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맥(麥)씨 가문이 완탕면을 팔기 시작한 것은 약 200년 전이다. 60여 연 전에 중국 광저우에 맥씨 집안에서 '지기(池記)'라는 음식점을 내고 완탕면을 팔았는데 당시 광동의 군벌인 진제당과 연극 배우였던 설각 등이 단골손님이었다고 한다. 국공내전이 끝난 후 지기는 홍콩으로 이전하여 아들인 맥망과 손자인 지충(志忠)으로 이어져, 지금의 '청키면가(忠記麵家)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인용 출처: http://travel.chosun.com/site/data/ html_dir/2011/05/31/2011053101961.html)

 

사진은 아내가 서울 박대통령 하야 집회에 참여했다가 찍어온 사진이에요. 충기면가(忠記麵家)라고 읽어요. 중국 음으론 '청키미엔지아'라고 읽고요. 완탕면 - 따뜻한 육수에 카이란 같은 잎채소와 새우·닭고기·돼지고기 따위로 채워진 완탕 또는 교자[만두]를 고명으로 얹어 먹는 면 - 을 파는 집[麵家]인데, 인터넷을 찾아 보니, 오랜 전통이 있는 국수집이더군요. 충기(忠記)란 의미는 '지충(志忠, 인명)이 이은 지기(池記, 음식점 이름)'란 의미인 듯 싶어요. 사진의 가게는 홍콩 본점이 한국에 낸 지점이더군요.

 

이 곳에서 파는 완탕면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 보았어요. 상당히 걸쭉한(?) 모양이더군요(아래 사진). 사진을 한참 보노라니 문득 한 · 중 · 일의 국수를 한 자리에 모아 보고 싶더군요. 뭔가 차이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완탕면(중국)                                잔치 국수(한국)                           메밀 소바(일본)

 

차이점이 느껴지더군요. 중국은 출발지, 한국은 중간 기착지, 일본은 종착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출발지같은 중국의 완탕면은 투박한 느낌이고, 중간 기착지같은 한국의 잔치 국수는 소박하게 다듬어진 느낌이고, 종착지같은 일본의 메밀 소바는 완결된 느낌이에요. 연장선에서 요리를 하는 한 · 중 · 일의 칼을 한데 모아 보니 이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들더군요. 중국의 칼은 출발지의 칼답게 투박하고, 일본의 칼은 종착지의 칼답게 세련되었으며, 한국의 칼은 중간 기착지 답게 양국 칼의 중간 모습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중국 요리 칼                              한국 요리 칼                                    일본 요리 칼

 

 

이런 차이는 재미도 있지만 시사하는 바도 큰 것 같아요. 자국의 문화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거든요. 무리는 있지만, 두 사례에서 보는 우리 문화의 특징은 중용(中庸)이 아닌가 싶어요. 타 문화를 받아들여 절장보단(截長補短,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에 보탬)의 중용적 변형을 이뤄내는 것이 우린 문화의 특징 아닌가 싶은 거죠. 이런 점에서 우리 문화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과도한(?) 창의성 보다는 선진 문화의 적극 수용과 이의 적절한 변용이 아닌가 싶어요. 창의성이 생명인 시대에 이 무슨 망언(?)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창의가 꼭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유를 새로운 유로 변형시키는 것도 창의성이잖아요? 이러한 창의성을 우리 문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거죠.

 

 

* 사진의 인용 출처를 밝히지 못했네요. 깔끔하게 편집하려다 보니... 사진을 올려주신 분들께 사과드려요.

 

 

한자의 뜻과 음을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中과 心의 합자예요. 불편부당한 정직한 마음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지요. 본디 개인적인 가치관이었는데 후일 공적인 가치관으로 변했죠. 충성 충. 忠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忠誠(충성), 忠義(충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言(말씀 언)과 己(몸 기)의 합자예요. 기록한다란 의미예요. 기록할 적에는 진실되고 곧은 말을 적어야 한다는 의미로 言을 뜻으로 삼았어요. 己는 음을 담당해요. 기록할 기. 記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記錄(기록), 記者(기자)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은 麥(보리 맥)과 面(낯 면)의 합자예요. 보리 가루란 의미예요. 麥으로 뜻을 표현했지요. 지금은 보리 가루보다는 밀가루로, 나아가 밀가루로 만든 국수란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하지요. 보리가루 면. 밀가루 면. 국수면. 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冷麵(냉면), 素麵(소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宀(집 면)과 豕(豭의 약자, 수퇘지 가)의 합자예요. 사람이 사는 집이란 의미예요. 대개 집에서는 돼지를 기르기 때문에 豕로 의미를 보완했어요. 豕는 음도 담당하죠(시→가). 家를 이와 달리 풀이하기도 해요. 豕를 人(사람 인) 자가 세 개 모여 있는 것으로 보고 사람들이[豕] 모여 있는 집[宀]을 나타낸 글자라고 설명해요. 집 가. 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 家庭(가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충성 충   기록할 기   국수 면   집 가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冷(   )   (   )義   (   )庭   (   )錄

 

3. 한 중 일의 공통적이면서도 차이를 보이는 소품 하나를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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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똥을 얼마나 푸지게 싸는지 … 호호호."

 

둘째 형수님이 조카를 낳을 때 어머니께서 아이를 받았어요. 형수에게 아이가 나오려고 하니 좀 더 힘을 주라고 했는데, 형수가 그만 '실례'를 했어요.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힘주기이니 '실례'를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실례'는 '실례'인지라 당사자는 좀 무안하고 뒷처리하는 사람은 약간 우스웠을 거예요. 어머니께서 동네 분들에게 산파 후일담을 들려주실 때 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례'이야기라 그런지 잊혀지질 않아요. ^ ^

 

아내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어요. 산후 조리는 이모님과 처 작은 어머니께서 해주셨구요. 어머니께서 돌아 가셨기 때문이죠. 아마 어머니가 살아 계셨으면 어머니께서 산후 조리를 도와 주셨을 거예요. 제 아이들이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때에는 아마도 모든 것을 병원과 산후 조리원에서 해결하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세대나 자식 세대에서는 더 이상 둘째 형수님같은 에피소드는 나올 것 같지 않아요.

 

사진의 한자는 통곡(桶谷)이라고 읽어요. 일본인 이름이에요. 일본어로 읽으면, 한자 앞에 나와 있는 것처럼, '오케타니'라고 읽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산모의 유방 마사지법을 개발한 사람이라고 나오더군요. 처와 누님이 젓몸살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관심이 가더군요. 살짝 배워보고 싶은 생각도…^ ^;;

 

사진을 찍으며 문득 출산 복지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요. 저희 세대나 윗 세대는 - 저는 중년이에요 - 아이를 낳고 조리하는 것을 개인과 가정의 일로 치부했죠.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앞으로는 아이를 낳고 조리하는 것을 개인과 가정의 일로 치부하기 보다는 국가의 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죠(출산 감소를 염려하여 정부에서 여러가지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없는 듯 해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산모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은 어찌보면 국가의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출산과 산후 조리시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재정적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싶은 거죠. 충분한 의료 서비스 내용에 이 오케타니 마시지도 들어가면 어떨까 싶네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木(나무 목)과 甬(솟을 용)의 합자예요. 되(됫박)이란 뜻이에요. 木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甬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내용물을 충분히[솟다] 담을만한 되란 의미로요. 되 용. 통이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통 용. 桶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貯水桶(저수통), 漆桶(칠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골짜기를 표현한 것이에요. 八과 八은 골짜기를 그린 것이고, 口는 골짜기로 들어가는 입구를 표현한 것이에요. 골짜기 곡. 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谿谷(계곡), 峽谷(협곡)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그나저나 저희 아이들은 나중에 애를 낳으려고나 할런지 모르겠어요. 결혼 적령기가 아직 먼 아이들에게 아내가 벌써부터 "애 안나도 괜찮아! 이런 헬조선에서 뭐하려 애를 낳니!"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틀린 말은 아닌데, 그래도 왠지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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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12-06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상에 와서 제일 잘한 일은 ‘삼남매‘를 낳은 거라고 자신있게 말합니다만...^^
앞으론 국가가 출산복지를 책임져야 된다에 한표 보태요!♥

찔레꽃 2016-12-06 12:5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그런 마음이 자녀 분들을 훌륭하게 성장하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 ^

cyrus 2016-12-06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를 위해서 엄마, 아빠가 다같이 욕심을 내야 합니다. 엄마 혼자 욕심내면 엄마 입장에서는 고된 일을 경험하게 되니까요.

찔레꽃 2016-12-09 08:35   좋아요 0 | URL
그렇죠. ^*^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않는 건 돌 뿐인가 하노라

<윤선도의 오우가 중>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타인에게 상처받을 때지요. 하여 그 상처로 어떤 이는 영영 세상과 결별하여 지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세상을 뒤엎으려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더 큰 사랑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감싸 안으려 하죠. 그런데 이런 경우들에 있어 사람의 마음을 위무하는 공통 요소가 있어요. 바로 자연이죠. 자연은 세상과 결별하여 지내려는 이에게는 안식과 평화를 주고, 세상을 뒤엎으려 하는 이에게는 웅혼한 기상과 의지를 키워 주고, 세상을 이해하고 감싸 안으려는 이에게는 관대한 마음을 길러주죠. 자연은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격려하는 스승이며 감싸주는 어머니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고산 윤선도는 20여년의 세월을 유배로 보냈던 사람이에요. 인간에게 더없이 실망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를 치유해 준 것은 자연이었어요. 만일 그에게 자연이란 벗이 없었다면 인간에게 실망한 마음을 어디에서도 위무받기 어려웠을 거예요. 자연 중에서도 특별히 더 그를 위무한 것은 물과 돌과 소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달이었어요. 첫머리에 든 시의 소재는 돌이에요. 그가 돌에서 배운 것은 '변치 않음'이죠.

 

사진은 동숭동에 갔다가 찍은 거예요. 전 윤선도의 고향이 해남인 줄 알았어요. 그가 조성한 보길도가 해남에 있어서요. 그런데 그의 출생지는 서울이더군요. 현재의 이화동 근처라고 해요. 아마도 선대는 해남에서 뿌리를 내렸고 윤선도의 아버지는 서울에 거주하며 그를 낳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사진의 한자는 고산 윤선도 오우가비(孤山 尹善道 五友歌碑)라고 읽어요. 아래는 수(水) 석(石) 송(松) 죽(竹) 월(月)이라고 읽고요. 이 제하(題下)에 오우가가 새겨져 있어요

 

인간에게 실망하여 자연을 벗삼았던 윤선도. 아마 보길도 같은 낙원을 건설하여 지내면서 나름 마음의 치유를 경험했을 거예요. 그러나 그는 종내 자연에서 살고자 했던 것은 아니지 않나 싶어요. 자연에서 변치않는(을) 인간의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역으로 그가 인간 세상[사회]을 얼마나 그리워했나 하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지요. 인간 세상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면 굳이 자연에서 인간 세상의 가치를 찾으려 할 필요가 뭐 있겠어요. 오우가에서 윤선도의 은군자적인 면모만 보는 것은 단견일 거예요.

 

사진의 한자 중에서 孤, 尹, 友, 歌, 碑만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子(아들 자)와 瓜(오이 과)의 합자예요. 瓜는 오이 덩굴에 오이 하나가 덩그러니 매달린 모양을 그린 거예요. 덩그런 오이 하나처럼 부모 없는 외톨이 자식이란 뜻이예요. 외로울 고. 孤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孤兒(고아), 孤獨(고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彐(수의 변형, 손 수)와 丨의 합자예요. 丨은 일거리[事]란 의미예요. 손에 일거리를 갖고 있다란 의미예요. 다스리다란 의미로 사용해요. 다스릴 윤. 사람의 성씨로 사용할 적엔 성 윤이라고 하지요. 尹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判尹(판윤, 오늘날 광역시장 정도에 해당하는 벼슬이름), 尹氏(윤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二(두 이)와 又(手의 변형, 손 수)의 합자예요.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은 모양을 그린 거예요. 서로 손을 맞잡는다는 것은 뜻이 통하는 사이라는 의미이고, 이런 사이가 바로 '벗'이죠. 벗, 친구라는 뜻으로 사용해요. 벗 우. 友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友情(우정), 友愛(우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欠(하흠 흠)과 哥(소리 가)의 합자예요. 소리를 내어 읊다란 의미예요. 欠은 입을 벌리고 기운을 내뿜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예요. 읊조릴 때도 기운이 표출되기에 欠으로 읊조리다란 의미를 표현했어요. 읊을 가, 노래할 가. 歌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歌手(가수), 歌謠(가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石(돌 석)과 卑(낮을 비)의 합자예요. 희생용 동물을 묶어 놓거나, 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죽은 이의 무덤을 표시하기 위해 세워 놓은 키 작은 돌이란 의미예요. 돌기둥 비. 비석 비. 碑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碑石(비석), 碑文(비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孤 외로울 고   尹 다스릴 윤   友 벗 우   歌 노래 가   碑 비석 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謠   (   )石   (   )獨   (   )情   判(   )

 

3. 윤선도의 오우가를 찾아 읽어 보시오.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겠다고 했다죠? 자연에 묻혀서 안식과 평화를 찾고 다시는 인간 세상[사회]에 나오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본인을 위해서 그리고 그가 그렇게 사랑한다는 나라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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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1-3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물러난다 했나요? 이제 시간 싸움 인건 아니겠죠?

시 가 넘 좋아요! 변치 않는건 돌 뿐이라니..그건 좀 서글프지만 .. 변하는건 모두 그렇듯 생명이 짧은 것 뿐인가 싶어서..
12월이 곧 입니다. ^^

찔레꽃 2016-11-30 08:36   좋아요 1 | URL
염려대로 시간 싸움, 꼼수를 부린거라고 보는 것이 중평이더군요. 저도 그렇게.... 참 대책없는....

[그장소] 2016-11-30 10:38   좋아요 0 | URL
담와 ㅡ 담화 ㅡ 에구~ 시간 벌어주는 꼴이되는게 아닌가 걱정스럽네요 .

cyrus 2016-11-29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근혜가 정치 생활하는 동안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순간, 오늘 왜 기자들을 불러 모았는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찔레꽃 2016-11-30 08:37   좋아요 1 | URL
반성할 줄 모르는 대통령... 국민만 불쌍합니다.
 

대통령 호위 무사.

 

유영하 변호사의 별명이라죠? 변호사의 '변'은 辯으로 쓰죠. '분별하다'란 의미구요. 그런데 '분별하다'란 의미의 '변'을 辨으로 쓰기도 해요. 가운데에  言(말씀 언) 대신刂(칼 도)가 들어가 있는 점이 다르죠. 이렇게 보면 변호사를 호위 무사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어요. 말이라는 칼로 사리를 분별하여 의뢰인을 지킨다는 의미로요.

 

변호사는 당연히 말의 칼을 잘 다뤄야겠지요. 아울러 말의 칼에 대한 철학도 있어야 할 것 같구요. 이런 점에서 진검에 대한 철학은 말의 칼을 다루는 사람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 같아요. 형태는 다르지만 똑같이 칼을 다룬다는 차원에서요.

 

진검에 대한 철학서 중에 널리 알려진 것이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의 <오륜서(五輪書)>죠. 오륜서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어요.

 

무사는 목숨이 일각에 달려 있는 긴박한 전쟁터에서도 평정심(平靜心)을 유지해야 한다. 지나치게 긴장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긴장을 늦추어서도 안 되며,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중심을 바로 잡으면서도 마음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에도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되며, 몸이 빠르게 움직일 때에도 마음은 평소와 같이 평온하게 움직여야 한다. (인용 출처 :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4052 )

 

진검을 제대로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칼 솜씨 이전에 칼을 다루는 마음가짐인데, 그 마음 가짐을 무사시는 '평정심'이라고 했어요. "목숨이 일각에 달려 있는 긴박한 전쟁터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마음이 흔들리면 칼이 흔들리고 칼이 흔들리면 상대에게 진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이는 말의 칼을 다루는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발표이후 유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죠. "객관적 증거에 의해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법리를 적용해 결정하는 것이 수사인데도 검찰의 이날 발표는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그에 근거해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은 것으로, 중립적 특검의 엄격한 수사와 증거를 따지는 법정에서는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지고 말 그야말로 '사상누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검찰의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죠.

 

변호사는 으레 검찰의 수사 발표를 반박하죠. 의뢰인을 위한 상투적인 서비스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납득할만한 반박을 해야 듣는 이들이 수긍을 하죠. 유변호사의 발언은 납득하기 어려워요. 검찰 수사 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검찰은 입증할만한 근거를 가지고 대통령의 '공모'를 언급하는데, 유변호사는 '상상과 추측'으로 검찰의 수사를 부정하고 있어요. 누가 '환상의 집'을 짓고 '사상누각'을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검찰의 수사가 그리 황당하다면 대통령이 검찰에 나가서 진실을 밝히면 될 터인데 수사가 황당해서 안나가겠다는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에요. 유변호사는 평정심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정심을 잃은 칼은 흔들리죠. 흔들리는 칼로는 상대방을 이기기 어렵죠.

 

사진은 劍道(검도)라고 읽어요. 잘 아시죠? ^ ^ 劍은 칼 검, 道는 길도, '칼의 도'라고 풀이해요. 글자를 대하니 문득 유변호사 말이 생각나 몇 마디 중얼 댔네요.

 

한자를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刂(刀의 변형, 칼 도)와 僉(다 첨)의 합자예요. 양면에 날이 있는 칼이란 의미예요. 한 쪽면에 날이 있는 칼은 도(刀)라고 하죠. 칼 검. 劍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劍客(검객), 劍術(검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辶(걸을 착)과 首(머리 수)의 합자예요. 머리가 바라보는 방향을 향하여 걸어간다는 의미예요. 또는 그렇게 걸어가는 도로란 의미로도 사용하죠. 진리란 의미의 '길'이란 뜻은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걸어가는 길처럼 사람으로서 지켜나가야 할 올바른 가치란 의미로요. 길 도. 道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道路(도로), 道德(도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평정심을 잃은 호위 무사. 의뢰인을 지키기는 커녕 그 자신이 먼저 베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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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11-25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북플 로긴했는데 여전한 찔레꽃님의 한자사랑에 고마워서 댓글 남겨요!^^

찔레꽃 2016-11-25 08:25   좋아요 1 | URL
잘 지내시죠? 음으로 양으로 관심 가져 주셔서 늘 감사할 따름이에요. ^ ^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박대통령의 말이에요. 차라리 "현 역사 교과서는 좌편향되어 우리 역사를 균형있게 가르치지 못하게 되어있다.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했으면 학술적 논쟁이라도 일으켰을텐데, 이 발언은 그것도 아니고 '혼' '비정상'같은 개념이 모호한 말로 역사 교육의 문제점을 언급했기에 잡음만 일으켰죠. 당시는 대통령이 왜 그런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됐죠. 무속 신앙을 가지고 역사 교육의 문제점을 평했기에 그랬던 것이죠.

 

'자국 역사 무지 = 혼이 없는 인간'이라고 보는 인식은 박은식 선생의 '역사 = 혼' 인식과 일면 비숫한 점이 있는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인식이에요. 박은식 선생의 인식은 독립을 위한 정신 자세를 주장한 것이지만 박대통령의 인식은 (신의) 피조물로서의 자격 없음을 주장한 것에 가깝거든요. 오늘 날 누가 역사를 모른다고 혼이 없다고 말하나요(말할 수 있나요)? 무식하다고는 할지언정.

 

역사는 현재를 기점으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사실의 해석이기에 역사 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비판 의식'이죠. 따라서 좌편향, 우편향, 중도의 관점을 가진 역사 교육은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혼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역사 교육은 있을 수 없어요. 대통령의 발언은 무지한 발언일 뿐이에요.

 

그런데 이런 무지한 발언을 동력으로 만들어진 국정 교과서가 배포를 눈앞에 두고 있죠.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사진의 한자는 혼(魂)이라고 읽어요. '넋'이란 의미예요. 다 아시죠? ^ ^  이따끔 젊은이들 취향의 자동차에서 보게 되는 문자 디자인이에요. 전 이 디자인을 볼 때마다 좀 섬뜩해요. 이상하게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구호인 '대화혼(大和魂)'이 떠올라서요. 게다가 무속 신앙을 가진 대통령의 '혼 운운' 발언까지 떠오르니 그 정도가 더 심해졌어요. ㅠㅠ

 

魂은 鬼(귀신 귀)와 云(雲의 초기 글자, 구름 운)의 합자예요. 사람의 신체를 떠난 넋이란 의미예요. 鬼로 뜻을 표현했어요. 고대 중국에선 사람이 죽으면 혼백이 신체에서 떠나는데 혼은 양기가 되어 하늘로 가고 백은 음기가 되어 땅으로 간다고 믿었어요. 云은 음을 담당하면서(운→혼)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구름이 하늘 위에 있듯 하늘 위로 올라가는 것이 혼이라는 의미로요. 넋 혼. 魂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靈魂(영혼), 魂飛魄散(혼비백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대통령이 최순실 관련 검찰 조사를 안받고, 중립적인 특검만 받겠다고 했다죠? 특검은 야당에서 추천하기로 돼있으니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렵죠. 중립적인 특검만 받겠다는 것은 곧 특검도 받지 않겠다는 말이죠. 본인이 국민 앞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으며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하고는 자신의 말을 헌신짝 버리듯이 하는 대통령. 이런 경우에는 정말 '혼이 비정상'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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