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않는 건 돌 뿐인가 하노라
<윤선도의 오우가 중>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타인에게 상처받을 때지요. 하여 그 상처로 어떤 이는 영영 세상과 결별하여 지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세상을 뒤엎으려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더 큰 사랑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감싸 안으려 하죠. 그런데 이런 경우들에 있어 사람의 마음을 위무하는 공통 요소가 있어요. 바로 자연이죠. 자연은 세상과 결별하여 지내려는 이에게는 안식과 평화를 주고, 세상을 뒤엎으려 하는 이에게는 웅혼한 기상과 의지를 키워 주고, 세상을 이해하고 감싸 안으려는 이에게는 관대한 마음을 길러주죠. 자연은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격려하는 스승이며 감싸주는 어머니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고산 윤선도는 20여년의 세월을 유배로 보냈던 사람이에요. 인간에게 더없이 실망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를 치유해 준 것은 자연이었어요. 만일 그에게 자연이란 벗이 없었다면 인간에게 실망한 마음을 어디에서도 위무받기 어려웠을 거예요. 자연 중에서도 특별히 더 그를 위무한 것은 물과 돌과 소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달이었어요. 첫머리에 든 시의 소재는 돌이에요. 그가 돌에서 배운 것은 '변치 않음'이죠.
사진은 동숭동에 갔다가 찍은 거예요. 전 윤선도의 고향이 해남인 줄 알았어요. 그가 조성한 보길도가 해남에 있어서요. 그런데 그의 출생지는 서울이더군요. 현재의 이화동 근처라고 해요. 아마도 선대는 해남에서 뿌리를 내렸고 윤선도의 아버지는 서울에 거주하며 그를 낳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사진의 한자는 고산 윤선도 오우가비(孤山 尹善道 五友歌碑)라고 읽어요. 아래는 수(水) 석(石) 송(松) 죽(竹) 월(月)이라고 읽고요. 이 제하(題下)에 오우가가 새겨져 있어요
인간에게 실망하여 자연을 벗삼았던 윤선도. 아마 보길도 같은 낙원을 건설하여 지내면서 나름 마음의 치유를 경험했을 거예요. 그러나 그는 종내 자연에서 살고자 했던 것은 아니지 않나 싶어요. 자연에서 변치않는(을) 인간의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역으로 그가 인간 세상[사회]을 얼마나 그리워했나 하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지요. 인간 세상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면 굳이 자연에서 인간 세상의 가치를 찾으려 할 필요가 뭐 있겠어요. 오우가에서 윤선도의 은군자적인 면모만 보는 것은 단견일 거예요.
사진의 한자 중에서 孤, 尹, 友, 歌, 碑만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孤는 子(아들 자)와 瓜(오이 과)의 합자예요. 瓜는 오이 덩굴에 오이 하나가 덩그러니 매달린 모양을 그린 거예요. 덩그런 오이 하나처럼 부모 없는 외톨이 자식이란 뜻이예요. 외로울 고. 孤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孤兒(고아), 孤獨(고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尹은 彐(수의 변형, 손 수)와 丨의 합자예요. 丨은 일거리[事]란 의미예요. 손에 일거리를 갖고 있다란 의미예요. 다스리다란 의미로 사용해요. 다스릴 윤. 사람의 성씨로 사용할 적엔 성 윤이라고 하지요. 尹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判尹(판윤, 오늘날 광역시장 정도에 해당하는 벼슬이름), 尹氏(윤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友는 二(두 이)와 又(手의 변형, 손 수)의 합자예요.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은 모양을 그린 거예요. 서로 손을 맞잡는다는 것은 뜻이 통하는 사이라는 의미이고, 이런 사이가 바로 '벗'이죠. 벗, 친구라는 뜻으로 사용해요. 벗 우. 友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友情(우정), 友愛(우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歌는 欠(하흠 흠)과 哥(소리 가)의 합자예요. 소리를 내어 읊다란 의미예요. 欠은 입을 벌리고 기운을 내뿜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예요. 읊조릴 때도 기운이 표출되기에 欠으로 읊조리다란 의미를 표현했어요. 읊을 가, 노래할 가. 歌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歌手(가수), 歌謠(가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碑는 石(돌 석)과 卑(낮을 비)의 합자예요. 희생용 동물을 묶어 놓거나, 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죽은 이의 무덤을 표시하기 위해 세워 놓은 키 작은 돌이란 의미예요. 돌기둥 비. 비석 비. 碑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碑石(비석), 碑文(비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孤 외로울 고 尹 다스릴 윤 友 벗 우 歌 노래 가 碑 비석 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謠 ( )石 ( )獨 ( )情 判( )
3. 윤선도의 오우가를 찾아 읽어 보시오.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겠다고 했다죠? 자연에 묻혀서 안식과 평화를 찾고 다시는 인간 세상[사회]에 나오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본인을 위해서 그리고 그가 그렇게 사랑한다는 나라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