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호위 무사.

 

유영하 변호사의 별명이라죠? 변호사의 '변'은 辯으로 쓰죠. '분별하다'란 의미구요. 그런데 '분별하다'란 의미의 '변'을 辨으로 쓰기도 해요. 가운데에  言(말씀 언) 대신刂(칼 도)가 들어가 있는 점이 다르죠. 이렇게 보면 변호사를 호위 무사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어요. 말이라는 칼로 사리를 분별하여 의뢰인을 지킨다는 의미로요.

 

변호사는 당연히 말의 칼을 잘 다뤄야겠지요. 아울러 말의 칼에 대한 철학도 있어야 할 것 같구요. 이런 점에서 진검에 대한 철학은 말의 칼을 다루는 사람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 같아요. 형태는 다르지만 똑같이 칼을 다룬다는 차원에서요.

 

진검에 대한 철학서 중에 널리 알려진 것이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의 <오륜서(五輪書)>죠. 오륜서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어요.

 

무사는 목숨이 일각에 달려 있는 긴박한 전쟁터에서도 평정심(平靜心)을 유지해야 한다. 지나치게 긴장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긴장을 늦추어서도 안 되며,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중심을 바로 잡으면서도 마음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에도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되며, 몸이 빠르게 움직일 때에도 마음은 평소와 같이 평온하게 움직여야 한다. (인용 출처 :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4052 )

 

진검을 제대로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칼 솜씨 이전에 칼을 다루는 마음가짐인데, 그 마음 가짐을 무사시는 '평정심'이라고 했어요. "목숨이 일각에 달려 있는 긴박한 전쟁터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마음이 흔들리면 칼이 흔들리고 칼이 흔들리면 상대에게 진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이는 말의 칼을 다루는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발표이후 유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죠. "객관적 증거에 의해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법리를 적용해 결정하는 것이 수사인데도 검찰의 이날 발표는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그에 근거해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은 것으로, 중립적 특검의 엄격한 수사와 증거를 따지는 법정에서는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지고 말 그야말로 '사상누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검찰의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죠.

 

변호사는 으레 검찰의 수사 발표를 반박하죠. 의뢰인을 위한 상투적인 서비스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납득할만한 반박을 해야 듣는 이들이 수긍을 하죠. 유변호사의 발언은 납득하기 어려워요. 검찰 수사 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검찰은 입증할만한 근거를 가지고 대통령의 '공모'를 언급하는데, 유변호사는 '상상과 추측'으로 검찰의 수사를 부정하고 있어요. 누가 '환상의 집'을 짓고 '사상누각'을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검찰의 수사가 그리 황당하다면 대통령이 검찰에 나가서 진실을 밝히면 될 터인데 수사가 황당해서 안나가겠다는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에요. 유변호사는 평정심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정심을 잃은 칼은 흔들리죠. 흔들리는 칼로는 상대방을 이기기 어렵죠.

 

사진은 劍道(검도)라고 읽어요. 잘 아시죠? ^ ^ 劍은 칼 검, 道는 길도, '칼의 도'라고 풀이해요. 글자를 대하니 문득 유변호사 말이 생각나 몇 마디 중얼 댔네요.

 

한자를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刂(刀의 변형, 칼 도)와 僉(다 첨)의 합자예요. 양면에 날이 있는 칼이란 의미예요. 한 쪽면에 날이 있는 칼은 도(刀)라고 하죠. 칼 검. 劍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劍客(검객), 劍術(검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辶(걸을 착)과 首(머리 수)의 합자예요. 머리가 바라보는 방향을 향하여 걸어간다는 의미예요. 또는 그렇게 걸어가는 도로란 의미로도 사용하죠. 진리란 의미의 '길'이란 뜻은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걸어가는 길처럼 사람으로서 지켜나가야 할 올바른 가치란 의미로요. 길 도. 道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道路(도로), 道德(도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평정심을 잃은 호위 무사. 의뢰인을 지키기는 커녕 그 자신이 먼저 베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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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11-25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북플 로긴했는데 여전한 찔레꽃님의 한자사랑에 고마워서 댓글 남겨요!^^

찔레꽃 2016-11-25 08:25   좋아요 1 | URL
잘 지내시죠? 음으로 양으로 관심 가져 주셔서 늘 감사할 따름이에요. ^ ^