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찍을까?"

 

지난 주말, 등산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국밥집에 들렸어요. 국밥이 나오기 전 반찬을 지범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뜬금없이 물었어요. 아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한자가 그득한 가림막이 있더군요. 내용을 훓어보니 삼국지의 한 부분인 듯 싶더군요. "오케이!" (요즘 아내는 저보다 더 적극적인 취재원이 됐어요.)

 

찍어온 사진을 놓고 해석을 해보려니 잘 안되더군요. 가려진 부분, 성근 연결, 부족한 독해 실력이 원인이었겠죠. 난감해하며 멍하니 사진을 쳐다보는데 유독 눈에 띄는 글자가 있었어요. '奸雄(간웅)'과 '孟德(맹덕)'. 조조(曹操)의 별칭과 자(字)이지요.

 

조조. 삼국지(소설)에서 지극히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인물이죠. 그런데 정말 그렇게 부정적이기만한 인물일까요?

 

"조조는 인물을 잘 알아보고 인물들의 동정을 잘 파악했다. 이 때문에 수하 사람들은 조조를 속이지 못했다. 인재를 식별하고 발탁할 때 신분의 고하를 따지지 않았다. 오로지 그의 능력만을 보고 적재적소에 심어 그들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게 했다.

적과 대치해 있을 때 항상 고요하고 편안했으며 흡사 싸움을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결단을 내려 출격 할 때에는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공로가 있어 상을 주어야 할 경우에는 천금도 아끼지 않았지만 공이 없으면서 상을 바랄 경우에는 털끝만큼도 주지 않았다.

법을 적용함이 준엄하고 급하여 죄를 범한 자는 반드시 죽였다. 혹 죄를 범한 자를 대하여 눈물을 흘리긴 했으나 사면하는 일은 없었다.

평소 절약하고 검소하며 화려함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마광의 『자치통감』에서 일부 일용한 거예요. 이 내용을 놓고 보면 조조를 부정적인 인물로 평가하기는 어렵겠죠? 오히려 긍정적인 인물로 평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죠? 원칙에 충실한 개혁가의 모습으로요.

 

그렇다면 왜 소설 속 조조와 역사 속 조조의 모습은 상반된 모습으로 평가되는 걸까요?

 

오래되면 무엇이든지 변하기 어렵죠. 인심도 마찬가지겠죠. 조조는 오랫동안 중국을 지배했던 한나라 황실을 뒤엎고 실질적인 새 왕조를 열었죠. 이런 그에게 민심이 모아지기는 쉽지 않겠죠. 소설 삼국지는 이런 민심을 반영한 민담을 바탕으로 창작된 것이기에 조조를 부정적으로 그렸다고 볼 수 있어요. 반면 『자치통감』같은 역사서는 시비를 포폄하는 사관의 입장에서 쓴 것이기에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고 볼 수 있죠(물론 『자치통감강목』같은 책에서는 조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죠).

 

한 때는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를 그저 '몹쓸 사람'으로만 평가한 적이 있죠. 아마도 오랫동안 박정권하에서 지내온 영향 탓일 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김재규를 '몹쓸 사람'으로만 평가하지는 않죠. 이런 평가는 김재규를 객관적으로 연구한 이들의 주장때문일 거예요. 조조에 대한 민간의 평가와 역사가의 평가가 다른 것도 매한가지라고 봐요.

 

조조. 변화의 새 시대를 연 인물로 평가하고 싶어요. 아마도 이런 생각때문에 가림막에서 유독 '간웅'과 '맹덕'이란 글자가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어요.

 

 

한자를 좀 살펴 볼까요?

 

은 女(여자 녀)와 干(범할 간)의 합자예요. 남녀가[女] 부정하게 교합[섹스]했다[干]는 의미예요. 간음할 간. 간사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간사할 간. 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奸邪(간사), 奸巧(간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隹(새 추)와 厷(팔뚝 굉)의 합자예요. 암컷에 비해 힘이 센 수컷 새란 의미예요. 隹로 뜻을 표현했어요. 厷은 음을 담당하면서(굉→웅)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힘이 세단 의미로요(팔뚝은 힘의 상징체예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 글자의 의미 '영웅, 뛰어나다'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수컷 웅. 영웅 웅. 뛰어날 웅. 雄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雌雄(자웅), 雄壯(웅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子(아들 자)와 皿(그릇 명)의 합자예요. 맏이란 의미예요. 子로 뜻을 표현했어요. 皿은 음을 담당하면서(명→맹)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맏이는 그 위에 다른 아이가 없기에 늘 그릇에 가득 음식물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요. 맏 맹. 孟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孟春(맹춘, 음력 정월), 孟子(맹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彳(行의 약자, 행할 행)과 直(곧을 직)과 心(마음 심)의 합자예요. 곧은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난 가치란 의미예요. 덕 덕. 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道德(도덕), 德行(덕행)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플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奸 간사할 간   雄 뛰어날 웅   孟 맏 맹   德 덕 덕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春   雌(   )   (   )邪   (   )行

 

3.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역사적 인물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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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법 조어선이 우리 해경 단속정을 침몰시켰는데도 정부는 고작 '유감'과 '재발 방지'만을 요청했다고 하죠? 고개를 숙여야 할 중국 정부는 되려 한국 정부가 '이성적'으로 문제를 처리하기 바란다고 큰소리(?) 쳤구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어가 한 두해 일어난 일도 아닌데 왜 강력히 대처하지 못하고 앵무새처럼 '미워요' '하지 마세요'류의 유감과 재발 방지만을 요청하는 걸까요? 힘없는 70대 시위 농민을 가혹한 살수로 죽게 할 만큼 자국민에게는 강한 공권력을 행사하면서 말이지요.

 

혹 기득권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닐까요? 우리와 이해 관계가 밀접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중국과 여러가지 면에서 이해 관계가 얽힌 기득권에 - 대기업같은 -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요. 그렇지 않다면 심각한 주권 침해 행위에 '유감' 운운하는 나약한 태도를 취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기극권 지키기에 급급하여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체면을 도외시한 대표적인 행태가 바로 친일파들의 소행이죠.

 

사진은 한 친일파의 시예요. 비록 시 한 수이긴 하지만 이 시를 읽어보면 친일파의 행태가 어떠했으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春翁七十氣昻然     춘옹[이토 히로부미]은 칠십 노인이면서도 기세가 높아

活佛身兼到上仙     살아있는 부처요 하늘에 오른 신선이라

誰識平生勞苦意     평생 수고한 뜻을 누가 알리요

只憂西勢漸東邊     다만 근심하는 것은 서양의 세력이 동쪽으로 몰려 옴이라

 

時 隆熙三年 七月   융희 3년 7월

於京城翠雲亭        경성의 취운정에서

賦別伊藤公爵一絶  이토공과 이별하며 절구 한수를 지었다

書爲井上君雅囑     이노우에군께서 부탁하여 썼다

韓國從一品 農商    한국 종 1품 농상공 대신

趙重應                 조중응

 

 

이 시는 취운정에서 열렸던 이토 히로부미 송별연에서 지은 거예요. 지은이는 놀랍게도 대한제국의 농상공대신 권중응이에요. 이토를 살아있는 부처와 신선에 비유하는, 자국 일본인이 읊조리기에도 낯부끄러운, 이 시를 대한 제국의 - 거의 주권을 잃어가는 처지이긴 했지만 - 대신이 지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에요. 그런데 더 기가 막힐 노릇은, 위 시의 내용을 보면, 일본이 내세우는 서세동점의 논리에 도취되어 제 나라를 일본에 맡기려는 것에 자긍심마저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에요. 일본이 있기에 서양 오랑캐에 넘어가지 않게 됐다는 감사의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이 시는 경술국치(1910) 한 해 전인 1909년 7월에 지어졌어요). (한동안 논란이 됐던 '식민지 근대화론'이란 이런 권중응의 인식과 괘를 같이 하는 거겠죠.)

 

국민의 안위와 국가의 체면은 오간데 없고 오로지 강자에 빌붙어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이런 친일파의 행태는 해방 후 청산되어야 할 역사적 과제였어요. 그러나 미군정이후 친일파의 재등용으로 이들이 기득권의 자리를 다시 차지하게 됨에 따라 우리 현대사에는 '생존'만이 난무하고 '명예와 권위'는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되었지요.

 

모든 구악(舊惡)이 친일파에게 있다고만은 할 수 없죠. 그러나 상당 부분 친일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에요. 역사적으로라도 반드시 청산을 해야 기득권 수호를 위해 사대(事大)의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나라에 한걸음 더 다가설 거예요.

 

※ 사진과 번역은『'거대한 감옥, 식민지에 살다』(민족문제연구소 편, 2010) 58-59쪽에서 인용했어요.

 

한시의 한자만 한 번 읽어 볼까요?

 

春翁七十氣昻然   봄 춘/ 늙은이 옹/ 일곱 칠/ 열 십/ 기운 기/ 우러를 앙/ 그럴 연

活佛身兼到上仙   살 활/ 부처 불/ 몸 심/ 겸할 겸/ 이를 도/ 위 상/ 신선 선

誰識平生勞苦意   누구 수/ 알 식/ 평평 할 평/ 날 생/ 수고로울 로/ 쓸 고/ 뜻 의

只憂西勢漸東邊   다만 지/ 근심 우/ 서녘 서/ 세력 세/ 차차 점/ 동녘 동/ 가 변

    

昻, 憂, 漸이 좀 낯설어 보이죠?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죠.

 

은 日(날 일)과 卬(우러를 앙)의 합자예요. 높이 들어 올리다란 의미예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이 해이기에 日로 뜻을 표현했어요. 卬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높은 곳에 있는 존재는 우러러보게 된다는 의미로요. 들 앙, 우러를 앙. 昻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昻貴(앙귀, 물건 값이 많이 오름), 昻聳(앙용, 높이 솟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心(마음 심)과 頁(머리 혈)의 합자예요. 얼굴[頁]에 수심이 가득할 정도로 마음 속 근심이 많다는 의미예요. 근심 우. 憂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憂患(우환), 憂鬱(우울)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은 氵(물 수)와 斬(벨 참)의 합자예요. 물 이름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어요. 斬은 음을 담당해요(참→점). '차차'라는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수량이 차츰 불어난다는 의미로요. 물이름 점. 차차 점. 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漸次(점차), 漸進(점진)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점수(漸水)는 지금의 안휘성 선성현에서 발원한 물을 가리키던 명칭이었어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昻 높을 앙   憂 근심 우   漸 차차 점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鬱   (   )貴   (   )次

 

3. 친일 문인의 작품을 하나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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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2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3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0-12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일과 망각>을 읽고 있는데, 친일파의 후손들의 적반하장식 태도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찔레꽃 2016-10-13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참 적실한 표현이네요.
 

 

수당리(壽堂里)는 원래 충청남도 해미군 일도면 지역인데,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수동(壽洞)과 원당동(元堂洞)을 병합하여 수동과 안국사(安國寺)의 이름을 따서 수국리(壽國里)라 하여 서산군 정미면에 편입되었는데, 1917년에 다시 수동과 원당에서 이름을 따서 수당리로 고쳤으며, 1957년에 당진군에 편입되었다. 안국사지는 고려말 시대에 조성된 폐사지로 현재 보물인 석불과 석탑이 남아있다. 석불 뒤에는 '배바위'라고 불리는 매향비(埋香碑)가 있다.(인용 출처:http://www.idj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8564)

 

 

사진은 당진에 있는 안국사지 매향비를 찾아가는 길에 찍은 거에요.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수당리(壽堂里)라고 읽어요. 산자수명은 '산이 아름답고 물이 맑은'이라는 의미예요. 수당리라는 부락명의 유래는 인용 출처의 내용과 같아요.

 

그런데 인용 출처에서는 수당리의 모태가 되는 수동(壽洞)과 원당동(元堂洞)의 부락명 유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어요. 짐작컨대, 수와 원당은 모두 풍수지리상 길지와 관계된 명칭이 아닌가 싶어요. 수가 '오래 산다'는 의미이고, 원당이 '으뜸가는 집터'라는 의미니까요. 이런 의미로 수동과 원당동을 결합한 수당리란 위 부락명을 풀이하면 '장수할 수 있는 최고의 집터'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위 마을의 부제로 써놓은 '산자수명한'은 어울리는 부제가 아니예요. '최고의 장수 터'라고 해야 어울리지요. '산자수명한'이란 부제는, 마을 이름의 의미와 무관하게, 단순히 경치가 좋다는 의미로 붙인 것 같아요. 좀 아쉬워요.

 

예전에는 마을 이름을 알리는 석각물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어요. 마을을 알린다는 취지 자체는 나무랄데 없는데, 많은 경우, 석각물이 함량미달이라는 문제점이 있어요. 석각물이 과도하게 크거나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인쇄체나 졸렬한 필체로 쓴 것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위 석각물은, 그런대로, 함량미달은 면한 것 같아요. 부제만 잘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 ^

 

紫와 壽가 좀 낯설죠?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糸(실 사)와 此(이 차)의 합자예요. 청색과 홍색이 혼합된 색깔[자줏빛]의 옷감이란 의미예요. 糸로 뜻을 표현했어요. 此는 음을 담당해요(차→자). 자줏빛 자. 紫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紫煙(자연, 자줏빛의 연기. 담배 연기 같은 것을 이름), 紫雲英(자운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老(늙을 로)의 약자와 疇(밭두둑 주)의 약자가 결합된 글자예요. 기다란 밭두둑처럼 오래 살았다란 의미예요. 수할 수. 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長壽(장수), 壽福(수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紫 자줏빛 자   壽 수할 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福   (   )雲英

 

3. 자신이 사는 지역 이름에 어울리는 부제를 지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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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여 이렇게 바람이 서글피 부는 날에는
              그대여 이렇게 무화과 익어가는 날에도
              너랑 나랑 둘이서 무화과 그늘에 숨어 앉아
              지난 날을 생각하며 이야기 하고 싶구나
              몰래 사랑했던 그 여자 너 몰래 사랑했던 그 남자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그 누굴 사랑하고 있을까

 

 

              한때 유행했던 노래의 일부예요. 아내나 남편 모르게 만났던 그러나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상대를 그리워

              한다는 내용이에요. 몹쓸 놈(년)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삶이 곤고하여 퇴행한 것이라고 봐줄수도 있

              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이 노래를 들을 때 이상하게 '무화과'라는 단어가 귀에 거슬렸어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닌 탓도 있지만 왠지 '사랑'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무화과의 꽃말은 '결실, 열성, 다산' 이더군요. '사랑'과 무관하다 할 수는 없지만 꼭

              들어맞는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 싶어요. 작사가는 왜 이런 무화과를, 노랫말에서, 밀회의 장소로

              사용한 것일까요?  두가지 이유가 있을 듯 싶어요. 문학적 상상력의 빈곤과 자신의 경험.                       

                                                          

              자신의 경험을 미루어 사용한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문학적 상상력의 빈곤이 이유라면 좀 타박을 해

              야 할 것 같아요. 대중 가요라 해도 노랫말은 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시는 비유와 상징을 통해 의                 

              미를 드러내는데 만일 비유와 상징의 대상이 시의 의미와 동떨어진 거라면 그건 대상을 잘못 사용한 것

              이고 그렇게 지은 시 - 여기서는 노랫말 - 는 시라고 보기 어렵죠.                                    

 

              대중가요 노랫말을 가지고 과도한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중가요야말로 당대를

              대표하는 시일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리 틀린 지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앞서 말한 것

              처럼 위 노랫말이 작사가의 실제 경험에 의거해 쓴 것이라면 이상의 논의는 말짱 황이에요. ^ ^

                                             

              사진의 한자는 '무화담'이라고 읽어요. 무화는 무화과의 뜻인데, 무화과가 들어간 유행 가사가 생각나

              부질없이(?) 중얼거렸네요. 담은 '맛있다'란 뜻인데, 위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자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

              니 '순수하다, 진하다, 달콤하다'의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더군요. 이렇게 보면 '무화담'은 '천연의

              맛있고 달콤한 무화과'란 의미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무화담'은 한문 어순에는 맞지 않는 말이에요.

              한문에선 수식어가 피수식어 앞에 오기 때문에 '맛있고… 무화과'라고 표현하려면 '담무화'라고 해야

              맞지요. 아마도 위 상호는 한문의 어순 보다는 발음에 중점을 두고 말을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담무                 

              화' 보다는 '무화담'이 훨씬 더 안정감있고 자연스럽게 들리잖아요?                                                            

 

              무화과는 여러 효능이 있지만 소화와 변비에 특히 좋다고 하더군요. 소화 기능이 문제가 있는 분들은

              약에 의지하기보다 무화과를 장복하는게 좋을 듯 싶어요. 비용은 좀 들겠죠? ^ ^                     

 

               醰이 낯설죠?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酉(酒의 약자, 술 주)와 覃(벋을 담)의 합자예요. 술 맛이 좋다란 의미예요. 酉로 뜻을 표현했어요.

              覃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좋은 술맛이 오래간다는 의미로요. 진할 담. 醰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醰醰(담담, 맛이 좋음), 醰粹(담수, 진하고 섞인 것이 없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가 필요 없겠죠? 아침 저녁 제법 쌀쌀합니다. 감기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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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비공개 단식 4일 째 인데 탈진 증세가 나타났다고 하네요.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보니 '조롱' 일색이더군요. "누구는 40일을 했는데 벌써..." "몰래 먹기? 안먹기?" "죽을 때 까지 해라!" 등등.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런 단식을 뭐하러 하나 모르겠어요. 단식 농성은 시작하기는 쉬워도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죠. 이대표의 고민이 깊을 것 같아요.

 

『맹자』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와요(제가 꼼꼼하게 읽은 고전은 『맹자』한 권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녜요. 거짓말 안 보태고 70번은 읽은 것 같아요(원문으로).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맹자』를 들먹이게 되요. 제 페이퍼를 읽어온 분들이 "이 사람은 책을 인용할 때 왜 꼭『맹자』를 인용하지?" 하실까 싶어 드리는 변명이에요).

 

 "백성 놈들이 제 상관이 전쟁터에서 죽어 나가는데도 쳐다만 보고 구해줄 생각을 안합니다. 이놈들을 다 죽여 버리고 싶지만 숫자가 너무 많아 못죽이고 있습니다. 이놈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굶어 죽어 시궁창에 시체가 즐비하건만 담당자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임금께 아뢰지 않았습니다. 창고에는 곡식과 재화가 그득하건만 백성들은 아무런 혜택을 못받고 있습니다. 제 상관이 죽는데도 백성들이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받았던 대접을 그대로 되갚아주고 있는 것 뿐입니다. 백성들을 탓하지 마십시오. 저들을 긍휼히 보살폈다면 저들이 그런 행동을 하겠습니까! 증자께서 말씀하셨죠. '조심하고 조심하라. 네게서 나온 것이 네게로 돌아올 것이다.' "

 

이대표의 단식 농성이 '조롱' 일색인 것은 그와 새누리당이 보여준 행태에 대한 앙갚음일 거예요. 자업자득이랄까요?

 

사진의 한자는 "기득매인열지 단구무괴아심(豈得每人悅之 但求無愧我心)"이라고 읽어요. "어찌 사람 하나 하나를 기쁘게 할 수 있으리오. 다만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만을 구할 뿐." 이라는 뜻이에요.

 

흔히 목민관의 처신훈(處身訓)으로 회자되는 문구지요. 자신의 양심에 투철할 때 제반 행정도 공정하게 이뤄질 거라는 기대를 나타낸 것으로요. 양심이 살아 있다면 과히 틀리지 않은 말이지만, 양심이 죽어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말이에요. 당장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봐도 그래요. 자신은 무척 떳떳한 것 처럼 말하며 행동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양심이 왜곡돼 있다고 생각해요. 하여 그의 단식 농성을 '조롱'하는 것이지요. 제가 보기에도 그가 자신의 마음에 부끄럽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그가 모시는 '넘버 원'에 대한 충성심 뿐인 것 같아요. 국민 여론은 그의 안중에 없는 듯 보여요.

 

위 문구를 이정현 대표에게 맞게 해석하면 이렇게 풀이할 수 있을 거예요. "국민들 하나하나를 어찌 기쁘게 할 수 있으리오. 그저 (넘버 원에 대한) 충성심에 부끄러움이 없기만을 구할 뿐." 너무 '조롱'했나요?

 

뜻과 음으로 한자를 읽어 볼까요?

 

豈得每人悅之   어찌 기/ 얻을 득/ 매양 매/ 사람 인/ 기쁠 열/ 어조사 지

但求無愧我心   다만 단/ 구할 구/ 없을 무/ 부끄러울 괴/ 나 아/ 마음 심

 

悅과 愧가 좀 낯설어 보이네요.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忄(마음 심)과 兌(기쁠 태)의 합자예요. 말 그대로, 마음이 기쁘다는 의미예요. 기쁠 열. 悅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喜悅(희열), 法悅(법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忄(마음 심)과 鬼(귀신 귀)의 합자예요. 귀신을 대하면 놀랍고 불안하듯 그같이 편치 않은 마음이란 의미예요. 부끄러울 괴. 愧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慚愧(참괴), 自愧(자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悅 기쁠 열   愧 부끄러울 괴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喜(   )   自(   )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豈得每人悅之 但求無愧我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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