 음을 담당하면서(규→괘)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신하가 지닌 홀은, 임금이 보기에, 꼭 가슴에 매단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로요. 걸 괘. 掛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掛圖(괘도), 掛念(괘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影 그림자 영   餘 남을 여   烹 삶을 팽   茶 차 다   耽 즐길 탐   暇 겨를 가   眉 눈썹 미   掛 걸 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年(   )   撮(   )   (   )圖   (   )間   兎死狗(   )   (   )道   (   )裕

 

3. 차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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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며 죽은 이를 보내는데 유감이 없게 하는 것, 그것이 왕도의 시작입니다."

 

백남기씨 시신을 두고 부검을 주장하는 경찰을 보며 문득 떠오른 『맹자』의 한 구절이에요. 유족 측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반대하는데도 경찰은 기각된 부검 신청을 재신청하려고 한다는군요.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돌아간 것이 명명백백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부검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시 비등(沸騰)할 수 있는 경찰의 과잉진압 여론을 사전에 무마하려는 거겠지요.

 

애도와 재발 방지 약속을 다짐해도 모자랄 판에 시신을 놓고 꼼수를 부리는 이런 처사는 유족들과 국민들에게 한(恨)을 심어주는 거예요.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정권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음을 상정할 때 경찰의 처사는 곧 정권의 처사라고 할 수 있어요. 유족들과 국민에게 한을 심어주는 정권, 결코 좋은 정권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민중은 개명천지한 현대에도 이렇게 무시를 당하니 과거에야 더 말할 나위 없었겠죠? 여기에 사회 격변기까지 겹치면 민중은 그야말로 치지도외(置之度外)였을 거예요.

 

치지도외의 무시 속에서 민중이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자구책(自救策)' 밖에는 다른 것이 없었겠죠(지금도 그렇잖아요?).

 

사진은 당진에 있는 안국사지(安國寺址)의 매향비(埋香碑) 일부예요. 매향은 바닷물이 드나들던 지점에 향나무를 묻는 불교의식의 하나로 미륵불이 강림하여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원하는 의식이에요. 매향비는 이런 매향 장소를 기록해 놓은 비석이고요. 보통은 비석에 표시를 해두지만, 사진처럼, 바위에 새겨 놓기도 했어요. 매향은 종교에 의지하여 곤고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한 민중의 자구책 가운데 하나였다고 볼 수 있어요. 현재 발견된 매향비는 여말선초의 것이 대부분이에요. '매향 = 사회격변'을 확인시켜주는 셈이죠.

 

사진의 각자는 '경오이월일(庚午二月日) 여미북천구(余美北天口) 포동제매향(浦東際埋香)'이라고 읽어요. '포동제매향'은 잘 안보이죠?  뜻은 '경오년(1390) 2월 아무 날 여미 마을 북쪽에 있는 천구 포구 동쪽 가에 향나무를 묻었다.'예요(1390년은 여말선초를 감안한 추정 연도예요). 매향은, 소극적이긴 하지만, 다분히 현실저항적인 의식이에요. 따라서 공공연하게 치뤄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의식에 참여한 소수만 인지하고 비밀을 유지했고요. 위 매향도 마찬가지였겠지요.

 

그래서 매향비가 발견된게 그리 많지 않고 또 발견되었다해도 정확한 매향 장소 파악이 쉽지 않아 매향된 향나무를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 안국사지 매향비에 언급된 향나무는 발견이 됐어요(1975년). 수령이 1300~1500년된 향나무였고 높이와 둘레가 각각 2m 였어요. 현재 이 향나무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어요. 최초 발견자가 민간인이었고 그가 현 소유자에게 매매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매향비가 문화재로 지정이 돼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향나무는 개인이 소유할 물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태어 민중의 염원을 담았던 의식물이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말이지요. 공공기관이 인수하여 전시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싶어요. (이상 매향비 관련 내용은 http://blog.daum.net/kinhj4801/15961553 을 참고했어요.)

 

사진의 각자(刻字)를 뜻과 음으로 읽어 볼까요?

 

庚午二月日 余美北天口 浦東際埋香(일곱째천간 경/ 일곱째지지 오/ 두 이/ 달 월/ 날 일/ 나(남을) 여/ 아름다울 미/ 북녘 북/ 하늘 천/ 입 구/ 물가 포/ 동녘 동/ 가 제/ 묻을 매/ 향기 향)

 

浦, 際, 埋가 좀 낯설어 보이는군요.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氵(물 수)와 甫(씨 보)의 합자예요. 물 가라는 뜻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어요. 甫는 음을 담당하면서(보→포)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남자의 미칭인 '씨'처럼 물 가의 땅은 비옥하고 좋다는 의미로요. 물가 포. 浦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浦口(포구), 萬里浦(만리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阝(阜의 변형, 언덕 부)와 祭(제사 제)의 합자예요. 언덕과 언덕이 맞닿는 지점이란 의미예요. 阝로 뜻을 표현했어요. 祭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신과 인간의 뜻이 상통하고자 하는 의식인 제사처럼 언덕과 언덕이 맞닿은 지점이란 의미로요. 사이 제. '가'라는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사이'는 가장자리 부분이 만나는 지점이란 의미로요. 際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國際(국제), 天際(천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土(흙 토)와 里(마을 리)의 합자예요. 땅에 묻었다는 의미예요. 土로 뜻을 표현했어요. 里는 음을 담당해요(리→매). 埋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埋葬(매장), 埋伏(매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浦 물가 포   際 가 제   埋 묻을 매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葬   (   )口   國(   )  

 

3. 풍문으로 들은 옛 비밀 장소가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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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2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미륵의 현현을 바랐다는 것 자체가 새 시대를 간절하게 바랐다는 염이니 , 통탄스런 일인데 , 어째 변한게 없단 생각이 들어요 ..도구만 현대물문만 미륵이고 살이는 미륵이 아닌 ,

찔레꽃 2016-09-26 22:06   좋아요 1 | URL
네, 동감이에요. 슬픈 현실이죠.

[그장소] 2016-09-26 23:4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물대포를 향할 곳이 방향이 잘못되었고 부검이나 메스를 대야할 곳의 위치가 잘못되었어요 ...ㅠㅠ

찔레꽃 2016-09-27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ㅠ ㅠ
 

 

"텅 텅 텅"

 

5일 장마다 방앗간엔 쌀을 찧으러 온 사람들이 붐볐어요. 방앗간 아저씨는 커다란 발동기를 힘차게 돌렸어요. 텅, 발동기는 돌듯하더니 도로 멈췄어요. 두 세 차례 시동이 반복된 후 발동기는 제대로 돌기 시작했어요. 텅, 텅, 텅, 텅텅텅텅…. 

 

한 낮이 될 무렵 방앗간 마당 한 편에는 국수발 틀에 막 뽑아낸 국수발이 걸렸어요. 기다란 국수발은 한 낮의 햇볕을 받으며 서서히 말랐어요. 아이들은 방앗간 마당 한 곳에 구멍을 파고 구슬 놀이를 했어요. 이따금 방앗간 아주머니가 국숫발에 먼지 튀니 조심하라고 타일렀지만 그리 크게 신경쓰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아이들도 무심했고요.

 

장날은 오가는 사람이 많아 아이들이 마당 한켠에서 놀았지만 장날 아닌 날 마당은 오롯이 아이들의 놀이터였어요. 방앗간은 마을 한 가운데 가장 넓은 터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방앗간 마당이 당연히 자신들의 놀이터라고 생각했고 방앗간 주인도 이의가 없었어요.

 

사진은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찍은 거예요. 장모님이 아프셔서 병문안 갔다 내려오는 길에 찍었어요. 천하제면소(天下製麵所)라고 읽어요. 제면소는 국수 만드는 곳이란 의미예요. 간판을 대하니 문득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 중얼거렸네요.

 

고속터미널은 영풍문고가 자리를 비껴 앉은 후 온통 먹을 것 입을 것이 즐비한 장소로 바뀌었더군요(섭섭). 이 간판의 업소도 그 와중에 들어선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간판은 좀 이상해요. 국수를 (말아) 파는 곳인데 국수 공장이란 의미의 제면소란 명칭을 썼기 때문이에요. 좀 이상하죠? 일반 국수집과 차별화를 두려고 색다른 명칭을 사용한 듯 싶은데, 좀 과한것 같아요.

 

製와 麵이 낯설어 보이네요.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制(마를 제)와 衣(옷 의)의 합자예요. 옷감을 재단해서 옷을 만든다는 의미예요. 지을 제. 지금은 옷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적인 물품 모두에 적용하여 사용하죠. 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製品(제품), 製造(제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麥(보리 맥)과 面(낯 면)의 합자예요. 보리가루란 의미예요. 지금은 보리가루보다 밀가루란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하죠. 面은 음을 담당해요. 밀가루 면. 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冷麵(냉면), 素麵(소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製 지을 제   麵 밀가루 면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冷(   )   (   )造

 

3. 국수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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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22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멸치로 우려낸 육수를 좋아해서 간장을 넣지 않아요. 정말 육수가 싱거워서 맹물 맛이 나면 간장을 쪼금 넣습니다. ^^

찔레꽃 2016-09-22 23:09   좋아요 0 | URL
저하고 같으시네요. ^ ^
 

  서태지와 아이들. 한국 대중 음악의 판도를 바꾼 뮤지션이죠. 그런데 이 뮤지션의 등장을 단순히 그들의 개인적 음악 관심만으로 설명한다면 설득력이 있을까요? 아마도 거의 공감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모든 문화 현상은 시대와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죠.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기 전후의 관련 시대 상황을 설명할 때 이 뮤지션의 등장을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보고 나오면서 뭔가 허전한 점을 지울 수 없었어요.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시대와의 관련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였어요. 이 영화에서는 '시대'를 단순히 김정호를 핍박하는 환경으로만 그렸을 뿐 그가 지도에 몰입하게 만든 요인으로는 그리지 않았어요. 김정호가 지도에 몰입하게 된 요인으로 그린 것은 오로지  그의 개인사 - 잘못 만든 지도 때문에 돌아간 아버지와 지도 제작시 느끼는 희열 - 뿐 이에요.

 

 그러나 김정호가 지도를 만드는데 열중한 것을 단순히 개인사로만 돌리는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을 단순히 그들의 개인적 음악 관심만으로 설명하려는 것과 다름없어요. 설득력이 떨어지죠.

 

 김정호가 지도 제작에 몰입하게된 시대적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전(前) 세대 새롭게 일었던 실학이라는 학풍과 당대의 천주학으로 대변되는 서양 과학 기술의 전래가 아닌가 싶어요. 실학의 '우리 것 찾기'와 서양 과학 기술의 '정밀성'이 김정호의 지도 제작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죠.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이런 시대 배경으로 그의 지도 제작 몰입을 설명했다면 관람객에게 설득력을 줬을 거예요.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러지 못했어요. 적어도 제게는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영화이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영화라 해도 설득력이 있어야 감동을 더하지 않을까 싶어요. (당연히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제게 감동을 주지 못했어요.)

 

사진은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포스터 일부예요. 가운데 있는 주요 내용은 조선에 관한 것이 아니고 만주 지역에 관한 것이에요. 한자를 읽어 볼까요? 후춘부락(後春部落). 자후춘북지영고탑오백리(自後春北至寧古塔五百里) 자영고탑서지오모야리삼백리(自寧古塔西至吾毛耶里三百里) 오라성오백리(烏喇城五百里) 성경칠백리(盛京七百里). 이런 의미예요. 후춘부락. 후춘으로부터 북쪽으로 영고탑까지는 오백리이며, 영고탑으로부터 서쪽으로 오모야리까지는 삼백리이며, 오라성까지는 오백리, 성경까지는 칠백리이다. 자(自)는 여기서 '~부터'라는 뜻이고, 지(至)는 '~까지'라는 뜻이에요.

 

대동여지도의 이 내용은 김정호가 실제로 답사하여 그린 것이 아니고 전(前)대의 기술(記述)을 그대로 옮겨온 거예요. 이것으로 봐도 김정호의 지도 제작에 전대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 전대의 기술은 무엇일까요? 이계 홍량호의 <강외기문>이 아닐까 싶어요. 홍량호는 바로 김정호의 직전 세대 사람이고 실학풍의 학자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강외기문>에는 만주 지역에 관한 상세한 지리 내용이 나오는데, 대동여지도의 위 내용은 그 내용 일부를 어순만 바꿔 그대로 인용했어요.

 

그렇다면 김정호는 왜 대동여지도를 그리면서 만주 지역의 지리도 표시한 것일까요? 위 내용에 나오는 만주의 지리 내용에서 핵심은 '영고탑'이에요. 영고탑은 대조영이 발해를 세웠을 때 중요 거점지로 삼았던 지역이지요. 이로 미루어보면 비록 당대의 조선 영토는 아니지만 과거 우리 영토였던 것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점은 유득공의 '발해고'나 정약용의 '아방강역고'같은 우리 영토에 대한 재인식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끝으로 여담. 대동여지도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가로 4m 세로 7m에 달하는 대형지도예요. 물론 이것은 전체를 펼쳤을 때의 얘기이고, 평소에는 책처럼 접혀있지요. 휴대용 접이식으로 편리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는 '대동/여지/도'라고 끊어 읽어야 해요. '대동'은 우리 나라라는 의미이고, '여지'는 물건을 실은 수레처럼 만물을 싣고 있는 땅이란 의미이고, '도'는 그림이란 의미이거든요. '대동/여/지도' 혹은 '대동여/지도'라고 끊어 읽으면 안돼죠.

 

 

* 위 글의 논지는 대부분 추측성이에요. 그리고 서양 과학 기술의 '정밀성'과 김정호의 지도 제작 관련성 설명도 빠졌구요. 죄송합니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부드럽게 질책해 주셔요. 꾸벅.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丁(끌고 나가다란 의미)과 寍(편안할 녕)의 합자예요. 처음 먹었던 마음을 그대로 지속하여[丁] 목표한 바를 달성했다는 의미예요. 寍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목표한 바를 달성해서 마음이 편안하다는 의미로요. 지금은 본래의 의미보다는 음을 담당한 寍의 뜻으로만 사용해요. 편안할 녕. 寧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安寧(안녕), 康寧(강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본래 산스크리트어 Sutpa를 음역한 것이에요. 처음에는 卒塔婆(졸탑파, 중국어 발음으로는 추따퍼) 혹은 塔婆(탑파, 따퍼)로 번역했다가 나중에 塔(탑, 따)로으로만 쓰게 됐어요. 塔은 본래 예불하는 장소라는 뜻이었는데 뒤에 사리를 보관하는 건축물이란 의미로 사용하게 됐어요. 토석(土石)의 의미를 함유한 土(흙 토)로 뜻을 표현하고,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탑 탑. 塔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石塔(석탑), 木塔(목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阝(邑의 변형, 고을 읍)과 耳(牙의 변형, 어금니 아)의 합자예요. 고을 이름이에요. 阝로 뜻을 표현했어요. 耳는 음을 담당해요(아→야). 지금은 주로 어조사의 의미로 사용해요. 동음 관계로 형태를 차용하여 뜻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어요. 고을이름 야. 어조사 야. 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是耶非耶(시야비야), 琅耶郡(냥야군, 지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입 구)와 刺(찌를 자)의 합자예요. 나팔이라는 뜻이에요. 口로 뜻을 표현했어요(나팔을 분다는 의미지요). 刺는 음을 담당해요(자→라). 나팔 라. 喇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喇叭(나팔), 喇嘛敎(나마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寧 편안할 녕   塔 탑 탑   耶 어조사 야   喇 나팔 라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石 (   )   是 (  )非 (  )    (   )叭   安(   )

 

3. '대동여지도'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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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21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으로 만난 김정호 고산자는 좀 더 발로 뛰는 이미지 였는데 ~^^ 박범신 원작 ㅡ만주에서 고생하는 이야기등~ 지도를 압축해 백성들이 편하게 들고 다닐 수있게 만들지만 조정에서 가로채는 것으로 , 국가의 방위를 문제 삼아 그랬지만 , 사실 국민들 모두가 기동성이 좋아지고 부강해지면 사대부가 힘이 약해지니 더 그랬던 거라고 ..^^;; 그런 부분이 제대로 살지 않았군요!

찔레꽃 2016-09-21 20:39   좋아요 2 | URL
이런, 원작을 읽어 보신 분 앞에서 주름을 잡았네요. ㅠ ㅠ 추석 잘 지내셨죠? 달무지개 사진도 잘 봤답니다.^ ^

[그장소] 2016-09-21 20:41   좋아요 1 | URL
에이~ 무슨 주름 씩이나요! 전 영화를 안본 주름을 잡은 걸요!^^ ㅎㅎㅎ 그러니 퉁 치면 안될까요? 찔레꽃님도 명절 잘 보내고 환절기 역시 잘 나고 계신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