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비공개 단식 4일 째 인데 탈진 증세가 나타났다고 하네요.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보니 '조롱' 일색이더군요. "누구는 40일을 했는데 벌써..." "몰래 먹기? 안먹기?" "죽을 때 까지 해라!" 등등.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런 단식을 뭐하러 하나 모르겠어요. 단식 농성은 시작하기는 쉬워도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죠. 이대표의 고민이 깊을 것 같아요.
『맹자』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와요(제가 꼼꼼하게 읽은 고전은 『맹자』한 권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녜요. 거짓말 안 보태고 70번은 읽은 것 같아요(원문으로).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맹자』를 들먹이게 되요. 제 페이퍼를 읽어온 분들이 "이 사람은 책을 인용할 때 왜 꼭『맹자』를 인용하지?" 하실까 싶어 드리는 변명이에요).
"백성 놈들이 제 상관이 전쟁터에서 죽어 나가는데도 쳐다만 보고 구해줄 생각을 안합니다. 이놈들을 다 죽여 버리고 싶지만 숫자가 너무 많아 못죽이고 있습니다. 이놈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굶어 죽어 시궁창에 시체가 즐비하건만 담당자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임금께 아뢰지 않았습니다. 창고에는 곡식과 재화가 그득하건만 백성들은 아무런 혜택을 못받고 있습니다. 제 상관이 죽는데도 백성들이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받았던 대접을 그대로 되갚아주고 있는 것 뿐입니다. 백성들을 탓하지 마십시오. 저들을 긍휼히 보살폈다면 저들이 그런 행동을 하겠습니까! 증자께서 말씀하셨죠. '조심하고 조심하라. 네게서 나온 것이 네게로 돌아올 것이다.' "
이대표의 단식 농성이 '조롱' 일색인 것은 그와 새누리당이 보여준 행태에 대한 앙갚음일 거예요. 자업자득이랄까요?
사진의 한자는 "기득매인열지 단구무괴아심(豈得每人悅之 但求無愧我心)"이라고 읽어요. "어찌 사람 하나 하나를 기쁘게 할 수 있으리오. 다만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만을 구할 뿐." 이라는 뜻이에요.
흔히 목민관의 처신훈(處身訓)으로 회자되는 문구지요. 자신의 양심에 투철할 때 제반 행정도 공정하게 이뤄질 거라는 기대를 나타낸 것으로요. 양심이 살아 있다면 과히 틀리지 않은 말이지만, 양심이 죽어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말이에요. 당장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봐도 그래요. 자신은 무척 떳떳한 것 처럼 말하며 행동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양심이 왜곡돼 있다고 생각해요. 하여 그의 단식 농성을 '조롱'하는 것이지요. 제가 보기에도 그가 자신의 마음에 부끄럽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그가 모시는 '넘버 원'에 대한 충성심 뿐인 것 같아요. 국민 여론은 그의 안중에 없는 듯 보여요.
위 문구를 이정현 대표에게 맞게 해석하면 이렇게 풀이할 수 있을 거예요. "국민들 하나하나를 어찌 기쁘게 할 수 있으리오. 그저 (넘버 원에 대한) 충성심에 부끄러움이 없기만을 구할 뿐." 너무 '조롱'했나요?
뜻과 음으로 한자를 읽어 볼까요?
豈得每人悅之 어찌 기/ 얻을 득/ 매양 매/ 사람 인/ 기쁠 열/ 어조사 지
但求無愧我心 다만 단/ 구할 구/ 없을 무/ 부끄러울 괴/ 나 아/ 마음 심
悅과 愧가 좀 낯설어 보이네요. 자세히 살펴 볼까요?
悅은 忄(마음 심)과 兌(기쁠 태)의 합자예요. 말 그대로, 마음이 기쁘다는 의미예요. 기쁠 열. 悅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喜悅(희열), 法悅(법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愧는 忄(마음 심)과 鬼(귀신 귀)의 합자예요. 귀신을 대하면 놀랍고 불안하듯 그같이 편치 않은 마음이란 의미예요. 부끄러울 괴. 愧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慚愧(참괴), 自愧(자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悅 기쁠 열 愧 부끄러울 괴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喜( ) 自( )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豈得每人悅之 但求無愧我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