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찍을까?"

 

지난 주말, 등산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국밥집에 들렸어요. 국밥이 나오기 전 반찬을 지범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뜬금없이 물었어요. 아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한자가 그득한 가림막이 있더군요. 내용을 훓어보니 삼국지의 한 부분인 듯 싶더군요. "오케이!" (요즘 아내는 저보다 더 적극적인 취재원이 됐어요.)

 

찍어온 사진을 놓고 해석을 해보려니 잘 안되더군요. 가려진 부분, 성근 연결, 부족한 독해 실력이 원인이었겠죠. 난감해하며 멍하니 사진을 쳐다보는데 유독 눈에 띄는 글자가 있었어요. '奸雄(간웅)'과 '孟德(맹덕)'. 조조(曹操)의 별칭과 자(字)이지요.

 

조조. 삼국지(소설)에서 지극히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인물이죠. 그런데 정말 그렇게 부정적이기만한 인물일까요?

 

"조조는 인물을 잘 알아보고 인물들의 동정을 잘 파악했다. 이 때문에 수하 사람들은 조조를 속이지 못했다. 인재를 식별하고 발탁할 때 신분의 고하를 따지지 않았다. 오로지 그의 능력만을 보고 적재적소에 심어 그들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게 했다.

적과 대치해 있을 때 항상 고요하고 편안했으며 흡사 싸움을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결단을 내려 출격 할 때에는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공로가 있어 상을 주어야 할 경우에는 천금도 아끼지 않았지만 공이 없으면서 상을 바랄 경우에는 털끝만큼도 주지 않았다.

법을 적용함이 준엄하고 급하여 죄를 범한 자는 반드시 죽였다. 혹 죄를 범한 자를 대하여 눈물을 흘리긴 했으나 사면하는 일은 없었다.

평소 절약하고 검소하며 화려함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마광의 『자치통감』에서 일부 일용한 거예요. 이 내용을 놓고 보면 조조를 부정적인 인물로 평가하기는 어렵겠죠? 오히려 긍정적인 인물로 평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죠? 원칙에 충실한 개혁가의 모습으로요.

 

그렇다면 왜 소설 속 조조와 역사 속 조조의 모습은 상반된 모습으로 평가되는 걸까요?

 

오래되면 무엇이든지 변하기 어렵죠. 인심도 마찬가지겠죠. 조조는 오랫동안 중국을 지배했던 한나라 황실을 뒤엎고 실질적인 새 왕조를 열었죠. 이런 그에게 민심이 모아지기는 쉽지 않겠죠. 소설 삼국지는 이런 민심을 반영한 민담을 바탕으로 창작된 것이기에 조조를 부정적으로 그렸다고 볼 수 있어요. 반면 『자치통감』같은 역사서는 시비를 포폄하는 사관의 입장에서 쓴 것이기에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고 볼 수 있죠(물론 『자치통감강목』같은 책에서는 조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죠).

 

한 때는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를 그저 '몹쓸 사람'으로만 평가한 적이 있죠. 아마도 오랫동안 박정권하에서 지내온 영향 탓일 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김재규를 '몹쓸 사람'으로만 평가하지는 않죠. 이런 평가는 김재규를 객관적으로 연구한 이들의 주장때문일 거예요. 조조에 대한 민간의 평가와 역사가의 평가가 다른 것도 매한가지라고 봐요.

 

조조. 변화의 새 시대를 연 인물로 평가하고 싶어요. 아마도 이런 생각때문에 가림막에서 유독 '간웅'과 '맹덕'이란 글자가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어요.

 

 

한자를 좀 살펴 볼까요?

 

은 女(여자 녀)와 干(범할 간)의 합자예요. 남녀가[女] 부정하게 교합[섹스]했다[干]는 의미예요. 간음할 간. 간사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간사할 간. 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奸邪(간사), 奸巧(간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隹(새 추)와 厷(팔뚝 굉)의 합자예요. 암컷에 비해 힘이 센 수컷 새란 의미예요. 隹로 뜻을 표현했어요. 厷은 음을 담당하면서(굉→웅)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힘이 세단 의미로요(팔뚝은 힘의 상징체예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 글자의 의미 '영웅, 뛰어나다'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수컷 웅. 영웅 웅. 뛰어날 웅. 雄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雌雄(자웅), 雄壯(웅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子(아들 자)와 皿(그릇 명)의 합자예요. 맏이란 의미예요. 子로 뜻을 표현했어요. 皿은 음을 담당하면서(명→맹)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맏이는 그 위에 다른 아이가 없기에 늘 그릇에 가득 음식물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요. 맏 맹. 孟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孟春(맹춘, 음력 정월), 孟子(맹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彳(行의 약자, 행할 행)과 直(곧을 직)과 心(마음 심)의 합자예요. 곧은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난 가치란 의미예요. 덕 덕. 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道德(도덕), 德行(덕행)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플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奸 간사할 간   雄 뛰어날 웅   孟 맏 맹   德 덕 덕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春   雌(   )   (   )邪   (   )行

 

3.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역사적 인물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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