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僧貪月色 산에 사는 스님 달빛이 탐나
幷汲一甁中 물 길으며 달빛도 함께 길었네
到寺方應覺 절 도착해사 깨달았네
甁傾月亦空 물 쏟자 달빛도 사라진단 걸
가지려고 하면 더 멀어지는 경험, 해보셨는지요? 전 자녀 교육에서 그런 경험을 해봤어요. 표현이 좀 부적절하긴 하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자녀를 지도하려는 것도 '가진다'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아이를 가지려고 하니 점점 더 아이와 멀어지더군요. 놓아주고 지켜보니 되려 아이와 가까워지더라구요.
돈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군요. 자꾸 가지려고 하니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더군요. 돈의 경우, 멀어진다는 것은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돈에 만족감을 못느낀다는 의미예요. 돈에 만족감을 못느끼면 제 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결과적으론 돈과 멀어진 거라고 볼 수 있지요. 돈의 의미를 느끼고 만족감을 가질 때 돈과 가까와진 것 아니겠어요?
위 시는 이규보의 '영병중월(詠甁中月, 병 속의 달을 읊다)'이란 시예요. 흔히 현상[달빛]과 본질[달]에 관한 깨달음을 절묘하게 읊은 시라고 알려져 있죠. 저는 소유와 무소유의 관계로 풀어 봤어요. 달빛을 소유하는 순간 결과적으론 달빛을 잃게 되고, 달빛을 소유하지 않을 때 되려 달빛을 간직한다는 것을 통해 무소유의 역리를 깨우쳐주려 한 시로요. 하여 제 소소한 경험을 덧붙였고요.
사진은 즐겨찾는 한 중국 음식점에서 찍은 숟가락 봉투예요. 한 번 읽어 볼까요?
迷水月在 헤맬 미/ 물 수/ 달 월/ 있을 재/
弄花香滿衣 희롱할 롱/ 꽃 화/ 향기 향/ 가득할 만/ 옷 의 꽃을 희롱하니 향기 옷에 가득하네
앞 구절은 해석이 안되요.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을 찾아 보니 원 내용은 "掬水月在水(국수월재수, 물을 뜨니 달이 손 안에 있네)"더군요. 제작하시는 분이 잠시 졸았었나 봐요. ^ ^
손 안에 있는 달을 가지려고 움켜 쥐면 어떻게 될까요? 또 꽃향기를 소유하려 꽃을 꺾으면 어떻게 될까요? 달은 사라질테고, 향기 또한 얼마 못가겠지요. 가지려고 하면 더 멀어진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시가 아닌가 싶어요. 이규보의 시와 맥이 통한다고 보여요.
무소유의 역리, 자본주의의 전지구화가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꼭 되돌아봐야 할 가치가 아닌가 싶어요.
낯선 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掬은 扌(손 수)와 匊(움킬 국)의 합자예요. 손으로 움켜 쥔다는 의미예요. 움퀼 국. 위 시에서는 움켜 쥔다는 의미보다는 (물을) 뜬다는 의미로 사용됐어요. 그래서 번역도 그렇게 했구요. 掬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掬飮(국음, 물을 떠 마심), 掬弄(국롱, 물을 두 손으로 떠서 장난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弄은 王(옥의 변형, 구슬 옥)과 艹의 합자예요. 艹은 양 손을 그린 거예요. 두 손으로 구슬을 가지고 논다는 의미예요. 희롱할 롱. 弄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弄談(농담), 戱弄(희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掬 움킬 국 弄 희롱할 롱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弄 戱( )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掬水月在手 弄花香滿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