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이렇게 바람이 서글피 부는 날에는
그대여 이렇게 무화과 익어가는 날에도
너랑 나랑 둘이서 무화과 그늘에 숨어 앉아
지난 날을 생각하며 이야기 하고 싶구나
몰래 사랑했던 그 여자 너 몰래 사랑했던 그 남자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그 누굴 사랑하고 있을까
한때 유행했던 노래의 일부예요. 아내나 남편 모르게 만났던 그러나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상대를 그리워
한다는 내용이에요. 몹쓸 놈(년)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삶이 곤고하여 퇴행한 것이라고 봐줄수도 있
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이 노래를 들을 때 이상하게 '무화과'라는 단어가 귀에 거슬렸어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닌 탓도 있지만 왠지 '사랑'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무화과의 꽃말은 '결실, 열성, 다산' 이더군요. '사랑'과 무관하다 할 수는 없지만 꼭
들어맞는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 싶어요. 작사가는 왜 이런 무화과를, 노랫말에서, 밀회의 장소로
사용한 것일까요? 두가지 이유가 있을 듯 싶어요. 문학적 상상력의 빈곤과 자신의 경험.
자신의 경험을 미루어 사용한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문학적 상상력의 빈곤이 이유라면 좀 타박을 해
야 할 것 같아요. 대중 가요라 해도 노랫말은 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시는 비유와 상징을 통해 의
미를 드러내는데 만일 비유와 상징의 대상이 시의 의미와 동떨어진 거라면 그건 대상을 잘못 사용한 것
이고 그렇게 지은 시 - 여기서는 노랫말 - 는 시라고 보기 어렵죠.
대중가요 노랫말을 가지고 과도한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중가요야말로 당대를
대표하는 시일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리 틀린 지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앞서 말한 것
처럼 위 노랫말이 작사가의 실제 경험에 의거해 쓴 것이라면 이상의 논의는 말짱 황이에요. ^ ^
사진의 한자는 '무화담'이라고 읽어요. 무화는 무화과의 뜻인데, 무화과가 들어간 유행 가사가 생각나
부질없이(?) 중얼거렸네요. 담은 '맛있다'란 뜻인데, 위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자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
니 '순수하다, 진하다, 달콤하다'의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더군요. 이렇게 보면 '무화담'은 '천연의
맛있고 달콤한 무화과'란 의미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무화담'은 한문 어순에는 맞지 않는 말이에요.
한문에선 수식어가 피수식어 앞에 오기 때문에 '맛있고… 무화과'라고 표현하려면 '담무화'라고 해야
맞지요. 아마도 위 상호는 한문의 어순 보다는 발음에 중점을 두고 말을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담무
화' 보다는 '무화담'이 훨씬 더 안정감있고 자연스럽게 들리잖아요?
무화과는 여러 효능이 있지만 소화와 변비에 특히 좋다고 하더군요. 소화 기능이 문제가 있는 분들은
약에 의지하기보다 무화과를 장복하는게 좋을 듯 싶어요. 비용은 좀 들겠죠? ^ ^
醰이 낯설죠? 자세히 살펴 볼까요?
醰은 酉(酒의 약자, 술 주)와 覃(벋을 담)의 합자예요. 술 맛이 좋다란 의미예요. 酉로 뜻을 표현했어요.
覃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좋은 술맛이 오래간다는 의미로요. 진할 담. 醰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醰醰(담담, 맛이 좋음), 醰粹(담수, 진하고 섞인 것이 없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가 필요 없겠죠? 아침 저녁 제법 쌀쌀합니다. 감기 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